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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공문을 이첩해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여교장협의 제주 연수 안내' 공문.
 교육부의 공문을 이첩해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여교장협의 제주 연수 안내'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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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학교 1200여 명의 여교장들이 평일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대신,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에 모여 1박 2일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 '낭비성 꽃놀이 여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평일 연수 자제'를 지시해온 교육부가 학교운영비 5억 원을 들여 벌이는 평일 행사를 후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교육감 단일화 운동에 나선 한국교총에 선심성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평일 여교장 제주 연수는 수십 년 전례 없는 일"

1일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공문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아래 여교장협) 제53회 연수 개최 안내'(3월 13일 자)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여교장과 교장 출신 여성 장학관 1200여 명은 오는 10일부터 1박 2일간 제주도에서 이례적인 평일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공문은 여교장협의 부탁을 받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보낸 지난 3월 10일 자 공문을 이첩한 것이다.

'글로벌 비전을 디자인하는 행복교육' 등의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일정표에 기재된 연수시간은 모두 22시간이다. 그런데 이 시간의 절반가량인 10시간 10분 동안 참가자들은 사실상 제주 유람을 벌인다. 이 단체는 행사 첫날인 4월 10일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둘째 날인 11일 오후 12시 50분부터 오후 6시까지를 각각 '제주 역사문화탐방'으로 잡아놨다.

둘째 날 개회식 때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축사를 하고, 여교장협의 권익을 담은 결의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이런 행사를 펼치는 데 드는 총비용은 학교 돈 5억 원가량(40만 원×1200명)일 것으로 추산된다. 여교장협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교장 한 명당 출장비는 50만 원 정도이며, 전국 평균으로 보면 40만 원 정도가 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수교육감 단일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총의 직능단체인 여교장협이 평일에 대규모 제주도 연수를 계획한 것은 수십 년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여교장협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충북 청주에서 행사를 벌였다.

교육부가 이번 행사에 대해 안내 공문을 대신 보내주는 등의 후원을 한 것을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교장협은 이번 행사에 서남수 장관에게 특강을 요청했고, 교육부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래에 전국 단위 교사협의회가 평일에 하는 행사를 후원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평일 학생 학습 시간 중 연수를 자제할 것을 지시해온 바 있다.

교장들의 평일 제주 연수에 대해 초등학교 교사들은 비판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교사는 "임의 교원단체가 평일에 공금을 받아가며 반나절 총회를 위해 제주까지 달려갈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면서 "교사들에게는 몇 시간 문화 연수조차 교육부 감사 핑계를 대며 금지해온 교장들이 교육부 도움을 받아 제주도까지 가는 걸 보니 기가 막히다"라고 비판했다.

"교사들에겐 평일 한두 시간 문화연수도 막던 교장·교육부가..."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도 "교육감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보수교육감 후보 단일화 운동에 나선 한국교총 소속 교장단체에 대한 교육부의 선심성 특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라면서 "전국 초등학교 돌봄교실에는 초등학생의 간식비 1000원도 못 내주는 형편이다, 5억 원짜리 교장들의 꽃놀이 행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 관계자는 "우리가 평일 연수를 자제토록 한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영향력이 큰 분들이기 때문에 교육정책 홍보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효숙 여교장협 회장(서울장월초 교장)도 "시·도지역 별로 돌아가며 행사를 개최하다 보니 제주도에서 하게 된 것이지 유람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면서 "예년처럼 방학 때 진행하면 제주도는 방이 없어 4월 평일로 잡았을 뿐이다,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것은 전혀 아니다, 몇 해 전 여수박람회 때도 평일 교장 연수를 벌였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교장 꽃놀이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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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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