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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일본 육상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발을 지원받았다(현지시간 12월 23일). 물론 이번에 제공받은 실탄은 같은 종류로 반환하거나 돈으로 지불하면 된다.

한국 정부는 실탄지원 사건을 두고 한빛부대가 단순하게 추가 방호력 차원에서 지원받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에 멍석을 깔아줬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과연 누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가? 모든 상황을 분석해 보면 의도가 무엇이든,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현지 상황에 대한 오판으로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지휘라인의 책임도 상당히 무겁다.

먼저 한빛부대와 한국정부의 미숙한 대처로, 일본의 국제주의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일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지 부대가 유엔 남수단임무단(아래 UNMISS)에게 탄약지원을 요청했고, UNMISS 주선으로 일본 자위대가 탄약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군사편제를 보면 한국정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공병과 의무 위주의 한빛부대 및 일본 자위대는 평화유지군(PKO)이다. 그리고 이들 부대는 유엔 군사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는 UNMISS 예하부대로 편제돼 있다. 실제로 한빛부대는 UNMISS에 탄약 지원을 요청했으며, UNMISS 주선으로 일본 자위대가 탄약을 제공했고 UNMISS 항공기가 탄약을 수송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주장을 더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한빛 부대장 고동준 대령이 전화로 현지주둔 육상 자위대에 실탄지원 요청을 했고, 실탄지원 후 감사인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동영상과 증거를 공개했다.

일본의 자료를 볼 때, 한빛부대의 지원요청을 부인할 수 없다. 한일 간에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없기 때문에 두 국가가 외교라인을 통해 유엔을 매개체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군비증강을 경계하는 대일감정 때문에, 한국정부는 유엔이라는 형식적 통로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탄지원을 홍보하는 일본의 행태를 볼 때, 일본의 국제주의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한빛 부대장을 비롯한 정부의 무능력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일차적 책임은 고동준 대령에게 있다. 최고 지휘관은 현지상황을 판단하여 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남수단의 상황이 단번에 급박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단 며칠 만에 약 15000명의 피난민이 보르(Bor) 지역의 숙영지에 몰려들지는 않았다. 단 며칠 만에 숙영지 주변이 적군으로 득실거리지 않았다.

서서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채지 못했거나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음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가까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에 실탄지원을 요청하면서 본국 합동참모본부에도 보고했던 것이다.

그리고 합참과 국방부로 이어지는 지휘라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수단이 내전지역인 이상 한빛 부대는 예비탄약을 충분히 준비했어야 했다. 그리고 정보와 외교통로를 총동원하여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선제적 보급을 실시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확률이 1%인 상황도 있고, 0.1%일 때도 있는데 어떻게 다 대비하느냐?"면서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있다. 0.1% 이하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게 작전인데, 국방부의 이러한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한빛부대가 탄약부족을 보고했을 때, 합참은 미국에게 지원요청을 하라고 지시했어야 했다. 세심한 검토를 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이 자국을 홍보하는데 이용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군사작전은 승리와 국익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예비탄약을 준비하지 않았고, 현지상황에 대한 판단 미숙으로 적절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 중이라면 안보가 송두리째 날아갈 정도의 실패이다. 상황이 급박했다면 한국과 같은 구경의 소총을 사용하는 미국을 선택하도록 검토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본으로부터 탄약을 보급 받았고, 이러한 과정이 일본의 집단안보에 이용되고 있다. 국가이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분명하다. 단순한 실탄 10000발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실패이며 국익의 손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 현지 지휘관과 합참-국방부 지휘라인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태그:#한빛부대, #일본실탄지원, #집단자위권, #남수단임무단, #남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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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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