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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중국 저장성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했다고 발표된 13명의 탈북자 중 종업원 여성 12명의 자진 귀순 여부를 확인하는 법적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당사자 소환 없이 심사를 끝내겠다는 재판장의 방침에 청구인 측 변호인들이 반발하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 심리로 열린 탈북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심사에 현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있는 당사자는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장은 시작부터 "심문절차는 피수용자 보호를 위해 비공개가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비공개 의사를 밝혔고, 청구인인 북한 가족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피수용자들이 한 명도 출석을 안 했는데 비공개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5분간 휴정한 뒤 재판장은 "피수용자가 출석하지 않았지만, 심문 내용에 따라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의를 기각했다. 심리 과정에 대한 녹취 및 속기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에서 수용자인 국정원을 대리해 나선 변호인은 '북한에 있는 탈북자들 가족의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위임 의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 가족들이 작성해 중국에 있는 교포를 통해 전달한 위임장에는 위임받을 변호사의 성명만 기재했을 뿐,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을 명시하지 않는 등 위임 의사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국정원 측 변호사들은 또 탈북자들이 심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히는 한편, 이들이 출석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이므로 향후에도 탈북자들의 법원 출석이 어렵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장이 오늘 무조건 끝낸다는 입장, 불공정 재판에 기피신청"

재판장도 당사자 출석이 불필요하며 이날로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민변 변호사들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민변 통일위원장인 채희준 변호사는 "재판장이 오늘 심리는 무조건 끝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재판부가 공정하게 재판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공정한 재판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피신청을 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기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심리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민변 변호사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 20여 명은 심리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법정에 몰려들었다. 5분 휴정 상태에서도 민변 변호사들을 향해 "권총으로 한방씩 쏴버려야 해", "너희 같은 놈들 위해 우리가 전쟁한 줄 아냐"는 등의 막말과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밖에서도 비슷한 막말을 쏟아낸 이 단체 회원들은 심리가 끝난 뒤 법원 바깥에서 기자들에게 심리 과정을 설명하는 민변 변호사들에게 몰려가 "민변은 북한으로 꺼져라", "쳐 죽일 놈의 새끼들아" 같은 막말을 외치기도 했다.

 21일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 여성 12명의 자진 귀순 여부를 확인하는 인신구제 심리가 열린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 20여명이 민변 변호사들에게 욕지거리를 한 뒤 모여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21일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 여성 12명의 자진 귀순 여부를 확인하는 인신구제 심리가 열린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 20여명이 민변 변호사들에게 욕지거리를 한 뒤 모여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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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탈북자들 하나원 안 보내고 사회 격리 조치 지속할 듯

민변 변호사들이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이들 탈북자들에 대한 접근봉쇄를 이어갈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6월 초 탈북자 13명을 정부 지원 대상 탈북자로 인정하는 보호 결정을 내렸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보호 결정을 내리면 하나원으로 보내져 남한 국적을 부여받고 적응교육을 받는 등 사회로 나오는 준비를 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들 탈북자 13명에 대해서는 보호결정 뒤에도 하나원으로 보내지 않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계속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최대 6개월(180일)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6개월 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회로 나갈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조치가 다른 형태로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자#북한식당#민변#인신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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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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