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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4일 오후 7시 35분]

 14일 오후 최아무개 경위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14일 오후 최아무개 경위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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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 경위가 유서에 자신과 함께 수사 받은 동료 한아무개 경위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을 남겼다. 그는 또 자신은 억울하게 문건 유출 주범으로 몰렸다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14일 오후 최 경위의 형 최요한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가 남긴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최 경위는 스프링노트 14쪽에 걸쳐 쓴 유서를 남겼지만 그의 형은 가족에게 보낸 내용을 제외한 8쪽 분량만 공개하면서 "내용을 보면 민정라인에서 회유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잘 보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13일 숨진 채 발견된 최 경위는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 2명,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동료 한아무개 경위, 그리고 언론인들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경찰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문건 유출 수사)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며 "많은 회한이 들었다"고 했다.

여기에는 한아무개 경위에게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회유를 시도했음을 내비치는 대목도 있었다. 최 경위는 한 경위 앞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슬퍼하지 말고, 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며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BH의 국정 농단 저와 상관없다...<조선> 저를 문건 유출 주범으로 몰고가"

그는 자신의 선택에는 경찰 조직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한 경위)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라며 "이제라도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고 했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며 '정윤회 문건' 논란이 벌어진 후 줄곧 고통스러웠다고 호소했다.

억울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최 경위는 자신이 문건 유출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무척 괴로웠던 데다 언론에 실망했다는 얘기를 썼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BH(청와대)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다"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유서 끝머리에 "언론인 들어라,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최 경위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부검 결과를 발표하며 "최 경위 부인이 유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밝혔다"며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의 시신에서 타살 혐의점은 없었고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사이며 최 경위가 번개탄을 구입하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공개된 최아무개 경위의 유서.
 14일 오후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공개된 최아무개 경위의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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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 경위의 유족이 공개한 8쪽 짜리 유서 전문이다.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들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냉철하게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미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경찰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A와 조선일보 B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A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B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한아무개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A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한아무개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구나.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아무개야.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대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무개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아무개야.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태그:#정윤회, #박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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