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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청년 시민기자와 함께하는 청년정책 소통 인터뷰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 고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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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나쁜 짓의 모든 근원은 국정원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한마디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청년 시민기자와 인터뷰 자리였다. 함께 배석한 보좌진들 사이에서 당황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거침없었다. 대권 도전, '김종인 체제'로 인한 당내 갈등,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스스로 "(내 발언은) 시원하다. 한편으론 그래서 위험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애매한 정치 언어를 거부했다.

"그거(대통령) 할래? 묻는데 '안 하겠다'고 하면 거짓말쟁이거나 바보다."
"하나 정한 원칙이 있는데, 불필요하게 (당) 내부 갈등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 재정 개혁안이 복지 정책 추진에 미칠 영향에 관해 설명할 때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여소야대 국면이 조성된 것은 좋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한 게 없다는 것.

정부는 지난 4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시·군조정교부금 배분 방식과 법인지방소득세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오전, 이재명 시장을 비롯한 경기도내 6개(성남시,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화성시, 과천시) 자치단체장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자부는 지방자치 근간을 훼손하는 지방재정제도 개편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래는 이 시장의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

인터뷰 참여 : 권순민·유종헌·이찬우 시민기자, 이민선·김예지 <오마이뉴스> 기자

6개 경기도 지자체장 기자회견,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찬민 용인시장,최성 고양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6개 경기도 지자체장 기자회견,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찬민 용인시장,최성 고양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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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 :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조성됐다. 달리진 정치 상황이 성남시 복지 정책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 상황은 야권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정부는 성남시가 하는 일들에 대해 여전히 매우 공격적이다. 오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 재정 개혁안에 대한 경기도 6개시 지자체장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에서 계속 지자체의 독자적인 복지 정책을 하지 말라고 제동 걸고, 소송도 하는데 실제로 통제할 방법이 없으니 재정적으로 자립되어 있는 자치 단체들을 건드리는 거다. 이번엔 그냥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은 거 같다.

정부 안대로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변경하고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면 경기도 6개 시의 예산은 줄어든다. 특히 시·군조정교부금의 배분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일이라 더 심각하다. 내가 보기엔 정부에서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여권이 이길 것으로 상정하고 만든 정책인 것 같다.

개혁안의 두 가지 방안 중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는 것은 제동 걸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시행령만 고치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한 재정 타격이 (2015년 결산기준) 경기도 6개 시를 합쳐서 5천 2백억 원정도 된다.

이것이 실제 시행될 경우 지금 하고 있는 3대 복지 정책(청년 배당, 산후조리, 무상교복)은 물론이고 교육지원 정책, 노인 일자리 정책, 국가 유공자 보훈 수당 지원,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 시의 역점 사업인 시립 의료원 건립이 완전히 좌초될 것이다. 성남시 복지 정책이 전면적으로 좌초되는 거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된 정치 지형, 여소야대의 선거 결과 나왔음에도 정부가 국민의 의사 반영하지 않고 그냥 밀어 붙이는 데 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다. '정권이 심판당한 게 아니라 국회가 심판당했다. 양당체제가 심판당했다'고. 실제로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

(여소야대가)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되는데, 정부의 태도는 변한 것이 없어서... 실제로는 성남시가 해오고 있던 각종 개혁 조치들. 새로운 복지 정책, 이런 것들 거의 좌초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대권 도전,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한다"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대학생과 함께하는 청년정책 소통 인터뷰 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 고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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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헌 : 지난 4월 1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파장이 일자 '대선 출마자의 지원군이 되고 싶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발언이라고 해명했는데.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건가, 어시스터가 되고 싶은 건가.
"대답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가 그랬나) 정치적으로 조언하는 분들이. '너무 이르다. 그리고 이런 예민한 문제 막 이야기 하면 되냐'고. 꽤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친구나 참모가 아니라, 이름만 얘기해도 알만한.. 소위 '원로'가. '그건 아니다, 가만히 있어야지 점잖게, 김 빠진다' 이런 지적이다.

그런데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정치적 언어가 너무 간접적이고 우회적이다. 미국 버니 샌더스, 트럼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나. 나는 정치하고 대중의 삶이 괴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게 열광하나. 그들의 언어로 그들이 필요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공격 요소를 제거하고 말하다 보니 내용이 없어진다. 두루뭉술, 무슨 소린지 알 수 없게.

그래서 나는 직설적이다. 사람들이 '사이다'라고 말한다. 시원하다. 한편으론 그래서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한다. 그래서 대선 관련한 질문도, 다른 사람 같으면 '아이 뭐, 생각 없습니다' 할테지만... 그런 거짓말 하면 안 되지 않나. 어떻게 생각이 없을 수 있나. 전혀 불가능한 상황,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도지사든, 시장이든, 시민운동가든, 인권변호사든. 그건 다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어떤 것이 더 유용하고 유력한 것인가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위치는 어차피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취득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농사꾼이 호미로 농사를 지을 것이냐, 트랙터로 농사를 지을 것이냐. 트랙터를 취할 기회가 된다면 왜 호미를 고집하겠나? '당신 트랙터 타볼래?' 농부에게 물었을 때 농부가 '아이고 우리 호미나 쓰지 뭐' 이러는 게 바른 태도냐, 이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긴 하다. 비행기로 농사짓고 싶은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비행기로 농사지을 수 없지 않나. 농토 좁아서. 그거 하겠다고 하면 '미친놈' 되는 거지. 객관적 상황에 맞춰봐서 실현 가능성 있고 상황이 닥친다면 거짓말 하지 않는 게 좋다. 이것은 겸양이 아니라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내년 대선 얘기가 나오면...  아직 시기가 1년이나 남았고. 내가 정치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일은 정말로 기회가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여러 전제가 있겠지. 평화롭고, 생명이 보장된 안전한 세상, 최소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고... 그야말로 이상향 아니냐? 이상향.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국가다 이게. 어려울 거 없지.

