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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을 통한 수자원확보와 수질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부 문건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4대강 정비사업의 낙동강 함안합천보에서 각종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4대강 사업을 통한 수자원확보와 수질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부 문건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4대강 정비사업의 낙동강 함안합천보에서 각종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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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일 오후 3시 7분]

4대강 사업을 통한 수자원확보와 수질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정부 문건이 공개됐다. 수자원확보와 수질개선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로 홍보해왔던 사안이다.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사업 검토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심 6미터를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도 국토부 문건에서 다시 확인됐다.

"준설·보 설치 등 인위적 변화로 지하수위 변동, 취수장애 우려"

2일 이미경, 박수현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2009년 4월 8일 국토부가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라는 제목의 '대외주의' 문건을 공개했다. 4대강 사업 기획단 회의용으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회의종료 후 회수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등 국토부의 내부 비밀문서로 작성됐다. 당시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2009년 6월)이 발표되기 직전으로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시기였다.

이 문건에서 국토부는 "홍수 시 물을 저류하여 갈수 시 공급하는 다목적 댐과 달리, 보는 연중 일정수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확보 효과는 거의 없다"며 "댐은 상류의 맑은 물을 모아 공급하는 반면 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으로 활용 곤란(하다)"고 밝혔다. 애초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겠다는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심지어 국토부는 보를 통해 물을 가둬둠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국토부는 같은 문건에서 "중하류는 대도시, 공단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악화 우려, 준설로 인한 수위저하, 보 설치로 인한 수위상승 등 인위적 변화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 및 취수장애 우려"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4대강에서 발생한 녹조와 염기성 증가로 실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 '녹조라떼' 뒤덮인 4대강, '강알칼리'로 수질도 악화)

국토부는 이같은 문제점이 결국 4대강 사업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도 예측했다. 이 문 건 마지막에는 "준설과 보 설치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보다 댐 저수지 내부를 준설해서 저류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에서는 효과적인 홍수와 가뭄대비를 위해서는 저류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운하 고려해 보 설치"... '4대강 사업=대운하 사업' 다시 확인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수자원확보가 거의 효과 없다는 내용의 국토부 작성 문건.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수자원확보가 거의 효과 없다는 내용의 국토부 작성 문건.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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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국토부 문건에 나타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국토부 문건에 나타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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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실에서 이날 공개한 국토부 문건을 통해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을 염두 사업이라는 것과 이를 위한 '수심 6미터 준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내용은 기존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드러난 내용이지만 국토부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관련기사 : "대운하 안 한다"던 MB, "수심 6m" 계속 지시)

국토부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미터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 포기 발언을 하고 4대강 정비 계획을 발표했을 때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다음해 2월 4대강 사업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하상준설(최소수심)은 3~4미터 수준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두 차례 지시사항을 종합하면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최소수심을 3~4미터로, 최고 수심을 5~6미터로 하라는 것이다. 국토부 문건에는 이같은 내용을 "마스플랜에 반영,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2009년 6월 발표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그대로 반영됐고, 2008년 12월 최초 발표됐던 4대강 정비계획에 비해 준설량이 2배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추진을 염두하고 마스터플랜을 준비했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국토부가 2009년 2월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라는 문건에는 "뱃길복원, 도시 내 유람선 운행구간은 선박운항에 요구되는 수심(3미터 내외)과 수로 폭(50~100미터) 확보"라고 나와 있다. '보 건설 결정시 고려사항'이라는 부분에서는 "뱃길복원, 유람선 운행, 수상레저 등에 필요한 수심유지 구간에 건설"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4대강에 보 건설이 수자원확보를 통한 홍수·가뭄 대비, 수질개선 등의 용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에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 수립단계로 들어간다. 두 달 후인 4월에 작성된 문건에는 '낙동강 구미~상주구간(73킬로미터) 수심확보 방안'이라는 항목에 "최소 수심 4미터 이상 확보를 위해 추가로 보 3개소(높이 11미터 내외)와 준설 0.9세제곱미터 필요"라고 제시했다. 실제로 이 구간에는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세 개의 대형 보가 건설됐다.

이 문건에서는 또 "유람선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계획 중인 보에 갑문을 설치하고 주요도시에 선착장 필요"라며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이라고 나와 있다.

"문화재 조사·환경영향평가 간소화해라"

민주당이 다시 한번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요구한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민주당이 다시 한번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요구한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이명박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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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대형 보의 위치가 운하 사업을 고려해 계획 됐음을 보여주는 국토부 문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대형 보의 위치가 운하 사업을 고려해 계획 됐음을 보여주는 국토부 문건.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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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속도전으로 전개되면서 사전에 거쳐야 할 법적 과정을 위법적으로 축소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비리에도 정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공개된 '4대강 사업 추진본부'가 작성한 '차관주재 긴급회의 결과보고'라는 문건에는 대형토목사업 사전에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문화재 지표조사'와 관련해 "직접 시발굴 최소화되도록 추진 중"이라고 나와 있다. 문화재를 직접 시발굴 해서 조사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의견수렴 절차 생략, 중점 평가항목, 범위 등의 사전 결정 등을 통해 평가절차를 간소화(한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표조사, 환경영향평가 모두 사업 속도전에 밀려 졸속으로 진행된 것이다.

건설사들의 입찰 과정에서도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나타났다. 이 문건에서 당시 국토부 차관은 "턴키 공사시 낙찰률 90% 이상시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대비 필요"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은 입찰가 담합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벌을 받았고, 최근에는 검찰 수사로 전현직 임원 22명이 기소됐다. 문건에 나타난 정황상 이 발언은 김희국 당시 국토해양부 제2차관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4대강 사업 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번에 공개된 국토부의 문건들은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일부 드러난 문제점이 국토부 문건으로 다시 확인된 것을 넘어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을 놓고 벌인 거짓말이 진실로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가 이미 감사원 발표를 바탕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가운데 4대강 사업이 '총체적인 사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경, 박수현, 임내현, 유후덕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문건을 공개하며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의 처벌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태그:#4대강, #4대강 사업, #박수현,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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