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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기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나선 한 후보 측이 선거유인물에 군사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인사의 사진을 자신의 얼굴과 합성하여 게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선거유인물에서 역사 왜곡을 하려는 정권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채규정 후보 측이 선거 유인물에 사진을 합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실을 처음 올린 전북지역 민주노총 조합원의 페이스북 글. 첫 번째 사진은 채규정 후보 측 선거 유인물. 오른쪽 하단 사진은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인사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기 전 사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채규정 후보 측이 선거 유인물에 사진을 합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실을 처음 올린 전북지역 민주노총 조합원의 페이스북 글. 첫 번째 사진은 채규정 후보 측 선거 유인물. 오른쪽 하단 사진은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인사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기 전 사진.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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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기호 1번으로 입후보한 채규정·최종화 후보 측은 A4 용지 크기의 선거유인물 2페이지에 채규정 후보의 사진을 실었다. 채규정 후보가 하얀색 수의를 입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이 사진이었다. 채 후보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두 번의 구속(1991년 현대차투쟁,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과 세번의 해고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진에 대해, 지난 1998년 4월 '구로항쟁'으로 구속된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기 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을 합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은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인 1974년 서울대에 재학 중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구형받은 바 있는 민주화 인사다. 이후, 전두환 군사정권의 광주 학살에 항거하며 고 김근태 국회의원과 함께 민청련을 조직하는 등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 그러다 38세의 나이인 1990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민주화 인사 구속 사진에 후보 얼굴 합성?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채규정 후보 측이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게시한 선거 유인물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채규정 후보 측이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게시한 선거 유인물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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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의혹이 처음 알려진 것은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사실을 게시하면서부터다. 이 조합원은 원본 사진이 실린 <오마이뉴스> 2014년 4월 30일 자 기사 '24년만에 다시 만나는 두 영혼, 명복을 빕니다'를 함께 올렸다.

이 조합원은 "선거 유인물을 보는데 후보 사진이 좀 목이 길어 어색하네요. 사진도 어디서 본 듯도 하고"라며 "활동 중에 구속된 것을 강조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이런 사진 조작이라니..."라고 본인의 생각을 적었다.

채규정 후보 측의 합성 의혹이 불거진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 사진. 1988년 4월 28일, 구로구청 부정투표함으로 인한 '구로항쟁'으로 구속된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기 전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채규정 후보 측의 합성 의혹이 불거진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 사진. 1988년 4월 28일, 구로구청 부정투표함으로 인한 '구로항쟁'으로 구속된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기 전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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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합성의혹에 채 후보 선본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본 내부에서는 합성을 인정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선본 관계자는 "본인은 말할 위치가 아니"라며 답변을 피했다.

채규정 후보는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운전 중이고, 이후 선본 담당자와 먼저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기자가 한 차례 더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기호 2번으로 나선 윤종광·김연탁 후보 측 관계자는 "사진을 조작한 행위는 3만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민주화 운동의 대선배이신 고 김병곤 민청련 부의장의 명예를 욕되게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도덕적으로 아주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광 후보 측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여부 결정과 고 김병곤 부의장의 유족과 3만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을 선출하는 공직선거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에서는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선거공보물에 합성사진을 보내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는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번 합성사진 논란은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도덕적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11기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선거는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며 2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채규정 후보는 지난 2013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다. 또한 2008년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다른 후보는 윤종광 후보로 현재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이다. 윤 후보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합성,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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