그래서 나는 진보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진'짜 '보'수다. 줄여서 진보.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판검사가 아닌 인권 변호사를 선택했고, 법적 투쟁보다는 내용을 채우는 시민운동을 했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 제도 바뀌어서 합리적 선거 제도가 생겼으니 정치인으로 성공해 사회 기여하는 게 훨씬 좋지 않나 싶어 시장이 됐다. 다음에 좀 더 유용한 도구를 취할 기회가 생기면, 그거(대통령) 할래? 묻는데 '안 하겠다'고 하면 거짓말쟁이이거나 바보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가능하면 하겠다, 다만 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고.

다만, 한방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기회가 한번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는 집단 게임이다. 내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하다.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집단 플레이에, 내가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줘야 우리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아니더라도 그 구성원이면 되는 거다. 내가 지향하는 세상을 만드는 집단이 권력을 차지하면 내 뜻도 관철할 수 있다. 꼭 내가 대표선수나 MVP가 아니어도 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거다.

그럼 영영 구성원만 할 거냐,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완주해서 우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모르는 거다. 페이스메이커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나? '아, 다 왔으니까 그냥 뛰다가..' 이러나? 상황이 되면 완주할 수 있는 거다. 매우 유동적이다.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너무 섣부르게 좋은 상황을 가정해서 얘기해버리면 이상한 상황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해서 말하는 거다. 지금 단계에서 굳이.. 도움이 안 되니까 일반적인 얘기 한 거고."

- 이찬우 : 어쨌든 대선에서 상황과 기회에 따라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당내에서 상황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총선 직후 김종인 체제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나왔다. 어떤가.
"하나 정한 원칙이 있는데 불필요하게 내부 갈등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정치적 위치 자체가 변방의 오랑캐로부터 그 국경선을 지키는 사또 같은 것이다. 한양 도성 안에 대신들끼리 하는 정략적 논의에 내가 낄 이유가 없다. 그게 생산적이냐?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우리 진영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면 하는데, 나까지 낄 필요는... 내가 이야기 하면 아무 도움이 안 되니까. 나는 변방 사또니까 오랑캐로부터 국경선을 열심히 지키겠다. 가끔씩 그런 얘기하지 않나. 역사는 변방으로부터 시작된다.(웃음)"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보수단체와 국정원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 성남시장.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보수단체와 국정원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 성남시장.
ⓒ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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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 : '오랑캐'가 이런 걸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보수단체와 국정원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시장과 관련한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해 이 시장을 비난하는 확성기 방송을 했기 때문. 지난 4월 26일 SNS에 해당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국정원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는데. 심증만 그렇다는 건가, 물증도 있는 건가?
"물증이 있으면 고발 했다.(웃음) 그런데 어버이연합이, 어버이의 이름을 가지고 천륜을 어긴 불효행위 자체에 문제제기 한 것이 아니라 부모를 폭행한 자식에 대해 다툰 것을 문제 삼는다. 명확하게 정치적 목적이 있는, 악의적 행위다. 어버이연합이 나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성남까지 와서 원정 시위를 벌이나?

나는 대한민국 나쁜 짓의 모든 근원은 국정원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짓만 골라서 한다. 간첩 조작하지, 대선 개입하지. 이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 담당자를 선출하는,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문제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 이건 쿠데타다. 크기와 상관없는 일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뻔뻔스럽게 해치웠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부인하는 짓이다.

세월호도 보니까 분명히 이분들하고 관계가 있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수사권한 없으니 모르는 거다. 왜 세월호 근처에 그리 얼쩡거렸나? 다른 배는 놔두고. 그것도 관계가 있는 거다. 그래서 이것(어버이연합 논란)도 분명히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가 추측, 확신하는 거다. 증거가 있으면, 고발했다. (웃음)

이때까지 그들이 했던 온갖 나쁜 짓 중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불안을 느끼는 건데, 지난해 국정원이 이탈리아 스파이웨어 개발사 '해킹팀'에서 도감청 프로그램을 사와 논란이 일었다. 그거까진 이해한다. 그 원격조정 프로그램에 아동 포르노를 남의 컴퓨터에 심는 기능이 있더라. 간첩 잡는데 이게 왜 필요한가. 그걸 심어서 간첩이 튀어나오게 하려고 하나?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내가 보기엔 정적 컴퓨터에 그걸 심어서 압수수색 나오면 아동포르노 가지고 있는 변태로 만들어서 공격하려고 하는 것 같다. 다른 용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안 된다. 대 방첩, 대 테러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능이 왜 필요한가. 찾아내는 기능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불안하겠나. 아동포르노 안 좋아하는데, 어느 날 압수수색했는데 내 핸드폰에서 그런 것이 나오면. 벌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입건되고 발표되면 정치생명 끝이다. 이상한 짓, 흉학한 짓 나쁜 짓, 불법적인 짓 골라서 하는 걸로 봐서 이런 일도 하지 않을 까 하는 종합적인 추측이 있다."

[청년 시민기자, 이재명 시장을 만나다 ①] '한심한 대학생', 이 시장에게 직접 물었다
[청년 시민기자, 이재명 시장을 만나다 ②] "열 받아 일부러 싸웠다, 청년 얘기하라고"


태그:#이재명, #성남시장, #어버이연합, #대선,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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