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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예비력 부족을 들어 여름철 폭염시 에너지 절약을 권고해 왔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피크타임 절전 실천 부산시민운동본부 발족식.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예비력 부족을 들어 여름철 폭염시 에너지 절약을 권고해 왔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피크타임 절전 실천 부산시민운동본부 발족식.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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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경보 발령! 당장 에어컨부터 끄세요!"

여름철 무더위에도 온 국민을 떨게 한 전력위기 경보 기준이 되는 예비력 계산에 허점이 드러났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홍보용과 내부용 운영예비력을 각각 따로 계산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사실이 국회와 정부 합동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예비력 계산에 EMS 활용 안 해... 상태추정 값도 제각각"

전정희 민주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MS기술조사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 전력 IT 시스템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정부와 산업부에서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지 3개월만이다. 다만 위원들 사이에 EMS 정상 운영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려, 앞으로 개선책 마련에 진통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10일 사전 입수한 최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회 추천 위원들은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 관리에 EMS뿐 아니라 전력시장운영시스템(MOS)을 함께 쓰면서 발전기 상태추정값이 서로 다르고 운영예비력도 급전원이 수동으로 계산하는 등 전력수급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정부 추천 위원들은 두 시스템 혼용으로 발생하는 오차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실시간 상태추정을 통해 '안전도 제약 경제급전(SCED)'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 시스템 통합 작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전력거래소 쪽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서 단독 보도한 '5인 사전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관련기사: 전력거래소에 '면죄부'... '블랙아웃 진실' 덮나  )

다만 정부 쪽 위원들 역시 연료비를 최적화하는 경제급전 과정에서 발전기 고장이나 송전선 차단과 같은 돌발 사태(상정고장)을 반영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하고 전력거래소에 개선을 요구했다. 또 대국민 통보용 예비력과 내부용 예비력을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온 사실도 확인하고 독립적인 국가전력망 신뢰도 감시 기구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선책도 크게 엇갈렸다. 국회 쪽은 기존 EMS와 MOS를 분리해 EMS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본 반면, 정부 쪽은 오히려 EMS와 MOS를 통합한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 사태 이후 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전력대란'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전력거래소가 EM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비력을 지나치게 많이 확보하면서 연간 수천억 원대 연료비를 낭비하면서도 블랙아웃(정전) 위기감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1년 동안 국정 감사 등을 통해 전력 대란 원인이 국민의 에너지 과소비나 원전 가동 중단, 이상 고온 탓이 아니라 전력 운용의 두뇌에 해당하는 EMS 부실 문제였음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서 EMS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지난 4월 공동으로 기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EMS-MOS 분리냐 통합이냐... 국회-정부 쪽 해법 엇갈려

사진은 지난 2011년 7월 26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지난 2011년 7월 26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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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조사위원 7명은 ▲ 자동발전제어(AGC) 4초 신호 필요성 여부 ▲ 안전도 제약 경제급전(SCED) 사용여부 ▲ 예비력관리프로그램(RMS) 사용여부 ▲ EMS와 MOS 연계 타당성 ▲ 상태추정(SE) 여부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8차례에 걸쳐 현장 실사와 서류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짧은 조사 기간을 들어 실제 전력거래소에서 EMS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검증하기보다 국회 지적 사항을 눈으로 현상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전정희 의원은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제기한 EMS 기능 문제들을 대부분 확인했지만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없다"면서 "조사위원들은 공학적 해석을 통해 EMS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지 진위를 검증해야 하는데 한 위원만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대부분 판단을 유보하거나 거래소 의견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처럼 주요 기능에 문제는 있지만 개선하면 괜찮다는 식의 보고서는 EMS 부실 운영으로 매년 연료비 수천억 원을 낭비하고 '블랙아웃(광역정전)' 공포를 조성한 전력거래소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면서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외국 전문가를 불러 EMS 기능을 복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정희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선 기술조사위원장을 맡은 김건중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기술조사보고서 내용을 발표한 뒤 전 의원이 조사 결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마침 이날 국회 산자위에선 밀양 송전탑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어서 이번 EMS 보고서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전정희 의원은 "송전선에 대한 정보가 없어 국가 전력계통 계획 수립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밀양 송전선 협의회에서도 한전에 모의실험(시뮬레이션) 근거 자료를 요구했지만, 실제 데이터가 존재하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전력거래소 EMS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태그:#EMS, #전력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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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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