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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7일 유성기업에서 한솥밥을 먹던 한광호가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벌써 100일이 지나고, 120일이 되어가고 있지만,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병원 영안실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파괴하겠다고 시작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현대자동차가 지시했고, 창조컨설팅이 작성하였으며, 유성기업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정부 역시 공조했음이 2012년 국회 청문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2011년 시작된 노조파괴는 벌써 6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불법행위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노조 파괴가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한광호 노동자가 노조 파괴에 힘들어하며 세상을 저버린 지 4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노조파괴 개입과 지시한 증거가 드러난 현대자동차와 실행에 옮긴 유성기업은 어떠한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노동조합만을 파괴하려는 불법행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아닌 개개인 노동자들이 병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기 시작하였으며, 울고 분노하다가 못 참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누가 알까봐 두려워하며, 몰래 찾아 상담 받고, 약을 처방 받으면 누가 볼까 몰래 먹고, 한번에 약을 털어 먹고 병원에 실려 갔던 동료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매일 밤 집에서 칼을 갈고 있더라는 동료,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 출근하지 못하는 동료, 억울하고 힘들어 자신도 모르게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는 동료, 가정이 파탄나고, 자살을 시도하며,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신의 건강이 최악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용노조와의 임금차별은 신용불량·개인파산으로 이어졌고, 가정은 파탄났으며, 사랑하는 자식과도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노조 파괴는 노동자를 죽이는 불법 행위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유린하는 반헌법적 행위입니다.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며 2012년 10월 저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 올라가 151일간 농성도 해보았습니다. 끌려 내려가지 않겠다고 개처럼 목줄을 메고 151일을 살았습니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두 다리는 앙상해졌고, 그런 저를 보며 흐느껴 울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151일만에 굴다리에서 내려왔지만, 변한 것이라고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불법에 대한 노동부의 기소 의견이 검찰에 의해 불기소로 바뀌었다는 소식뿐이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동료이자 형인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공장지회장과 함께 2013년 10월 충북 옥천 IC변 광고탑에 올라가 제발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진실 하나를 바로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야 했던 절벽 앞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결국 2014년 12월 30일 검찰이 불기소한 지 1년 만에 대전고등법원은 노동조합의 재정신청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유성기업 대표이사는 기소되어 천안지방법원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도 우리 동료들은 자살 시도를 하며 죽어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 지옥 같은 생활을 이제는 끝냈으면 합니다. 불법 채증, 감시 카메라, 몰래 카메라가 없는 생산 현장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사측은 계속해서 사소한 마찰을 고의로 만들고, 이를 빌미로 끝없는 징계와 해고, 고발을 해대고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노동자들의 고발은 무시하고 사측의 고발만을 사건으로 해서 우리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녹음기에 매일 같이 노출되어 노동자들이 범죄자 취급받아야 하는 노조 파괴가 이제는 끝났으면 합니다.

살고 싶습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강남역, 구의역, 빌라 3층 난간에서 떨어져 죽는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나의 친구였던 유성기업의 한광호...

더 이상 이렇게 죽어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의 진실은 너무나 야속하게 묻혀만 가고, 슬픔에 지쳐 아파하며 속앓이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무서워졌습니다. 살고 싶다고! 죽고 싶지 않다고! 가슴 속 깊이 외치고 있는 저의 심정이 이제는 현실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죽어서도 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 있는 내 친구 한광호를 이제는 보내주고 싶습니다. 또다시 죽어가는 노동자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사명인 '유성'은 별똥별을 뜻하기도 합니다. 별똥별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어릴적엔 밤만 되면 별똥별을 보기 위해 밤하늘만을 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름의 유성기업 안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억울하게 마냥 스러져만 가는 별똥별들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말할 수 없는 탄압을 당하면서도 지난 6년여 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희망의 별똥별들이 되고자 안간힘으로 버틴 세월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싸우지 않았다면 수많은 현대는, 수많은 유시영은, 수많은 창조컨설팅은 오늘도 어디에서인가 2000만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부당하게 유린하며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해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불의를 세상에 고발해내고, 그 범죄 행위를 사회적으로 단죄함으로써 2000만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외롭게 싸워왔던 세월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리를 함께 기억하고, 비춰주고, 지켜주는 별똥별들이 되어주시겠다고 많은 분들이 나서주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모여 7월 23일(토) 오후 3시부터 바자회를 시작으로 와이낫, 허클베리핀, 태히언, 스카웨이커스 등이 함께하는 콘서트 <별똥별이 빛나는 밤에>를 현대차 본사 앞에서 열어준다고 합니다.

그곳에 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웃어주고,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유성기업 문제를 넘어 한국사회 최대 '갑'인 현대차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심판하고 2000만 노동자들의 권리가 얘기되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유성기업 한광호와 함께하는 '별똥별이 빛나는 밤에'
 유성기업 한광호와 함께하는 '별똥별이 빛나는 밤에'
ⓒ 유성기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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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홍종인 기자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입니다.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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