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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 소도시의 건축업자 장아무개씨가 이주노동자 4명한테 밀린 임금 440만원을 모두 500원, 100원 짜리 동전으로 바꿔 지급했다.
 경남 한 소도시의 건축업자 장아무개씨가 이주노동자 4명한테 밀린 임금 440만원을 모두 500원, 100원 짜리 동전으로 바꿔 지급했다.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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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축업자가 이주노동자들한테 밀린 임금 440만 원을 모두 500원, 10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 지급하고, 그것도 바닥에 쏟아 부은 뒤 발로 밟으며 뒤섞어버려 모욕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경남도민일보>(인터넷판)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J씨 등 4명은 지난 9일 건축업자 장아무개씨로부터 밀린 임금 440만 원을 동전으로 받았다.

이주 노동자들은 지난 9일 오후 5시 20분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장씨에게 임금을 받았다. 이들은 경남의 한 소도시 건축 현장에서 일해 왔다.

그런데 건축업자는 동전을 여러 개 자루에 담아왔고, 이를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쏟아 부었다. 이주 노동자들은 "장씨가 쏟아 부은 동전을 발로 밟으며 500원짜리와 100원짜리를 모두 뒤섞어 버렸다"며 "이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동전 2만 2802개... 가까스로 환전

이주노동자들은 바닥에 흩어진 동전을 다시 자루와 라면상자에 담아 이들이 합숙하고 있는 원룸으로 가져왔고, 밤새 헤아리며 분류 작업했다.

동전 개수는 2만 2802개였고, 500원짜리 5297개와 100원짜리 1만7505개였다.

10일 이들은 평소 단골로 이용하던 슈퍼마켓 주인에게 지폐로 바꿔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지폐 환전도 쉽지 않았다. 슈퍼마켓 주인은 동전을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인근 4개 은행 지점을 돌았으나 은행측은 동전이 너무 많이 환전해 줄 수 없다고 했던 것.

이들은 결국 창원에 있는 한국은행 경남본부를 찾았다. 다행히 이들은 업무 마감 시간 직전에 도착했고,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4명의 직원이 동원되어 분류기를 통해 동전을 계산했다. 이 계산에 걸린 시간은 45분 정도였고, 액수는 440만 원이었다.

경남 한 소도시의 건축업자 장아무개씨가 이주노동자 4명한테 밀린 임금 440만원을 모두 500원, 100원 짜리 동전으로 바꿔 지급했다.
 경남 한 소도시의 건축업자 장아무개씨가 이주노동자 4명한테 밀린 임금 440만원을 모두 500원, 100원 짜리 동전으로 바꿔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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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이 돈을 5만 원권으로 바꿔주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이주노동자들한테 칫솔과 치약세트 등 기념품을 전달하며 위로했다.

10여 년 전 한국에 온 J씨와 동료 3명은 부산에서 일하다 4년 전 경남의 한 소도시로 와서 일했다. 이들은 지난 5월 16일부터 건축업자 장씨와 급여를 주급으로 받기로 하고 일했다.

장씨는 주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잦았고, 주급을 주기로 했던 지난 6월 7일에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날에도 급여를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9일 건축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고 "급여를 주지 않으면 일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장씨가 10일 동전을 갖고 온 것이다. 장씨는 "건축주의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지면 하루 이틀 밀릴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을 펑크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내가 그동안 술과 고기도 사주었다,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장씨는 3시간에 걸쳐 은행 지점 6곳을 돌면서 동전을 준비했던 것이다.

J씨 등 이주노동자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3시간 일하며 번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달라고 했을 뿐인데, 왜 우리가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기 안 사줘도 좋으니 급여를 달라고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태그:#이주노동자, #동전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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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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