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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안 성벽 개념도
 서안 성벽 개념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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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 성벽을 보려면 비림박물관 서쪽에 있는 남대문인 영녕문(永寧門)으로 가면 될 텐데 무슨 연유에선지 동대문인 장락문(長樂門)으로 간다. 백수림(柏樹林) 가로수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 동대가(東大街)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장락문이 나온다. 서안의 명대 성벽 안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가 동서남북 4대가로, 종루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있다.

이 길들이 성벽과 만나는 지점에 4대문인 장락문, 안정문(安定門), 영녕문, 안원문(安遠門)이 있다. 이들 4대문으로 이루어진 서안 성장(城牆)의 원형은 명나라 태조 때인 1370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년 후인 1378년 13.7㎞ 길이의 성곽이 완성되었다. 동쪽과 서쪽이 각각 2.6㎞ 남쪽과 북쪽이 가각 4.2㎞쯤 되는 직사각형이다. 그러므로 성곽 내부 면적은 12㎢쯤 된다.

 청나라 때 비석으로 남아 있는 흥경궁도
 청나라 때 비석으로 남아 있는 흥경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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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나라 장안성의 1/7쯤 된다고 한다. 장안성은 동서 길이가 9.7㎞ 남북 길이가 8.6㎞로, 전체 둘레가 36.7㎞쯤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부 면적이 83.1㎢나 되고, 110개 리방(里坊)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성곽 안에 집이 50만 호나 있고, 인구가 100만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장안성은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성이고 도시였을 것이다.

당시의 동서남북 4대문은 춘명문(春明門), 금광문(金光門), 명덕문(明德門), 현무문(玄武門)이었다. 성곽 내부 북쪽으로는 태극궁(太極宮), 대명궁(大明宮) 같은 커다란 궁궐이 있고, 이들 두 궁궐의 동남쪽에 흥경궁(興慶宮 )같은 작은 궁궐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 궁궐 중 태극궁은 사라졌고, 대명궁과 흥경궁은 현재 유적지공원(遺址公園)으로 남아 있다.

동쪽 장락문 이야기

 환성로에서 바라 본 서안 성벽
 환성로에서 바라 본 서안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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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 성벽의 동대문인 장락문에 이르니 성루(城樓)가 나타난다. 성루 아래 성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각형의 옹성(甕城)이 나타난다. 옹성은 평상시에는 출입을 위한 통로로, 전시에는 방어용 진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옹성 내부는 버스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옹성 안에서 밖을 쳐다보면 성벽과 전루(箭樓)가 보인다. 전루는 성을 방어할 때 활과 노(弩)를 쏠 수 있도록 만든 누각이다.

성벽의 높이는 12m이고, 성벽의 폭은 하단부가 15~18m, 상단부가 12~14m라고 한다. 그리고 성곽 바깥으로는 폭 40~60m의 해자가 감싸고 있다. 옹성에서 성루를 바라보면 성문 위 성벽에 쓰인 장락문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위 성루에는 자기동래(紫氣東來)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자기는 천상의 기운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기운이 동쪽으로부터 온다는 뜻이다.

 3층의 전루인 장락각
 3층의 전루인 장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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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 전루를 바라보면, 3층 누각의 1층에 장락각(長樂閣)이라는 현판을, 2층에 욱일동승(旭日東升)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욱일동승은 빛나는 해가 동쪽으로부터 떠오른다는 뜻으로, 이들 현판을 통해 이곳이 동쪽의 정문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성벽을 따라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성루 쪽 성곽으로 오른다. 성곽으로 올라 성루와 전루를 한 바퀴 돌아보고, 성벽을 따라 걸을 것이다. 

자전거도 타고 전동차도 탈 수 있는

 성벽 위의 자전거와 전통차
 성벽 위의 자전거와 전통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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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오르니 북쪽으로 일자로 뻗은 성곽 위 도로가 나타난다. 이 도로에는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전동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있어 자전거를 타거나 전동차를 타기는 어렵다. 그래서 먼저 사람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는 성루로 가 본다. 성루는 개방형으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걸터앉아 쉴 수가 있다. 성루를 돌아 앞쪽으로 나가면, 종루로 이어지는 동대가를 볼 수 있다.

성루 옆 성벽에는 전쟁과 관련된 자료들이 철판에 새겨져 붙어 있다. 먼저 보병(步兵), 거병(車兵), 기병(騎兵)에 대한 설명이 보인다. 보병은 몸에 갑주(甲冑)를 착용하고, 창과 방패 또는 칼을 들고 적과 싸우는 병사를 말한다. 그들은 깃발을 높이 들고(正正之旗) 당당하게 진을 치고(堂堂之陣) 앞으로 나간다.

