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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형 만보계 핏빗 플렉스. LED창 아랫부분을 두 번 두드리면 그날 걸은 양이 2000보 단위로 LED 점멸 방식으로 표기된다.
 팔찌형 만보계 핏빗 플렉스. LED창 아랫부분을 두 번 두드리면 그날 걸은 양이 2000보 단위로 LED 점멸 방식으로 표기된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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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밤 11시, 서울시 은평구의 한 주택가. 퇴근 후 동네를 몇 바퀴째 걸었다. 몇 번째 손목에 찬 밴드를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불이 들어오는 LED는 4개 뿐. 오랜만에 사무실 안에서 장시간 기사를 썼더니 평소보다 걸음 수가 부족했던 탓이다.

'별 게 다 나를 조련한다'고 투덜거리며 20여 분 더 걸었더니 밴드가 진동하면서 LED 등이 5개 모두 켜졌다. '데드라인'인 자정 전에 할당치인 1만 걸음을 다 걸은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켰다. '1만 3걸음, 7.87km, 2493칼로리, 69분 운동'. 핏빗(fitbit)사의 손목밴드형 만보계 '플렉스(flex)'로 측정한 오늘의 활동 정보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이를 응용한 웨어러블 기기(개인 활동량 측정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크게 관계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걷기와 관련된 디지털 만보계들이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인기다. 핏빗은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꼽힌다. 먹은 음식과 소모되는 칼로리를 계산해 체중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기능은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다소 부담스러워진 가격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걸음 수·수면 중 움직임 측정...하루 소모 칼로리도 보여줘

핏빗은 움직임을 계측하는 센서와 블루투스 칩을 이용해 사람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기다. 기능과 형태에 따라 손목시계 형태의 핏빗 포스(force), 팔찌 형태의 핏빗 플렉스(flex), 클립 모양의 핏빗 원(one)과 핏빗 집(zip) 4종류가 있다. 가장 저가 모델인 핏빗 집에는 가장 기본적인 걸음 수 측정 기능만 탑재되어 있고 가장 상위 기종인 핏빗 포스로는 걸음 수, 수면 방식, 올라간 계단 수도 측정 가능하다. 핏빗 원부터는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걸음 수 측정이다. 3축 가속도계를 내장하고 있는 운동감지 센서가 사용자의 실제 걸음을 파악해 기록한다. 과거 스마트폰 출시 이전에 중년 남성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던 만보계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핏빗은 그때처럼 손으로 흔든다고 해서 쉽사리 걸음 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가속도계 센서 탓에 러닝머신을 이용한 걷기도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수면 방식 역시 센서로 측정한다. 수면모드가 시작되면 이후 침대의 진동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고나면 전용 앱을 통해 수면 중 어느 시간대에 뒤척였고 중간에 몇 번 잠에서 깼는지, 죽은 듯 움직임 없이 잔 시간은 언제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센서를 통해 측정된 정보들은 블루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보내진다. 걸음을 걷고 5초 가량 후에 스마트폰을 보면 실시간으로 걸음 수가 올라가는 게 보일 정도다. 앱에서는 이들을 바탕으로 기기 초기화 때 입력된 사용자의 신체조건을 감안해 걸은 거리와 소모 칼로리 등을 계산한다.

키가 181cm, 몸무게가 74kg인 기자의 경우 1만 걸음을 걸으면 2490칼로리를 소모해 7.87km를 이동한다는 식이다. 모든 정보들은 날짜별로 그래프화 되어 앱에 저장되는데 이밖에도 음식량, 음료 섭취량, 체중 등의 정보를 사용자가 별도로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성적인 운동부족이라면...'걷기' 위한 좋은 조력자 

iOS(좌)와 안드로이드(우)의 핏빗 앱 화면 캡쳐. 각 항목으로 들어가면 세부 그래프와 시간대별 변화를 볼 수 있다.
 iOS(좌)와 안드로이드(우)의 핏빗 앱 화면 캡쳐. 각 항목으로 들어가면 세부 그래프와 시간대별 변화를 볼 수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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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종일 움직인 흔적들을 예쁘게 생긴 그래프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만보를 걸으면 등록된 이메일로 배지도 준다. 주변에 이 기기를 갖고있는 친구가 있다면 등록해서 서로의 기록을 견줘볼 수도 있다. 그러나 팔찌형 만보계인 핏빗 플렉스를 리뷰한 지 3일 만에 기자는 스스로가 이 기기 리뷰에 적합하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취재 현장을 오가다 보면 항상 초저녁 무렵만 돼도 목표량인 1만 걸음이 달성됐기 때문이다. 기기 설정을 통해 걸음 수 목표량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렇게 다이어트가 간절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나마 유용한 것은 알람 기능이었다. 손목에 찬 팔찌에서 진동이 왔더니 단번에 잠이 깼다.

