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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촛불 집회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정웅씨 등 시민 5명이 지난 2011년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국가의 배상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 작년 10월 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이들은 지난 24일 국가로부터 배상금 1100여만 원을 받았다. 이후 배상금 전액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신씨(42·회사원·서울시 종로구)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가가 저희한테 배상을 한 건데, 그 출처가 세금이니 좋은 일에 쓰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많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 게 마음에 걸렸는데, (기부가) 그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늦게 알려진 '국가 잘못 인정' 판결... 2009년 5월 2일 무슨 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1주년을 맞은 2009년 5월 2일 저녁 서울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1주년을 맞은 2009년 5월 2일 저녁 서울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남소연

신씨가 피고 '대한민국'에게서 받은 배상금 약 200만 원은 5년 전 촛불집회에서 불법체포돼 약 48시간 동안 구금당했던 사건 때문이었다. 신씨와 함께 끌려갔던 동료 4명도 이날 배상금을 지급받았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1주년 기념일'이던 2009년 5월 2일 경찰에 연행당한 112명 중 일부였다.(관련 기사 : 93년생 여고생도 연행... 경찰에게 대들면 다 잡아간다?).

그날 신씨는 서울광장을 찾았다. 때마침 열리는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음악공연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도를 막아선 경찰 탓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던 그는 주변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는 트럼펫과 북을 연주하며 시민들과 노래를 불렀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10여 명이 한창 공연 중이던 오후 8시 50분쯤, 경찰들이 갑자기 사람들을 에워쌌고 신씨 등 5명을 체포했다. 명목은 현행범 체포. 이들은 곧바로 강서경찰서로 끌려갔고 법적 구금시간인 48시간이 다 돼서야 풀려났다. 경찰은 "당신들은 (불법집회) 주동자들이라 원래 이렇게 풀어주지 않는다"며 "곧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26일 "그런데 한 달, 6개월, 1년이 지났지만 아무 통지서도 날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소문 끝에 이들은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고 검찰로 안 보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신씨는 "경찰도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갔다는 것을 알고 내사 종결을 한 것 아닌가 했다"며 "이것은 문제란 생각에 재판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체포됐던 4명과 함께 2011년 10월 4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승소... '피고 대한민국' 상고 포기

2012년 11월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49부·판사 안희길)는 "경찰이 명백한 증거 없이 신씨 등을 불법적으로 체포, 감금했으니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들에게 2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 대한민국'은 곧바로 항소했다. 지난해 9월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익현) 역시 "1심 판결은 정당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 쪽에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013년 10월 판결은 확정된다.

하지만 신씨는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볼 때 우리가 대법원에 가도 이길 것 같고, 그럼 대법원 판례로 남을 테니 저쪽에서 포기한 것 같다"며 "돈 주고 끝내려는 건 아닌지 기분 나쁘다"고 했다. 또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 때문에 그 자리(집회)에 나갔는데, 그로 인해 대한민국을 상대로 재판을 해서 이겼다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최근에는 집회에 나가지 않고 뉴스로 소식을 접하는데, 거기 나오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2008년만해도 경찰들이 시민들을 방패로 치는 모습을 많이 봤지만 일일이 촬영을 못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시위대) 진압에 참여한 간부들은 거의 다 진급하지 않았을까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더 보장받길 바라지만 정권이 콧방귀라도 뀌겠습니까?"

"출처가 세금인데, 좋은 일에 써야죠"

신씨 등은 24일 받은 국가배상금 1100여만 원 전액을 다음날 '시민악대'와 변호를 맡았던 이광철 변호사 이름으로 '노란봉투'에 넣었다. 파업 이후 손해배상 판결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이 진행 중인 기부금프로젝트다.

그는 "국가가 저희한테 배상을 하는 건데, 그 출처가 세금이니 좋은 일에 쓰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끝나도 사람들은 흥분한 상태예요. 그런데 같이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면 기분이 많이 가라앉아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희가 당시 연주했던 게 조금이나마 사람들을 평온하게 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 게 마음에 걸렸는데, (기부가) 그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노란봉투 캠페인에 함께 해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약칭 '손잡고') 출범식 행사장 앞에서 아름다운 재단과 '손잡고'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노란봉투'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란봉투 캠페인에 함께 해요"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약칭 '손잡고') 출범식 행사장 앞에서 아름다운 재단과 '손잡고'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노란봉투'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촛불집회#과잉진압#노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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