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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을 강제 진압하자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활동가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버텼다. 이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외쳤다.
 경찰이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을 강제 진압하자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활동가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버텼다. 이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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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투표일인 6월 4일 오전, 부당해고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스노동자 진기승씨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시작된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이번 진압을 '강제 침탈'로 규정하고 "사측을 비호하면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대응"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약자에게 강한 군홧발 진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지회(아래 신성여객지회)는 지난 2일 사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한 진기승씨가 34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두자 회사 측의 사과 등을 요구하면서 3일부터 승무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 진기승씨는 노동절(5월 1일)을 불과 30분 앞두고 회사 사옥 국기봉에서 투신했다. 그는 투신 전 동료들에게 회사의 거짓 회유를 원망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은 불법" 9명 연행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수 명의 경찰 병력에 거칠게 들려 연행됐다. 주변 노동자들과 윤 본부장이 걸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 당했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수 명의 경찰 병력에 거칠게 들려 연행됐다. 주변 노동자들과 윤 본부장이 걸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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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경찰은 4일 오전 6시 50분께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신성여객 차고지에 집결해 이틀째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 집회에 투입됐다. 이날 경찰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던 남상훈 전북버스지부장과 송기완 신성여객지회장을 연행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버스의 출차를 막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된다, 신고가 들어와 연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성여객지회는 "진기승 열사의 운명 이후에도 사측은 노조의 대화 요구에 어떤 반응도 없으며 일체의 교섭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에 경찰이 과잉대응으로 억압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께 다시 한 번 신성여객 사내로 진입해 농성을 벌이던 신성여객지회 지도부를 대거 연행하고 해산을 시도했다.

사측과 또 다른 노조에서 일부 차량을 밖으로 빼려고 하자 현장에 있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00여 명은 '출차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병력을 대거 동원해 연좌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과 이상무 공공운수연맹노조 위원장 등 투쟁 지도부와 조합원 일곱 명이 연행됐다.

이어 경찰은 50여 대의 버스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차고지 진입로에 도열해 노동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4일 오후 4시 현재 경찰 병력은 신성여객 차고지에서 철수했으며 버스 노동자들은 분향소가 마련된 신성여객 사옥 주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신성여객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운 덕분에 사업주는 앞으로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노사 문제에 너무 편파적"

4일, 경찰이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지회 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 다수가 연행됐다.
 4일, 경찰이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지회 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 다수가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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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민주노총의 승무거부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 집회 도중 병력을 투입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신성여객지회는 "경찰이 진기승 동지의 투신 이후 36일 동안 사태를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조합원과 가족을 우롱했던 신성여객 사측의 편에서 탄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혜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은 "진기승 노동자가 사측의 부당해고와 모욕으로 자결한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사측은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승무거부 투쟁은 노조가 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투쟁이다, 앞뒤 안 가리고 진압부터 하고 보자는 경찰의 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신성여객은 고 진기승씨의 자결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예회복과 사과 등 신성여객지회의 요구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신성여객은 고 진기승씨가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진행된 5월 1일 서울행정법원(1심)의 부당해고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는 등 해고문제와 관련해 '법의 최종 심판을 받자'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4일 오후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경찰의 침탈은 지도부를 연행해 투쟁의 예기를 꺾고, 노조에 족쇄를 채워 굴복시키기 위한 의도"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버스사업주는 굳이 많은 돈을 써 용역업체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경찰이 사업주에게 너무나도 인자하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경찰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

경찰의 제지로 이인수 신성여객지회 법규부장은 연행된 노조 지도부 면회를 할 수 없었다. 그는 덕진경찰서 주차장 진입도 제지당했다. 경찰은 오전 연행된 노조지도부의 면회를 제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제지로 이인수 신성여객지회 법규부장은 연행된 노조 지도부 면회를 할 수 없었다. 그는 덕진경찰서 주차장 진입도 제지당했다. 경찰은 오전 연행된 노조지도부의 면회를 제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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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의 진압에 대해 민주노총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뉴는 지난 4년의 버스 투쟁 과정에서 보인 경찰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세 차례에 걸친 합법 파업 과정에서 경찰은 유독 버스 노조원들의 농성과 대체인력 저지투쟁에 엄격한 대응을 취했다. 신성여객지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가 구속과 집행유예, 벌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들에 따르면 벌금액은 약 3억 원에 이른다.

신성여객지회 관계자는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을 찍고, 작은 행동에도 엄격하게 법을 내세워 진압하던 경찰을 비롯해 노동부, 전주시 등 행정기관은 버스사업주의 불법에는 관대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가 부당노동행위, 불법직장폐쇄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해도 처벌을 받은 사업주는 없었다, 그런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진기승 노동자는 죽음을 선택했다, 이 얼마나 불평등한 처사인가"라고 탄식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께 덕진경찰서가 버스노동자 네 명에 대한 경찰서 관내 출입 및 면회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버스지부장을 포함한 세 명의 버스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덕진경찰서를 방문해 면회를 신청했다. 경찰은 면회는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고 답했고, 경찰서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고 노동자들이 오전 9시 10분께 면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또다시 거부당했다. 경찰은 "현재 조사를 마치지 않았고,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면회를 제한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상길 지부장은 "됐다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인수 신성여객지회 법규부장도 비슷한 시각에 덕진경찰서를 방문했지만, 주차장에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는 청사 보호 차원에서 조합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노동탄압, #강제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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