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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2009년 제작한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에 "인터넷을 통한 분류결과의 실시간 전송기능"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시한 중앙선관위의 2009년 투표지분류기 제작 제안요청서에 의하면 "분류결과의 실시간 전송" 기능이 들어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이 항목은 기안한 직원이 실수로 넣은 것이지 실제 제작은 이 같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중앙선관위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표물량 증가에 대비"하고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사무 진행 도모"를 위해 총 38억 7천여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484대의 투표지분류기를 새로 제작하였다. 그런데 이 사업의 "제안 요청서"를 살펴보면 "분류결과의 실시간 전송" 항목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명시돼 있다.

투표지분류기 실시간 전송 기능 넣으라는 내용
▲ 실시간 전송 투표지분류기 실시간 전송 기능 넣으라는 내용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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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결과를 인터넷 전용망을 통하여 중앙선관위 서버로 전송할 수 있어야 함.
※ 운용프로그램 납품시에는 전송기능이 있는 프로그램과 없는 프로그램을 각각 납품하여야 함.

개표는 투표지분류기로 후보자별 득표수를 분류한 뒤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들의 검열을 거쳐 위원장의 최종 공표, 보고용 PC로 개표 결과의 '보고'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투표지분류기 분류 단계에서 후보자별 득표수가 중앙서버로 실시간 전송된다면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심사집계부, 검열위원, 위원장의 공표 등의 과정이 다 생략되는 거나 다름없다. 이 경우 선관위가 줄곧 주장해온 사실과도 배치될뿐더러 공직선거법 178조를 위반한 불법적 개표가 된다.

중앙선관위는 대선 하루 전 가진 브리핑에서 "투표지분류기는 인터넷과도 연결되지 않고 오프라인(off-line)으로 독자 운영되기 때문에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선관위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누이 강조해온 사항이다. 하지만 2009년 투표지분류기 제작을 위한 "제안 요청서"에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전송 기능이 포함돼 있음이 드러나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개표기의 투표지 분류 결과에 대한 인터넷 전송 기능은 중앙선관위가 2002년 개표기를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중순 전자개표기 시연과정에서 미분류표 4%에 달하자 한나라당이 전자개표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개표기의 제어용 PC로 중앙서버에 곧바로 전송하는 기능을 없앴다. 중앙서버에 보고하는 절차도 심사집계부가 심사, 집계를 완료한 때 1차로 전송하고 위원장이 최종 공표한 뒤 2차로 전송하도록 하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8대 대선 개표에서는 심사집계부 단계의 1차 전송 절차가 없었다. 심사집계부 단계의 집계결과를 보고용 PC에 '1차 저장'하고 위원장의 공표 이후 중앙서버에 '보고'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면 중앙선관위가 2009년 개표기를 제작하면서 분류결과를 중앙서버에 실시간 전송하는 기능을 넣어 납품해 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제안서를 기안한 직원의 실수로 그 내용이 들어갔다며 실제 제작된 개표기에는 전송 기능이 없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빙하고자 2012년 12월 10일에 납품업체인 (주) 한틀시스템에서 받은 확인서를 제시하였다. 이 확인서에는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전송기능은 실제 사용하지 않은 불필요한 기능으로 귀 위원회 측의 요구에 의하여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고, 따라서 전송기능이 구현된 프로그램을 납품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SCSI방식의 투표지분류기
▲ 제어용 컴퓨터 뒷면 SCSI방식의 투표지분류기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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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 같은 확인서를 받은 것은 누군가의 문제제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시비를 없애고자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납품업체에 확인서 요청한 공문 공개를 요구하자 '구두'로 했기에 '없다'고 답변했다. 투표지분류기 추가 제작 제안 요청서는 담당자 말고도 7명의 관련 선관위 직원이 결재하였다. 그들이 논란의 불씨가 될 만한 투표지분류기의 실시간 전송 기능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투표지분류기의 실시간 전송 기능 유무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경기 남양주, 경북 경산시, 경남 김해, 전남 순천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위원장 공표 전에 개표 결과가 중앙에 보고된 사실이 드러났다. 개표결과가 1~2시간가량이나 앞서 보고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선관위 해명과 달리 투표지분류기 단계에서 개표결과가 전송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USB방식 투표지분류기 설명 화면
▲ 설명서 USB방식 투표지분류기 설명 화면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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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9년에 새로 제작한 투표지분류기 484대는 기존의 SCSI방식의 기기와는 다른 USB방식이다. 중앙선관위는 현재 SCSI 방식의 낡은 투표지분류기 1378대를 폐기하고 내년 2월까지 새로 제작하고자 추진 중이다.


태그:#투표지분류기, #중앙선관위, #전자개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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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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