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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선산시장을 탐방했다. 지난번 장날에 이어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장터를 돌아다니며 왕족발 장사를 하는 동네 후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방문한 이유도 있고, 아이들에게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체험케 하고, 사람 사는 곳에서의 따뜻한 정감을 느끼게 해주고픈 욕심에서다.

 

선산장날은 2와 7이 들어가는 날에 열리는 5일장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윈 맹자는 홀어머니와 함께 자랐고 맹모(孟母)는 맹자를 위해 이사를 했다. 처음 이사를 한 곳은 시장터여서 맹자가 장사꾼의 흉내를 내는지라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난 그 반대다.

 

대도시가 아닌 경북 북부지방의 영주라는 소도시에서 자란 나의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는 오늘날과 같이 공부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학교는 즐거운 놀이터였고 방과후에는 또다른 놀거리가 풍부했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인 딸과 아들은 생각보다 학교 숙제가 많아서 늘 바빠 보인다. 게다가 우리가 학교 다닐적에 없었던 과목인 영어 과목이 생겨 매일 영어 단어와의 씨름에 학업에 대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다.

 

마음 놓고 제대로 뛰어 놀지도 못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푹 빠져 밖으로 나도는 시간 또한 부족한 것이 오늘날 도심지 아이들의 풍속도이자 작금의 현실이다.

 

시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파는 다양한 물건들처럼 사람 사는 모습 또한 다양하다. 시장에 오면 아이들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세상의 모든 물건들을 보게 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왜냐하면 육·해·공으로 부터 공수되어 온 산해진미가 몽땅 다 모여 있는 이유에서다.

 

드넓은 바다에서 온 다양한 물고기를 파는 어물전 아주머니를 비롯해 늠름한 빨간 닭벼슬을 뽐내는 수탉을 파는 아저씨 등 선산 장터 곳곳에는 이채로운 풍경들이 넘쳐난다.

 

후배는 이곳 선산 장날에 판을 펼친지가 세번째라고 말했다. 전에 듣기로는 선산장터에 아는 사람도 없고 텃세도 있어서 가고 싶어도 못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요행히 선산장터 제일교회 맞은편에 번듯하게 판을 벌여 놓았다.

 

물어보니 소정의 자릿세를 주고 장사를 하게 되었다며 살짝 귀뜸을 준다.

 

후배는 나름 장사를 오래하며 산전수전을 겪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구미시내 번화가에서 김밥집도 제밥 크게 운영하며 직원들도 있었지만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뒤로 재활을 하며 다시금 재기를 위해 노력해 왔다.

 

3년 전 내가 몸담고 있는 봉사단체인 형곡2동 자율방범대에 대원으로 가입해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후배의 삶의 모습을 봐았다. 처음 보았을 때 후배가 했던 일은 국수재료를 식당에 납품하기 위해 영업하는 일이어서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니는 얘기를 듣곤 했다.

 

후배는 부양가족이 있는지라 좀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해야 됬기에 어느날 족발을 직접 만들어서 장터에 내다 파는 친구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게 되었고, 생각보다 일찍 일을 배워 독립을 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후배는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이 좋아 사회생활을 유들하게 잘 하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농담삼아 왕족발을 만드는 비법을 물어보니 "제일 중요한게 정성이고 사랑입니다."라며 정말 비법을 알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조용히 오라며 맞받아 쳐준다.

 

후배를 보면 생동감있는 삶의 현장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생을 제대로 알려면 장사를 해보면 되고, 특히 장터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열려진 자유경쟁의 무대다. 성실함과 우직함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이 시장터에서 롱런하는 비법이다.

 

몹시 추운날이어서 장사하기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이런걸 각오하고 시작했습니다."라며 의지에 가득찬 반짝이는 눈빛을 보였다. 후배가 먹으라며 맛보기로 꺼내 놓은 족발 고기를 아이들은 맛있게 곧잘 먹은 뒤 다시 시장을 둘러 보았다.

 

지난번 장날에 처음 봤던 작았지만 신통방통했던 즉석 뻥튀기 노점으로 갔다. 규칙적인 시간 간격으로 뻥튀기 기계가 말그대로 '뻥'소리를 내며 뻥과자를 내뱉는다. 재미있어서 아이들에게 몇초 간격으로 뻥과자가 나오는지 세보라고 말했다. 약 9초 간격으로 나왔다.

 

화장실 갈 틈세도 없이 바쁘게 일하던 뻥튀기 아저씨가 옆에서 보더니 "정확히 8.5초 간격으로 나옵니다."라며 한 술 거드셨다. 말 꺼내신 것을 기회로 삼아 이것 저것 뻥튀기 장사에 대한 궁금증들을 물어 보았다. 뻥튀기의 종류는 두가진데 양파맛과 고구마맛이 있다.

