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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갱이무침에 녹차로 빚은 쌀먹걸리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랍니다.
 대갱이무침에 녹차로 빚은 쌀먹걸리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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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거예요. 대갱이가 살이 올라 겁나 좋아요."

벌교 재래시장입니다.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습니다.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합니다. 지난 23일 대갱이(개소겡)를 맛보려고 지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현지인들이 대갱이 또는 운구지라 부르는 이 녀석은 정말 못생겼습니다. 건조한 것을 다발로 묶어 팔고 있습니다.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이 험상궂은 녀석, 살아있는 모습을 안 봐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옛날엔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먹었다는 귀한 녀석이지요

대갱이 묶음입니다. 이래봬도 옛날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먹었다는 귀한 녀석이지요.
 대갱이 묶음입니다. 이래봬도 옛날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먹었다는 귀한 녀석이지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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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갱이 한 묶음에 1만 원입니다. 이래 봬도 옛날에는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먹었다는 귀한 녀석이지요. 생긴 건 이래도 맛은 으뜸입니다. 말린 것을 방망이로 북어 패듯이 두들겨 불에 구워 뼈를 발라내고 적당한 크기로 찢어내면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막걸리와 찰떡궁합이지요.

"한 묶음에 스물대여섯 마리 될 겁니다. 잡사 본 사람들은 그냥 사는데 안 잡사 본 사람들은 물어보기만 해요. 남자들에게 장어보다 좋아요. 옛날엔 돈 많은 사람들만 먹었어요."

세곡상회 주인 아주머니(65·전의님)는 벌교 대포와 선소 바닷가에서 잡아온 대갱이 자랑에 열을 올립니다. 문절이(망둥어)보다 훨씬 맛있고 남자들에게 정말 좋다고 합니다.

대갱이,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별미랍니다

대갱이무침 요리는 이곳 식당이 최고랍니다.
 대갱이무침 요리는 이곳 식당이 최고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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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대갱이 반 묶음(5천 원)을 사서 양념집(동막식당)으로 갔습니다. 해마다 이 식당에 한두 차례 들리는데 대갱이 무침 요리는 이곳이 최고랍니다. 대갱이 대여섯 마리를 꺼내어 방망이질합니다. 가스 불에 구워내니 고소한 냄새가 식당 안에 가득합니다. 집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는 전어구이 냄새와는 또 다른 향기에 취해봅니다.

"세로로 세워서 두드려야 잘 부서져요. 이렇게 반으로 가르면 뼈다구가 없어져 부드러워요. 그냥 잡숴도 고소해요."

대갱이는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험상궂은  모습입니다.
 대갱이는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험상궂은 모습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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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갱이를 가스 불에 구워냅니다.
 대갱이를 가스 불에 구워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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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질한 대갱이를 반으로 펼치자 뼈가 우수수 쏟아져 내립니다. 적당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냅니다. 그냥 먹어도 고소하지만,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별미랍니다.

"참기름, 요거는 간장, 마늘, 청양고추, 양파, 쪽파, 고추장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요."

막걸리 한 병에 2천 원, 양념값 5천 원이면 다 해결됩니다

맛있는 대갱이 무침입니다. 유근철(50)씨는 처음 먹어본 대갱이 무침이 "첨보게 맛있다"며 막걸리 잔을 기울입니다. 쫄깃하고 고소한 이 맛, 정말 생김새와는 다른 별난 맛입니다. 찜 솥에 쪄내면 부드럽고 몰랑해져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대갱이 무침에 녹차로 빚은 쌀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랍니다.

"이렇게 잡수면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의 전라도 방언)가 있어요. 찜 솥에 한번 쪄내면 더 쫄깃하고 몰랑거려 맛있어요."

대갱이를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별미랍니다.
 대갱이를 갖은 양념에 무쳐내면 별미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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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병에 2천 원, 양념값 5천 원이면 다 해결됩니다. 음식 재료를 사가는 것보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면 더 좋은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답니다. 취향대로 입맛대로 다 맞춰준답니다.

벌교 재래시장 대갱이 무침 맛 한 번 보세요. 진정한 식도락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갱이, #개소겡, #고흥, #식도락,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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