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방부가 익명 투서자로 지목당해 강압적인 감찰을 받았다며 소속부대 지휘관을 군 검찰에 고소했던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원사의 사례를 지휘체계 문란행위로 파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국군정보사, 사령관 고소한 부사관 '해임' 논란)

국방부는 또 상관에 대한 무고형 고소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방부 인사관리훈령을 개정하고 상관 고소·고발·신고 방지를 위한 처벌대책을 마련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8월 16일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복지실장 주관아래 '군기강 확립 강화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각 군의 인사담당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장병들의 기초군기 위반 관련 사례와 함께, 지난해 11월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육군 대령이 입찰 관련 부당 지시 등과 관련해 지휘관(해군 소장)을 군 검찰에 고소한 사건과 지난 5월 강압적인 감찰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을 고소한 두 원사 사건이 "군 기강 해이 및 대군불신 초래"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정보사, 징계위원회 열고 A 원사 해임(강제전역) 처분

특히 국방부는 정보사령관 고소 사건을 들어 "(군)검찰 조사결과 '무혐의' 처리되자, 외부기관 제보 및 언론보도로 대군불신을 초래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5월말 '부대 내 남녀 부사관이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익명 투서를 국방부에 보낸 인물로 지목돼 감찰실 조사를 받았던 A육군원사와 B공군원사가 정보사령관과 감찰실장을 협박 및 명예훼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다.

특히 A 원사는 조사 과정에서 투서를 보낸 혐의를 부인하자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지금 투서 문건을 국과수(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서 지문을 채취해서 끝까지 범인을 잡을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를 통해 거짓말 탐지기 등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범인을 찾아 형사 입건을 시키고 군복을 벗겨버릴 것이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A 원사는 감찰실장(육군 대령)으로부터도 "너는 내가 끝까지 파헤쳐서 죽인다"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일, 이 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정보사령관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녹음 파일 등으로 인정되지만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업무범위 내에 속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감찰실장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군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국방부에서는 '군 기강 확립대책 회의'(8월 16일)가 열렸고, 8월 20일 정보사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A 원사를 해임(강제전역) 처분을 내렸다. 이는 국방부 회의결과가 정보사 징계에도 다분히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다.

특히 회의에서 국방부는 "상관 고소 등 발생시 정상적인 부대운영 보장 및 무분별한 고소 등 원천근절을 위한 법규와 지침을 보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방인사관리훈령을 개정하고, 처벌대책을 강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즉, 인사관리훈령을 개정하여 국방부인사위원회 심의사항에 '상관 고소자를 부대에서 일시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를 추가해 "상관 고소자를 해당부대에서 일시 분리하거나 다른 부대로 전속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한 상관 무고는 형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 및 현역부적합 처리를 하는 방안 외에 '무혐의' 고소 사건에 대한 징계처리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즉 현행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무혐의' 고소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경우"의 사유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징계권자는 '무혐의' 고소 등으로 군 기강 해이나 부대단결 저해를 초래한다고 판단될 시 관련자에 대해 반드시 징계회부를 요구하도록 했다.

이날 회의내용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되었다.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정보사령관 고소사건을 일종의 '항명'사건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도 형법상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훈령에까지 처벌근거를 만들어 놓는다면 사실상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상관에 대한 고소가 불가능해 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절차보다 훈령만으로 쉽게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군인이 신분상 불이익을 무릅쓰고 상관에 대한 고소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일반 형사소송법과는 달리 일정한 단위부대 지휘관(군사령관, 군단장, 사단장, 비행단장 등)이 군사법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관할관 제도를 두고 있는 군사재판의 특성상 상관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사법원의 관할관은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미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훈령'으로 무혐의 고소를 새로 규정하려는 것은 상관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에 있어 무혐의가 나오는 경우 일률적으로 징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혹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또 "상관인 지휘관의 관할을 받는 상황에서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군내 사건사고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군 조직의 상명하복 특성, 지휘관이 수사, 재판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 아래서 사실상 상관에 대한 고소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정보사령관 고소사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