 수레 바퀴
 수레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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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병은 마차를 타고 전투를 벌이는 병사를 말한다. 그러므로 현대의 장갑병(裝甲兵)과 비슷한 개념이다. 마차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장병들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차는 또한 전투가 아닌 보급을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근처에는 수레바퀴가 전시되어 있어, 마차 실물을 연상케 해놓았다. 기병은 말 그대로 말을 타고 전투를 벌이는 병사를 말한다. 기병은 기동력이 좋기 때문에, 고대에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역할을 했다. 북방의 유목민족이 중국을 지배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이들의 기병 운용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궁시(弓矢)와 화살촉 그리고 노와 같은 무기에 대한 설명이 보인다. 궁시는 활과 화살을 말한다. 활은 나무와 줄을 엮어 만들고, 화살은 대개 나무로 만들고 끝에 화살촉을 달았다. 화살촉은 돌이나 금속으로 만들어 적을 살상할 수 있도록 했다. 활은 크기와 용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다. 장궁(長弓)과 단궁(短弓)이 있는데, 장궁은 원거리용으로, 단궁은 근거리용으로 사용되었다. 기병에게는 각궁(角弓)이, 의장용으로는 채색과 장식을 한 격궁(格弓)이 사용되었다.

 노 안내판
 노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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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나무와 금속을 사용해 만든 다연발 쇠뇌를 말한다. 요즘은 쇠뇌라는 말 대신 석궁 또는 강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노는 각궁노(角弓弩), 죽간노(竹竿弩), 대거노(大車弩) 등 7종으로 분류된다. 이 노는 한족이 북방의 기마민족과 싸울 때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활보다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있고, 목표물을 뚫는 힘이 활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300년대 후반 총과 화포가 일상화됨으로서, 효용성이 떨어져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전루에 마련된 작은 전시관 이야기

 여장에서 바라 본 서안 성벽
 여장에서 바라 본 서안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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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전루인 장락각으로 발길을 옮긴다. 성루와 전루 사이에는 성가퀴로 불리는 여장(女墻)을 쌓고, 윗부분에 구멍을 내 활이나 쇠뇌를 쏠 수 있도록 했다. 이 구멍을 타구(垜口: Battlement)라 부른다. 명대 성벽에는 이 타구가 5984개나 있다고 한다. 전루 안 전시관에는 문화재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단지 서안 성벽의 역사를 보여주는 패널과 돌로 만든 석수(石獸)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 좀 더 높은 곳에서 성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패널에는 장안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글과 사진이 있다. 장안성은 13개 왕조의 옛 수도로 5000년 풍우를 견디며 존재해 왔다. 장안성을 출발해 서역으로 이어지는 사주지로(絲綢之路: Silk Road)는 열린 지 3000년이나 되었다. 하늘과 땅의 지혜가 이곳에 전해졌고, 하늘의 기운이 동쪽으로부터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 누각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성밖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밖의 해자
 성밖의 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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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밖에 남북으로 해자가 길게 펼쳐진다. 해자에는 동쪽 산하(滻河)로부터 끌어들인 물이 흐르고 있다. 물가로는 가로수들이 울창하게 숲을 형성하고 있다. 해자를 끼고 남북으로 이어진 길이 환성동로(環城東路)다. 환성로는 말 그대로 성을 네모 형태로 도는 길이다.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며 세 개의 환성로가 있다. 성곽을 따라 도는 환성로, 이환로(二環路), 삼환로(三環路)가 그것이다. 이번 여행 동안 이들 길을 수차례 통과하거나 지나갔다.

성곽 위에는 성장고사(城墻故事: City Wall Story)라는 기념품 가게도 있다. 그리고 성루 근처에는 녹슨 종도 하나 있다. 이 종은 비상시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도시 전체에 시간을 알리는 종루가 성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곳에 있는 종은 종루의 종에 비하면 규모가 아주 작다. 나는 마지막으로 성루의 지붕에 얹힌 잡상(雜像)을 바라본다.

 성루의 지붕 위 잡상
 성루의 지붕 위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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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이것을 선인주수(仙人走獸)라 부른다. 신선과 달리는 짐승이라는 뜻이다. 최고위 궁전에는 1개의 선인과 10개의 주수가 설치되나, 이곳에는 1개의 선인과 5개의 주수가 설치되어 있다. 가장 끝에 있는 선인이 닭을 타고 앞장선다. 그 뒤를 용, 봉황, 사자, 천마(天馬), 해마(海馬)가 따르고 있다. 이들을 보고 계단을 통해 옹성으로 내려오니 버스들이 주차장에 가득하다. 그동안 성벽을 보러온 관광객이 늘어난 모양이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명대 성곽의 한 가운데 있는 종루다. 길은 동대가를 따라 종루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금방 종루에 닿을 수 있다. 종루는 높이가 38m로, 성곽 내에서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그러나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조망이 옛날만 못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루로 간다. 그곳에서 사대문을 바라볼 수 있고, 고루와 청진대사 같은 주변의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안 성벽#장안성#장락문#성루#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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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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