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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와 불안정노동의 확산, 부족한 인력으로 돌려막는 경영은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질병으로 내몰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기획기사를 통해 고용형태와 건강영향 연구 결과를 통해, 비정규직/하청노동 등 불안정노동이 노동자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4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 기자 말

(1) 사고와 산재 사망
(2) 정신질환과 자살
(3) 뇌심혈관질환
(4) 원인과 과제

만성병의 시대, 직무스트레스는 중요한 원인

현대 사회에서는 치료의학 기술과 공중보건의 발달로 인해 과거의 주된 질병이던 감염성 질환이 줄어든 대신 만성병이 주된 사망 원인이자, 주요하게 인류가 넘어서야 할 질병이 되었다.

암과 더불어 뇌심혈관계 질환은 한국을 비롯하여 산업화된 국가에서 가장 주요한 질병 중 하나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에는 뇌출혈이나 뇌경색과 같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는 흡연, 고혈당, 당뇨, 고지혈증, 운동부족, 비만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개인적 위험요인 이외에도 사회적 지위나 직무 스트레스도 같은 사회 심리적 요인도 뇌심혈관계 질환의 중요한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모델에는 여러 가지 모형이 있지만 가장 많이 연구된 모형은 카라섹과 테오렐이 제시한 직무 긴장 모형이다. 직무 긴장이란 낮은 직무재량권(직무통제)과 높은 직무요구도가 동반된 상태를 의미한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에서 연기했던 것과 같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콘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상황과 같이 아무 권한 없이 빠른 속도의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을 오래 하게 되면 심근경색과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Karasek, R., & Theorell, T. 1992)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은 교감신경계의 항진과 자율신경계의 이상,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의 증가, 혈압과 맥박의 상승, 당 대사의 이상, 혈액응고 장애 등과 같은 생리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같은 생리적 변화는 장기적으로 동맥경화를 거쳐 뇌졸중이나 관상동맥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강동묵 등, 2005, 직무스트레스의 현대적 이해)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직무불안정은 심근경색 위험요소

직무 긴장 모형 이외에도 노력-보상 불균형 모형이나 조직 정의 모형, 직무 불안정 그리고 장시간 노동도 근래에 뇌심혈관 질환과의 관련성이 연구되고 있는 직무스트레스 분야이다.

이중 직무 불안정 모형은 증가되고 있는 고용불안정에 따라 이로 인한 건강문제 발생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직무 스트레스 중 하나이다. 고용불안정은 노동자의 정신건강의 문제와 함께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영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고용 불안정과 심근경색 발생과의 관련성을 체계적 문헌과 메타 분석의 결과는 연령을 보정하였을 경우는 그 상대위험도(RR)가 1.32로 조사되었고, 사회경제적 지위와 심혈관계질환의 다른 위험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하고도 상대 위험도가 1.19로 증가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의 여러 직업들의 고용불안정을 평가한 후 심근경색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로 심근경색의 발생의 증가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유럽 국가에서의 직장인들에서는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직무불안정에 의해 심근경색 발생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Virtanen et al., 2013)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위험과 불건강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인 저임금 때문에, 위험 수당 등 경제적 유인에 취약해져 위험한 노동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저임금 노동은 장시간 노동의 강력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인 노동시간 역시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 된다. 직접적인 고용 불안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무 재량권은 낮고,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어 직무스트레스가 높다.

사회안전망 없는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직무불안정과 뇌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연구한 자료는 많지 않다. 뇌심혈관 질환의 경우, 질병 발생까지의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긴 추적 기간을 요하며, 한구에서는 비용 문제과 시간 때문에 긴 추적관찰을 요하는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고용 불안정이나 비정규 노동으로 인한 건강문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휠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불안정 노동을 경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유럽국가에 비해 임금 차별과 같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할 가능성의 크고, 실업을 경험하였을 경우 이를 완충시켜줄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사회적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태그:#뇌심혈관질환, #비정규직, #노동안전, #고용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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