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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모종 키우기의 첫 발을 내딛다-2014년 2월 10일 월요일

농한기(12월~3월)에는 부천과 음성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그동안은 모종 키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일농원(기자가 운영하는 작은 농원)을 지키고 계신 부모님께서 하우스에서 이것저것 모종을 키워 보시는데, 제대로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탄하셔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두 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우리 하우스가 부실하다 보니 2월에서 3월 사이에 제대로 온도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비닐을 이중으로 덮어주어도 잘 자라지 못하고 금방 죽어버렸단다. 물 관리는 매일 같이 꾸준히 해 주신 것 같으므로 결국은 온도가 문제인 모양이다.

라면그릇에 따뜻한 물을 충분히 담고
대략 500개 가량의 고추씨앗을 담가 두었다.
필요한 고추모는 100개도 안되지만
실패할 것에 대비해서 많은 씨앗을 사용했다.
거실에서 가장 따뜻한 곳을 찾다가 
문주란 화분 위를 선택했다.
▲ 문주란 화분 위의 고추씨 라면그릇에 따뜻한 물을 충분히 담고 대략 500개 가량의 고추씨앗을 담가 두었다. 필요한 고추모는 100개도 안되지만 실패할 것에 대비해서 많은 씨앗을 사용했다. 거실에서 가장 따뜻한 곳을 찾다가 문주란 화분 위를 선택했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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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한 번 키워보기로 했다. 아파트는 항상 22도 이상으로 온도가 유지되고 있고, 남향이니 해가 드는 거실 유리창 쪽에는 한낮이면 25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지금 그 자리에는 아내가 열심히 키우고 있는 화분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고추 모종 한 상자가 끼어든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파트의 따뜻한 겨울을 이용한다면 모종 키우기가 의외로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고추 모종을 가져다 두면 자연스럽게 아내와 아이들도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도 모든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지켜보고 있지만, 고추 모가 자라는 70여 일의 기간을 물도 주고 옮겨심기도 하는 등 함께 키워 간다면 더욱 큰 재미와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농사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고추 모종 기르기에 성공을 하게 되면 호박과 토마토, 오이 모종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거실이 좀 작아서 과연 그 많은 모종들을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꿈은 그렇게 가져본다. 도시와 시골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무일(기자의 호)의 어려움이었다.

그런데, 모종기르기가 가능해지면 그 단점이 장점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갈 때까지는 도시의 집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억원을 주고 마련한 아파트에 무일농원의 육묘장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는가.

인터넷을 뒤져서 고추모종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오룡도사'라는 분의 답변이 가장 자세하다. 그중에서 모종 기르기와 관련된 부분을 먼저 찾아보았다.

"고추는 고온 작물이므로 겨울철 밤온도는 12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하우스 파종시기는 정해진 시기가 없으며, 언제든지 씨앗을 뿌리고 모종 가식 전까지 25도 정도와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싹 틔우기 : 발아를 고르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싹을 틔워 파종하는 것이 좋은데,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하루 동안 담근 다음, 물에 적신 천에 싸서 25-30℃ 정도 되는 온상이나 온돌방 등에서 2-3일 정도 보온하여 흰 뿌리가 조금 나오려고 할 때에 파종한다. 이때 천을 벗기면서 어린 싹이 부러지지 않도록 주의한다."(출처:다음지식/글쓴이:오룡도사님)

오늘은 먼저 고추씨앗을 물에 불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수온을 30도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미지근한 물을 만들어 커다란 용기에 담고 고추씨앗을 담궈놓았다. 이론은 30도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맞춘다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므로 꼭 따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보일러 조절기에서 표시하는 현재 온도 24도. 이 정도의 온도라면 충분하지만 좀 더 따뜻한 곳이 어디일지를 찾아보았다. 문주란 화분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화분 속이 포근했다. 그 위에다 그릇을 얹어두면 한 낮에는 25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고추 씨앗은 작년에 유기농사를 짓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것을 하우스에 직파하여 키운 것을 쓰기로 했다. 잘 키워서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씨앗을 보내주신 분들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자연의 온도는 까다롭지 않다_2014년 2월 11일 화요일

고추씨앗의 싹틔우기를 하면서 문득 걱정이 되었다. 온도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이 정도 온도면 틀림없이 싹이 틀 것이라고. 만약 실패한다면 토종씨앗이고 자연농으로 만든 씨앗이 없어져버리는 일이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렇게 걱정이 되면 온도를 맞춰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자연의 온도가 그렇게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냥 걱정만 조금 하기로 했다.

인터넷에는 없는 정보가 없다. 그런데, 막상 그 정보대로 하려고 하면 잘 안 될 때가 있다. 장비나 도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고추모종 키우기는 농부의 입장에서 어려운 장비나 도구가 보이지 않는다.

씨앗을 담가 두었던 그릇을 만져보니 차디차다. 25도~30도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23도의 실내에 방치해 두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24시간을 물에 불린 후에는 미지근한 물에 적셔진 천에 고추 씨앗을 싸서 실뿌리를 내라고 한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불린 고추씨를 면티에 싸 두었다.
▲ 면티 위에 뿌려진 고추씨앗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불린 고추씨를 면티에 싸 두었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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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주전자로 물을 데우고 마땅한 천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자전거를 닦으려고 보관해 두었던 아이들의 반팔 면티를 이용하기로 했다. 뜨거운 물에 빨았지만 방바닥에 깔아 놓으니 금방 찬 습기가 느껴진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불린 고추 씨앗을 뿌린다.

하루 사이에 고추 씨앗이 물에 퉁퉁 불려질 줄 알았더니 눈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포착되지 않는다. 온도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정성을 기울인다고 약간 검은색을 띤 씨앗들은 되도록이면 걷어내고, 맑은 색으로 빛나는 씨앗들만 두 개의 옷 위에 잘 깔고 덮어주었다.

다시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그렇지 매년 하다 보면 몸에 익어서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가 없을 때는 보일러의 온수가 제일 먼저 돌기 시작하는 부엌 바닥에 두었다가 해가 뜨면 문주란 화분 앞에 두는 것이 좋겠다. 고추씨를 담은 두 개의 옷을 가지런히 놓았다. 오늘 농사일은 끝이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삼일이라고 했으니 이틀만 기다려야겠다.


태그:#고추모종,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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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살아도 나태하지 않는다. 무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시도 쓰며, 몸을 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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