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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최근 210여 명이 근무하는 '조선영업·기본설계부문'을 서울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예비후보의 '현대중공업 동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안에서조차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이라며 "정몽준 후보의 선거운동 지원을 위한 조치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현대중공업의 '조선영업/기본설계부문 근무지 변경 계획' 문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선박영업의 효율화 등을 내세워 총 215명에 이르는 인력을 서울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3월 중순께 근무지 변경을 마무리했다"라고 전했다.

정몽준 후보는 현대중공업 지분 10.15%(771만7769만 주. 시가총액 1조7000억 원)를 보유한 대주주다. 그의 장남 정기선씨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재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영업/기본설계획부문 근무지 변경 계획' 문건 중 일부.
 현대중공업의 '조선영업/기본설계획부문 근무지 변경 계획' 문건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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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서 '장기계획' 수립 요구했지만 근무지 서울 이전 '강행' 

'조선영업/기본설계부문 근무지 변경 계획'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전 선박영업부문 39명, 기본설계부문 176명 등 총 215명의 근무지를 서울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다. 목적으로는 ▲ 선박영업의 효율화 ▲ 기술영업의 근접지원이 제시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11월 30일 개별면담을 실시하고, 다음해(2014년) 1월 인사명령을 내고, 2월 중순께 서울 근무를 시작한다는 일정을 짰다. 변경 근무지는 현대그룹 본사 건물인 서울 계동 사옥 11층으로 정해졌다. 특히 성공적인 서울 이전을 위해 서울 이전자 처우 방안으로 ▲ 오피스텔 제공 ▲ 청운학사 기숙사 제공 ▲ 구내식당 조식식권 지급 ▲ 주택구입 및 전세대출 이자 지원 등을 새롭게 검토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조선영업·기본설계 부문은 선박 설계와 견적을 맡고 있는 곳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서다"라며 "3월 중순께 근무지 이전이 마무리됐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서울로 근무지를 이전하는 이유와 관련해 사측은 "대우나 삼성의 조선업종들은 서울에서 선주들과 미팅하며 수주작업을 하기 때문에 관련 직원들이 서울에서 근무한다, 우리도 서울로 근무지를 이전할 경우 업무효율이 향상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근무지 이전을 두고 두 가지  '설'이 돌았다. 하나는 정몽준 후보의 아들이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가 가족과 떨어져 외로워하기 때문에 부서를 경영기획부에서 조선영업·기본설계부문으로 옮겨주기 위해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 후보를 정치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이렇게 대규모 인력이 이동하는 것과 관련해 '영업하는 데 서울 근무가 필수요건이고, 지방에 있으면 인재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지장이 있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회사가 지방에 있다고 해서 수주하거나 영업하는 데 문제가 있던 적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근무지를 이전한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목적 가운데 하나가  정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운동 지원이라는 시각이다.

현대중공업 고위간부를 친인척으로 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방에서는 인재가 잘 안 모인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동원하려는 목적이 있다"라며 "부장급 인사가 대거 포함돼 있는데, 그들은 울산 동구에서 정 후보 선거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한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정 후보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면 미포조선까지 해서 1000명 정도가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는 지난해 11월께부터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영업·기본설계부문 인력의 근무지 서울 이전을 본격화하던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정 후보가 지난 3월 2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그 직후 215명의 근무지 서울 이전도 마무리됐다. 노조쪽에서 '장기계획 수립'을 요구했음에도 근무지 서울 이전을 강행한 데는 그의 정치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월 2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정몽준 의원, 서울시장 출마 공식 선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월 2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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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쪽 "오래 검토한 일... 정 후보 선거와 무관"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정 후보쪽은 모두 '선거운동 지원 의혹'을 부인했다. 현대중공업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전기·전자 부문 등 회사의 영업부서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근무지 서울 이전은 업무효율을 위한 방안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오래 검토해 진행한 일이다"라며 "사업부문의 전환배치는 수시로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무지 서울 이전을 '선거운동 지원'과 연결하는 시각에는 "전혀 상관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밖에서 보면 200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전체 직원 2만7000명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숫자다"라며 "그 인원이 간다고 선거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 후보쪽의 박호진 대변인도 "정 후보가 기본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영업활동이나 기업활동에 관여한 적이 없다"라며 "그 인원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태그:#현대중공업,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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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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