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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여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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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교수님께서 우리나라는 '신체의 자유'가 다 이뤄졌다고 하셨는데, 왜 학교에서는 교복이라든지 두발의 자유가 아직 안 이뤄진 거죠?"

6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법대100주년기념관 최종길홀.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단상 위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질문하는 이들은 강화도 꿈틀리 인생학교(학교장 정승관) 학생들, 답변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은 이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정규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올해 설립된 1년 과정의 '특별한' 학교다. 학생은 모두 16-18세의 청소년들.

이날은 지난달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방문해 강의를 들은 데 이어 또 하나의 특별한 강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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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복과 두발 자유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조국 교수에게 '시비'를 건 것은, 방금 전 끝난 강의에서 그가 "우리나라는 '자유권'은 쟁취했으나 노동과 복지 등 '사회권'이 문제"이며 "자유권 가운데 신체의 자유가 민주화의 기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자유가 다 이뤄졌다는 게 아니라 권위주의 시절에 비해서 비교적 나아졌다는 의미"라고 양해를 구한 뒤,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아직 미발달된 존재로 보고 자기결정권을 주지 않고 있다"며 "그걸 바꾸려면 청소년들이 요구를 해야 하고, 그럴 때만 바뀔 수 있다"고 공을 학생들에게 넘겼다.

불심검문 하는 경찰에 대들었다가 머리 쥐어박힌 사연

그러나 학생들의 '파상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대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헌법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원은 독립돼 있다고 보시나요?"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 조 교수는 학생 시절 불심검문 하는 경찰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운운하며 대들었다가 '매를 번다'며 머리를 쥐어박힌 일화를 소개하며 "헌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헌법은 대한민국의 운영원리이며 진보든 보수든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며 "헌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선 주권자들이 '헌법대로 하자'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칙론적'인 답변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조 교수의 개인사를 파고들었다.

조 교수는 '만 16세에 어떻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내가 공부를 좀 잘했던 모양"이라며 쑥스러워했고, '이제까지 여자친구가 몇 명이었냐'고 묻자 "대학때 연애하고 바로 결혼해서 여자친구가 없었다, 재미없는 인생이었다"고 답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여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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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복지가 공정하게 배분된 사회가 돼야"

한 학생은 일부 서울의 명문대를 제외하고는 다 '지잡대'로 부르는 현실을 지적하고, 19살 때 치르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게 과연 옳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정연주 KBS 사장이 신입사원 공채에서 출신대학 기재란을 없앴더니 합격자들의 출신대학이 훨씬 다양화 됐다더라"며 지방대 차별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했다.

또 적절한 최저임금액에 대해선 "올리는 게 맞지만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4개년 혹은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연차적으로 인상해 20대 국회 안에 1만원까지 올렸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과의 일문일답 전에 진행된 1시간 동안의 강의에서 '갑질 풍토', '비정규직 문제', '지방대차별', '고착화된 사회계급' 등을 열거한 뒤 "기계적인 중립이 아닌 노동과 복지가 공정하게 배분된 제대로 된 중립이 이뤄진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꿈틀리 인생학교와 같은 시도에 대해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청소년들이 한번 쉬어가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찬성"이라며 "교육과정이 바뀐다는 전제하에서 6개월쯤 전국의 학교에서 확대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꿈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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