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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함께 손잡은 안철수-박준영 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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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제3의 전국정당'을 꿈꾸는 국민의당이 20대 총선 후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국민의당 후보는 호남에 국한돼 있고, 그나마 호남 물갈이도 완전히 실패했다. 선거대책위원장과 광주광역시당위원장 등은 직을 내려놨고, 호남 외 지역 후보들은 공천장을 받아놓고도 허덕이는 지지율 때문에 공천 등록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호남 외 지역에서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리얼미터가 24일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21~23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42.1%(더민주 27.8%)를 기록한 반면, 전국 지지율은 14.0%(더민주 25.7%)에 그쳤다(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1명 대상,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선전화 60%, 유선전화 40% 병행 RDD 방식,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 응답률 5%). 같은 여론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정의당보다도 낮은 지지율(정의당 17.6%, 국민의당 13.0%)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22~24일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22%(더민주 32%)를 기록했지만, 전국 지지율은 8%(더민주 21%)에 머물렀다. 5주 연속 전국 지지율이 한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응답률 18%).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볼 수 있다.

호남 외엔... 이길 사람이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후 공천탈락한 서정성,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공천 항의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후 공천탈락한 서정성,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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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나선 국민의당 비호남 후보 중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인물도 거의 없다. 현재 국민의당 현역의원 21명 중 비호남 의원은 8명(안철수, 김한길, 정호준, 문병호, 신학용, 최원식, 부좌현, 김영환)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명(김한길, 신학용)을 제외한 6명 중 안철수 공동대표와 문병호 의원 정도가 본선 경쟁력을 보이는 상황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에게 밀리거나, 더민주 후보와의 단일후보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안 대표와 문 의원도 야권연대가 없으면 당선을 확신할 수 없다.

현역이 아닌 경우엔, 수도권의 극히 일부 후보를 제외하곤 당선 가능권의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경북, 강원 지역엔 후보조차 거의 내지 못했다(대구 12곳 중 1곳, 경북 13곳 중 1곳, 강원 8곳 중 3곳).

그나마 국민의당이 명분으로 삼던 '호남 물갈이'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당 호남 현역의원 13명 중 10명이 그대로 공천을 받았다. 이중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도 6명(박주선, 천정배, 박지원, 주승용, 김관영, 유성엽)에 이른다. 현역의원 지역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광주에서는 현역의원 6명 중 5명이 살아남았다.

컷오프된 의원은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이 유일하고, 원외 예비후보와 경선을 치러 패한 의원도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이 유일하다. 그나마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의 경우, 선거구 합병(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으로 같은 현역인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과 경선을 치러 패했기 때문에, 물갈이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광주에서 '뉴(new)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주창하던 천정배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당내 야권연대 전선을 거두며 안 대표에 백기투항했다(관련기사 : 천정배 당무 복귀 반기는 안철수). 안 대표는 물갈이를 '구조 개혁'에 비유하며 "고기갈이(사람 교체)가 아닌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당의 상황은 물갈이는 둘째치고, 고기갈이조차 못한 모양새다.

공천장 반납으로 이어지기도

2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공천탈락한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공천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있다.
▲ 바닥에 드러누운 국민의당 예비후보 지지자 2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공천탈락한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공천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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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호남 지역에서 벌어진 공천 잡음은 몸싸움과 '도끼 농성'까지 이어졌다(관련기사 : 고성, 드러눕기... 공천내홍 국민의당, '아수라장').

야심차게 숙의배심원제를 도입했지만 광주 동남갑에서는 결선투표함 개표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광주 서갑 경선은 신인 가산점을 받은 정용화 후보가 한나라당 경력을 이유로 가산점이 취소되면서 낙천돼 소란이 일었다. 민주당(대표 김민석)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온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전남 영암·무안·신안에 단수공천하면서,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던 김재원 예비후보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물갈이 실패와 공천 잡음은 주요 당직자들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김종현 전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근 광주지역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혼선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면서 선거관리위장직에서 물러났다. 안 대표의 측근인 조정관 전 광주광역시당 공동위원장도 같은 날 "광주 시민여러분께 약속드렸던 정치개혁, 공천개혁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공동위원장직을 떠났다.

앞서 야권연대를 주장하며 이미 당을 떠났던 천 대표의 측근 김영집 전 공동위원장도 지난 22일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불공정 공천을 강행한 국민의당에 맞서 무소속 혹은 다른 정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것도 논의했지만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일부 비호남 지역에선 공천장 반납 사례도 발생했다. 잇따른 내홍과 전국정당으로서의 당 지지율 부진이 그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당이 부산 연제에 단수공천한 김형기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친노패권 때문에 더민주를 나와 국민의당 발기인으로 참여했지만, 국민의당 역시 기존 정당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망했다"라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 외에 수도권·부산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5명이 후보자 등록을 포기했다. 이날 오후 6시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당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이견으로 당무를 거부하고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당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이견으로 당무를 거부하고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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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민의당, #호남, #자민련, #총선,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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