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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4시, 경비원들 해고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모였다. 이날 주민들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관리사무소 앞까지 행진 한 후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회의를 개최, 입주자 대표자들 강제해임 건의안을 선관위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30일 오후 4시, 경비원들 해고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모였다. 이날 주민들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관리사무소 앞까지 행진 한 후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회의를 개최, 입주자 대표자들 강제해임 건의안을 선관위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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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평촌 부영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 대량해고를 막아냈다. 덕분에 작년 12월31일부로 해고가 결정됐던 경비원 15명이 새해 첫날을 수년간 근무했던 아파트 경비실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입주자대표들이 대다수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비원들을 해고하고 신규 인력으로 대체하려 하자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 30일 입주자대표들을 강제해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동시에 신규 인력 채용을 비롯한 대표자 의결 사항에 대한 업무를 중지해달라고 관리사무소에 요청했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받아들여 신규인력 채용절차 진행을 중지했다. 이날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구성하기도 했다.

절차 진행을 중지했을 당시 신규인력 7명 채용이 확정돼 있었다.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마치고 1일부터 출근하기로 약속돼 있었으며 '근로계약서 작성'이라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비대위가 해임 건의안을 아파트 자체 선관위에 제출하기 위한 주민동의서를 받기 시작하자 그동안 대화를 일체 거부하던 입주자대표들이 비대위에 '만남'을 요청했다. 입주자대표들은 그동안 주민들이 절차를 밟아 요청한 임시회의 개최를 묵살했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한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  

비대위와 입주자대표들은 1일 오후 2시 관리사무소에 만나 장시간 회의 끝에 '경비원 15명에 대한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경비원들은 해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비대위와 입주자대표, 경비원 계약 연장 합의... 해임건의안은 계속 진행

그러나 비대위는 입주자대표들 해임 건의안은 예정대로 2일 오전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안양시에 제출하기로 오후 7시 최종 결정했다. 주민총회를 열어 해임 문제를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의하고 입주자대표들이 날짜를 정해 통보하기로 했지만 오후 7시가 지날 때까지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아무개 비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시간 내로 날짜와 시간을 통보하기로 했는데, 3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예정대로 내일(2일) 오전에 주민 80% 서명이 담긴 동의서와 함께 해임 건의안을 선관위와 안양시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어 "주민들이 '경비원교체재심의'를 위해 절차를 밟아 요청한 임시회의 개최 요구를 묵살했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한 회의에 3회 이상 잇따라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제해임 사유를 설명했다. 

아파트 관리규약 20조는, '특별한 사유를 통보하지 않고 3회 이상 연속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하지 아니한 자'를 '주민 10분의 1의 서면동의를 얻어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받은 선관위는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 주민들에게 미리 공개 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 뒤 30일 이내에 찬·반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주민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임이 결정된다.

입주자 대표 "근무태도 불량"... 주민들 "열심히 일하는 것 다 알아"

그동안 부영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해고 문제로 입주자 대표들과 날카롭게 맞서왔다. 입주자대표들이 12월 말일부로 계약이 만료되는 경비원 15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자, 주민들은 '해고반대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입주자대표자들 결정에 집단반발 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건 곧 해고를 의미한다. 해고 반대에 서명한 주민은 담당 경비원이 퇴직예정자라 이번 해고와 관련이 없는 한 개동을 제외한 전체 주민의 94%다.

입주자대표들이 경비원들 해고 사유로 밝힌 것은 "근무시간에 졸고 지하실에서 술파티를 벌이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며 나이도 많다"는 이유다. 이에, 주민들은 "경비원들 일 잘하는 것 다 안다"며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대표자들 주장은 해고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주민들이 입주자대표들을 믿지 않는 큰 이유는 입주자대표들이 처음엔 경비원 수를 줄이려고 하다가 주민들 반대에 부딪쳐 계획이 무산되자 경비원 15명 교체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들은 지난 11월 20일 경비원 총 20명 중 11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경비원을 줄이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감원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감원결정은 취소됐다. 그 직후 입주자 대표회의는 12월 말일부로 계약이 만료되는 경비원 15명 전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주민 전아무개씨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줄이려다가 안 되니까 곧바로 교체를 강행하는 것이 마치 '너희들이 반대해도 우린 자를 수 (해고할 수) 있어'라며 오기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씨는 또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원한다고 해 놓고는 이제 와서 (비용 줄이는 것과 관련이 없는) 인원교체(해고)를 강행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진짜 이유를 속 시원히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아파트 주민 94% 반대하는데, '경비원' 해고 강행?


태그:#아파트경비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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