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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래바다여행선에 발견된 참돌고래떼. 울산 남구가 돌고럐 폐사 사실을 숨기고 추가 매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래바다여행선에 발견된 참돌고래떼. 울산 남구가 돌고럐 폐사 사실을 숨기고 추가 매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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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폐사 사실을 수개월간 은폐한 울산 남구청 도시관리공단 산하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 태어난 지 6일된 새끼 돌고래 폐사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오후 도시관리공단은 기자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갓 태어난 돌고래와 11살 난 수컷 돌고래가 연이어 폐사했다"고 시인했다. 몸길이 1.17m, 무게 17.8㎏의 이 새끼 돌고래는 태어난 지 6일 만에 폐렴 등으로 죽었다. 이어 8월에는 이곳에 사는 돌고래 4마리 가운데 수컷 1마리가 패혈증으로 죽었지만 지난 4일에야 이 사실이 알려졌다.

5일 오전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6월 이곳에서 또 다른 새끼 돌고래 한 마리가 추가로 폐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공단 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기자의 취재에도 울산 남구청은 "고래생태체험관에 문의하라"고 했고,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답변할 권한이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입장을 바꿨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지난해 8월 폐사한 돌고래를 비롯해 2010년과 2012년 일본에서 온 돌고래 2마리와, 2014년 이곳에서 암컷 돌고래가 낳은 새끼 돌고래 1마리, 지난해 6월 새끼 돌고래 1마리가 폐사하는 등 모두 5마리의 돌고래가 죽어 나갔다.

하지만 최근 공단 측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수컷 큰돌고래 2마리를 추가로 구매한다고 언론에 공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단 측은 "새 식구가 늘어나면 프로그램을 나눠 진행할 수 있고 현재 고래들이 느끼는 피로도나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 남구청과 공단은 이번 돌고래 폐사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 "폐사가 알려지면 수족관 운영 전반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까봐 숨겼다"고 해명했다.

꾸준히 의혹을 제기한 울산환경운동연합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단 관계자에게 지난해 6월 암컷 돌고래가 낳은 새끼 한 마리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돌고래들을 가두어놓고 스트레스를 주면서 돈벌이에 이용하는 잔인한 행정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밝혔다.

총 5마리 폐사... 돌고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지난해 고래축제 때 울산 태화강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잡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래가 멸종위기이며 1986년부터 고래잡이가 금지됐는데도 고래고기를 버젓이 홍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고래축제 때 울산 태화강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잡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래가 멸종위기이며 1986년부터 고래잡이가 금지됐는데도 고래고기를 버젓이 홍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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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그동안 매일 수백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수족관에 가두어놓고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하지만 울산남구청은 이에 아랑곳 않고 울산을 고래도시로 홍보하며 관람객들이 돌고래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관련기사: 새끼돌고래 사망 100%, 울산 남구의 이상한 집착)

잇따른 돌고래 폐사에도 추가로 돌고래를 매입하는 등 울산남구청이 돌고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래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울산 남구 장생포 인근에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지난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에는 사람이 고래잡이를 하는 모습 등 200여 점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또한 장생포는 고래잡이가 금지된 지난 1986년까지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전초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두 고래도시를 표방하기 좋은 역사들이다.

하지만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고래자원 보존을 위해 1986년 '고래포획 금지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고 고래포획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남구는 이곳이 고래의 도시였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해 갖가지 관람시설을 갖추는 한편, 지난 2009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고래관경선인 고래바다여행선을 운항하며 관광객에게 고래떼가 몰려다니는 모습을 관람시키고 있다.

남구는 지난해 8월부터 고래떼 발견을 더 높이기 위해 무인헬기나 드론(무인기)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고래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고래 구경하려고 무인헬기 동원? "위험성 높다")

특히 고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매년 진행하는 고래축제에서는 행사장에서 버젓이 고래고기가 판매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축제를 주최한 고래문화재단은 "고래고기는 1970년대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였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올해 고래축제에서도 포괄적 개념으로 2개 부스에서 고래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책에 대해 환경단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반구대 암각화에 나오는 고래잡이는 수천 년 전 선사인들의 생활방식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진 데다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해 포획이 금지된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고래도시를 지향하면서도 고래에 대한 배려 없이 인간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고래도시라는 치적을 쌓기 위한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 남구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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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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