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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허가를 다루는 회의가 열리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허가를 다루는 회의가 열리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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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원전단지를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으로 만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허가가 떨어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사고 뒤 원자로를 줄여가고 있는 세계적 추세엔 눈감고 강행 처리한 결과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 아래 원안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의결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회의에선 치열한 토론이 있었지만 결국 9명 위원의 표결이 이뤄졌고, 7명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됐다.

지난 2012년 9월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1400MW(메가와트)급 신형경수로 2기의 건설 허가가 난 것이다.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4호기 중 고리 1호기가 내년 6월 영구정지되고 신고리 5·6호기가 가동되면 총 9기가 가동돼 세계 최대 발전량 원전 단지가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심사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한 원전부지에 다수의 원자로가 들어서기 때문에 생기는 위험, 즉 '다수호기 리스크'다. 쓰나미로 인해 사고가 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원자로 6기가 밀집돼 있었다. 당시 1호기 정지에 이어 2·3호기의 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연쇄사고를 일으켰고 이후 '다수호기 리스크'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다수호기 원전을 운용하는 여러 나라의 급선무로 부상했다.

원안위에 보고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 결과는 '다수호기 안전성'을 중점 검토사항으로 제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다수호기 관련 안전기준을 신고리 5·6호기 설계가 만족한다고 결론 냈다.

▲ 각 원전 호기의 안전관련 설비가 공유되지 않아 설비의 고장이 다른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고 ▲ 선정 부지가 지진·해일의 영향이 없는 곳(해일 시 가능한 최고 수위는 8.2m 이나 원전 부지 고도는 9.5m)이고 ▲ 원자로 10기 동시 가동시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연간 방사선량이 허용치 이내인 점 등이 다수호기 관련 IAEA의 안전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은 연구방향 논의 중"

하지만 다수호기 리스크에 대한 위험성 평가방법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허가안에 붙임으로 함께 제출된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내 '다수호기 분야 실무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수호기 분야 실무검토위원회'는 "다수호기의 안전성은 확보됨을 확인"한다고 결론 냈다. 한편으론 "국내외 다수호기 리스크에 대한 연구 수준은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중이거나 연구 방향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되는 수준이므로, 다수호기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계획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론 개발 ▲ 다수호기에 대한 규제시 확률론적 방법의 적용과 리스크 평가와 안전 목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쉽게 말해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다수호기 리스크 대비책을 잘 세웠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다수호기 리스크를 평가할 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아 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모순된 결론이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안'에 대한 심의를 다루는 회의를 진행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안'에 대한 심의를 다루는 회의를 진행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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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와 녹색당, 고리원전지역 주민 200여명은 원안위 회의가 열리는 KT 사옥 맞은 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뒤 이들은 거리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지역주민들은 원안위 회의에서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회의를 방청하고 있던 주민 3명은 회의 종료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를 중단하라, 표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항의했고, 곧바로 퇴장 조치됐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엄마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핵반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신규핵발전소 확대 중단 1,000인 선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엄마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핵반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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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신고리#다수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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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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