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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안 쓰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있다. 인터넷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으로, 경남 창원에만 30여 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 회원 숫자는 엄청나다.

최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경남한살림이 'GMO(유전자재조합식품, 유전자변형식품) 작물 재배 규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엽서를 모아 경남도청에 전달했는데, 이 카페모임 회원들도 함께했던 것이다.

건강한 아이를 위해 엄마들이 나선 것이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창원 모임이 만들어진 때는 1년 정도 됐다. 엄마들은 자주 모일 때는 1주일에 한번 정도,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갖는다.

모이면 주로 책과 자료를 읽기도 하고, 서로 경험담을 나누기도 한다. 대개 모임은 집에서 하는데, 각자 반찬을 한 가지씩 가져와 나눠먹으며 식사한다.

엄마들이 아이를 약 없이 키우려는 이유는 면역력을 키워주고 약물 오남용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아이가 약에 의존할 경우 면역성이 떨어지게 되고, 약을 많이 쓰면 약물중독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걱정하는 엄마들이 모여 공부하고 서로 경험담을 나누며, 건강한 아이 키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이 주로 읽는 책은 김효진 한의사가 쓴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다. 김효진 한의사는 "약이라는 달콤하고 위로가 되는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스스로 약물중독이 되었다는 걸 모르고 살아간다"며 "그러나 어느 날 '항생제가 듣지 않습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나서야 지난 날 사소한 증상에도 쉽게 사용한 약물을 떠올리며 후회하지만 이민 답은 없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김효진 한의사는 '자연육아'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날 때 몸 속에 자연치유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능의 씨앗을 품고 태어나는데 여러 가지 약물과 과잉 치료, 검사들이 자연치유력의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꽉 눌러버린다"고 했다.

김효진 한의사는 "자연육아란 무농약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일과 같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믿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결과는 정직하게 나타날 것"이라 했다.

유은아 "아이가 가진 힘을 믿어라"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면 병원에 가야하지만, 바이러스나 음식 등에 의해 걸리는 감기나 편도염, 기관지염, 폐렴, 장염, 해열, 비염, 복통, 설사,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등의 질병은 약 없이 가정요법으로 치료하자는 것이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하고 있는 두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9살, 8살, 4살의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유은아(41)씨는 "큰 아이가 태어나서 치통이 왔을 때 한번 해열진통제를 먹인 뒤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아이가 감기나 장염이 걸렸을 때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고 두렵기도 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책도 읽고 조언도 듣고 해서 약 없이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주변에 보면 아이가 조금만 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이고, 경미한 감기에도 약을 복용하는데,  우리 아이는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경우 약을 복용한 아이와 진행과정을 비교해 보면 약을 먹이지 않는 우리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두세번 약 없이 버티다 이겨내고 나면 자연적으로 면역력을 습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감기가 왔을 경우 기침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약을 쓰지 않더라도 점점 나아진다는 것. 그는 "감기 기침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는 하지 않게 되더라"며 "약을 먹은 아이와 별반 차이가 없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에게 약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특별히 건강하게 태어나서도 아니고 엄마가 배짱이 좋아서 '약 없이 버텨' 하는 마음으로 방치한 것도 아니다"며 "아이가 가진 힘을 믿고 한 두 번 잘 이길 수 있도록 약 아닌 다른 방법을 해주는 것"이라 말했다.

그가 아이들한테 해주는 방법은 '비강(코)세척', '머리에 물수건 얹기', '팔다리 주무르기', '엄지 손발 따주기' 등이다. 유씨는 "아이들한테 이렇게만 해줘도 이겨내더라, 지금은 웬만해서는 아프지 않는다"며 "약으로 버텼던 아이들이 다음엔 더 빨리, 더 많은, 더 독한 약물로 치료하는 걸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씨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만 면역력이 좋다고 될 게 아니고 많은 아이들이 아니,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많은 엄마들이 약물 오남용에서 벗어나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선 "어느 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7살, 4살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은선(창원)씨는 약이 아닌 '건강한 먹을거리'를 챙기고 있다. 정씨는 "큰애가 5살 때까지 아프다 싶으면 병원에 갔고 항생제를 자주 맞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이가 웬만큼 열이 나도 약을 쓰지 않는다는 것. 그는 "다른 아이들은 콧물만 조금 흘러도 병원에 가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는다"며 "대개 엄마들은 아이가 열이 38도만 되어도 해열제를 먹이는데, 저는 40도 가까이는 괜찮다고 해서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자연치유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아픈데 약을 쓰지 않으면 아이가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정씨는 "약을 먹여 힘든 걸 완화시켜 준다고 해서 아이가 건강해 지는 게 아니다"며 "아이들은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토피도 약을 쓰지 않는다. 정씨는 "대개 아이들은 아토피가 생기면 보습제를 쓰고 로션을 발라 주기도 한다"며 "우리 아이는 그런 걸 바르지 않고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토피와 관련해 아이한테 해주는 건 특별한 게 없고, 그냥 햇볕을 많이 쬐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약을 쓰지 않는 대신 먹을거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정씨는 "발효식을 많이 준다. 김치나 된장을 많이 먹이고, 식혜도 집에서 담가준다"며 "아이들한테는 발효식이 엄청 좋다.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음식을 먹인다. 소화가 잘 되면 아이들은 크게 아프지 않는다. 변을 잘 보는지도 관찰한다"고 말했다.

정은선씨는 "많은 엄마들이 알았으면 한다. 대개 엄마들은 병원에서 출산하면서 시키는 대로 한다. 그러나 시키는 대로 했지만 아이가 건강해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에는 아이가 아프면 불안하고 노심초사했다. 지금은 제가 아는 증상이면 며칠 있다가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평소와 다른 모습이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기도 한다"며 "이전에는 아이가 자주 아파서 매달려 있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자주 아프지도 않지만 며칠 있으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느긋해졌다"고 말했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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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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