 

다른 집은 영파즙에 현미를 담궈서 뻥튀기 과자를 만드는데 아저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현미에 양파 가루를 직접 넣어 뻥과자를 만든다고 했다. 작지만 제 가치를 톡톡히 하는 최신식 기계 한대가 부과세 별도에 300만원이라고 한다.

 

한봉지에 20개 가량의 뻥과자가 들어가고 계산상 1분에 7.05개 꼴로 뻥과자가 만들어지며 20개 만드는데는 약 2.8분이 걸린다. 그러므로 1시간에 약 21.4봉지가 제작되는 셈.

 

뻥튀기 과자 한봉지의 가격은 3000원, 양파맛과 고구마맛 두대의 기계가 쉴틈없이 돌아가므로 뻥튀기 아저씨는 1시간에 약 12만 8571원의 수입이 창출 된다. 계산상 아침 일찍부터 한나절 동안 10시간 가량 일을 하게 되면 128만원 가량의 돈벌이가 되는 이동식 공장이 된다.

 

꽤나 짭짤한 수입이 예상되리라 싶어 아저씨에 물어보니 "시장과 같이 목 좋은 곳에서 여자들이 하기에는 좋은 일이지만 남자들에게는 큰 수입이 안됩니다."라며 크게 권하질 않는 눈치시다.

 

난 경험상 사람들이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여도, 직접 장사를 해보지 않으면 그 어려움을 모를거란 사실을 잘 안다. 후배와 뻥튀기 아저씨와 같이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난 뒤 얻어낸 노하우들이 시장판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쉽게 돈벌이가 된다면 누구나 다 하련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똘똘 무장된 그리고 사업도 한 번쯤은 실패해 본 사람들이 결국에는 이렇게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 열심히 바쁘게 산다는 사실.

 

바쁜와중에도 아저씨는 아이들 먹으라며 뻥튀기 과자를 덤으로 꺼내 놓는다.

 

선상장터를 나오는 길에 코와 혀를 유혹하는 닭다리 튀김 특유의 먹음직스러운 냄새로 인해 자연스럽게 닭다리를 샀다. 한개에 1000원짜리인 닭다리 10개를 사며 아이들에게 흥정이 무엇인가를 교육시켜주기 위해 아저씨에게 닭다리 한개를 덤으로 달라며 점잖게 부탁해 본다.

 

"경제가 어렵고 재료비가 올라서 남는게 없어요."라시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지만, 닭다리를 모두 담곤 닭날개 한개를 덤으로 얹어 주신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여서 물건은 제가격 그대로에 사야만 되는 줄 아는지라, 덤으로 한개 주는 아저씨를 보며 신기한 듯 즐겁게 한마디씩 건내며 장터를 빠져나오게 되었다.

 

선산시장을 나와 구미방면으로 향하는 길에 금오서원 가는 표말을 보게 되었다. 얼마전 선산김씨의 시조인 김취문 선생 후손들의 묘사를 취재하면서 금오서원의 유래를 알게되어 평소에 선산과 구미를 오가며 그다지 관심이 없던 금오서원에 가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다. 날은 저물어 가는 상황이었지만 좀 더 욕심을 내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맹모삼천지교의 마음이 조금 발동했는지 시장에서도 유익한 하루를 보냈지만서도 유서 깊은 금오서원에 들러 아이들에게 옛적 선조들의 삶의 현장 또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낙동강 구미보 가는 길목에 있는 금오서원은 주소가 유학길 593-31번지다. 드넓은 농지와 멀리 낙동강이 바라다 보이는 탁 트인 풍경에 아이들은 도착하자 마자 연신 환호성을 내었다.

 

옛 고택에 들어오면 머리를 긁어야 되는 미신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알려 준뒤 머리를 긁적이며 금오서원 내를 둘러 보았다. 예로부터 조선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영남인재의 반이 탄생한 곳인 선산이었고 그들이 학문을 닦았을 향학의 공간이었던 곳이라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금오서원 내의 정학당에 앉아서 고매한 인품의 스승을 앞에 두고 서책을 읽었을 옛 선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게 하고픈 생각이 들었지만, 날은 점점 저물어 어둠이 드리워진 관계로 아쉬움을 뒤로 한채 금오서원을 나섰다.

 

구미시가 최첨단 전자산업도시이기 이전에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곳이 바로 이곳 선산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람 사는 맛 나는 선산장터를 비롯해 역사의 향기를 사시사철 어느때고 체험할 수 있는 선산에 방문해 보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산장날, #금오서원,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곰바우 왕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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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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