기자 같은 사람보다는 만성적인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보다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는 다리 근육과 관절을 단련시켜줄 뿐만 아니라 혈압과 혈당, 중성지방을 낮춰주며 골밀도를 높여준다. '숨쉬기 운동'만 좋아한다는 주변 지인 이 아무개씨에게 이같은 설명을 건네며 플렉스를 채웠다. 매일 운동 기록은 기자에게도 보여주기로 했다.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 중에 그는 '족쇄'라는 표현을 연거푸 썼다. 이 지인은 첫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에 가만히 앉아서 만보계를 잡고 손으로 열심히 흔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숫자가 안 올라가자 울며 겨자먹기로 강아지와 산책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때는 강아지 몸에 만보계를 부착시켜서 돌아다니게 할까도 생각했었다"던 그는 며칠이 지나자 플렉스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하루에 만보씩 꼬박꼬박 걸었더니 잠도 잘 오고 체력도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것. 이씨는 "걷고 있는데 문득 1만 걸음을 다 걸었다는 진동이 오면 기분이 무척 좋다"면서 착용 1주일만에 목표량을 1만 2000보로 올렸다.

클립형 만보계 핏빗 원(fitbit-one). 걸음 수 측정 기능과 수면패턴 측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핏빗 원에는 고도계 센서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올라간 계단 높이' 정보가 제공되는 게 특징이다. 핏빗 플렉스에는 이 기능이 없다.
 클립형 만보계 핏빗 원(fitbit-one). 걸음 수 측정 기능과 수면패턴 측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핏빗 원에는 고도계 센서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올라간 계단 높이' 정보가 제공되는 게 특징이다. 핏빗 플렉스에는 이 기능이 없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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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량 많고 걷기보다 달리기 즐기는 사람에게는 유용성 ↓

핏빗은 지난해 나이키 퓨얼밴드, 조본(Jawbone) 등을 제치고 미국 신체활동량 측정기기 시장의 67%를 석권했다. 다양한 정보 제공과 폭넓은 스마트폰 호환성이 강점이라는 평이다. iOS와 안드로에드 모두 지원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갤럭시S3·S4, 갤럭시노트2·3, LG G2 등 블루투스 4.0 지원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걷기 동호회 내 평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평소 운동량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자의 예를 들어 언급했듯 일상 생활에서 하루 1만 걸음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유용성이 크다.

걷기보다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적합치 않아 보인다. 이 기기는 걷기보다 강도가 높은 운동에 대해서는 정확한 활동량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계단 걷기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게 훨씬 높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운동이지만 핏빗에 측정되는 소모 칼로리는 같다.

흥미삼아 사용해 보기에는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핏빗 포스는 정가가 17만 9000원, 핏빗 플렉스와 핏빗 원은 13만 9000원이다. 단순 만보계인 핏빗 집의 가격은 7만 9000원이다. 핏빗 플렉스는 팔목 밴드를 교체할 수 있지만 핏빗 포스는 밴드 교체가 불가능하다.

왼쪽은 핏빗 플렉스용 손목 밴드. 손목 밴드는 크기에 따라 L형과 S형으로 나뉘는데 처음 플렉스를 구입하면 선택한 색상의 L형 밴드와 S형 밴드가 들어있다. 밴드의 기본 색상은 블랙과 플레이트(진회색)이고 취향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추가 구입할 수 있다. 오른쪽은 핏빗 원용 손목밴드. 벨크로(찍찍이)방식이다.
 왼쪽은 핏빗 플렉스용 손목 밴드. 손목 밴드는 크기에 따라 L형과 S형으로 나뉘는데 처음 플렉스를 구입하면 선택한 색상의 L형 밴드와 S형 밴드가 들어있다. 밴드의 기본 색상은 블랙과 플레이트(진회색)이고 취향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추가 구입할 수 있다. 오른쪽은 핏빗 원용 손목밴드. 벨크로(찍찍이)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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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핏빗, #FITBIT, #만보계, #웨어러블,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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