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양유업 불매를 하기로 결심한 류영미(가명)씨가 남긴 우유통 메모.
 남양유업 불매를 하기로 결심한 류영미(가명)씨가 남긴 우유통 메모.
ⓒ 류영미씨 제공

관련사진보기


퇴근길에 우유를 사오는 아빠가 의아한 듯 아들이 물었다. 아내는 눈을 흘기듯 우유가 들어 있는 비닐봉투를 받아들었다.

얼마 전 창원으로 이사한 연구원 김영민(41)씨 집에 요즘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가 용인에 살 때만 해도 매일 아침 문 앞으로 우유가 배달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우유를 끊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집에 어떤 회사 우유가 배달되는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욕우유사태'가 터진 후 집으로 배달되던 우유가 남양유업 제품인 걸 알게 됐다.

"욕이 들어있는 우유를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었다"

남양유업 '욕우유 사태' 이후 김씨처럼 남양유업 제품을 끊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남양유업 욕우유사태'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잠시 사회 이슈에서 밀려나기도 했지만 '배상면주가 사태' 등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창원으로 이사해 우유를 배달시킨 지 하루 만에 남양유업사태가 보도됐다"며 "바로 대리점에 전화해 우유배달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왜 잘 먹고 있는 걸 그러냐?'며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김근중(37)씨도 최근 가족회의를 열었다. 4명의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김씨가 남양유업 우유 불매를 제안했다.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을 아주 심하게 했어. 그런 회사는 인간성이 파괴된 회사야. 우리가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김씨가 제안한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후 그는 "집으로 오는 남양우유를 끊었다, 대리점에는 미안하지만 잘 한 일이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공무원이라 사회문제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가정에서라도 사회참여를 실천해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주부들의 반란... "25개월 된 아이에게 먹이던 분유까지 끊어"

전업주부인 류영미(36)씨는 남양유업의 충실한 고객이었다. 그는 "예전 '아인슈타인' 때부터 지금 '맛있는 우유 GT'까지 계속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욕우유 사태를 접하고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남양유업의 횡포와 관행이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류씨는 "이미지가 좋아서 선택했지만 이제는 남양유업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 앞에 걸려 있는 우유통에 '우유 넣지 마세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또다른 전업주부 안영은(35)씨는 적극적인 '온라인 누리꾼' 가운데 한 명이다. 사회문제가 터질 때마다 서명운동에도 참여하는 '사회참여파'다. 그런 점에서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나 남편이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다. 남편이 먼저 남양유업 제품을 끊자고 해서 바로 결정했다."

그런데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불똥이 생후 25개월 된 아이에게 튀었다. 배달되던 우유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먹이던 분유까지 바꾸었기 때문이다.

"우리 막내가 고생했다. 분유도 바꾸었는데 처음에는 (바꾼 분유를) 안 먹으려고 하더라."

기자가 안씨와 전화통화하는 중에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왜 우유 바꿔?"라고 물어본 것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우유회사가 못된 행동을 했단다."

안씨의 딸은 자신이 배달해 먹던 우유가 바뀐 사실뿐만 아니라 '나쁜 우유회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첨부파일
IMG_9734.jpg


태그:#남양유업불매, #남양유업, #남양사태, #불매운동, #욕우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