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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경기도 안양 연성대학교에서 고용노동부 상담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1월 18일 경기도 안양 연성대학교에서 고용노동부 상담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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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다.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격이니 배신감이 더 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아래 노동부) 직접고용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다 올해부터는 노동부 간접고용 전화상담원으로 전환된 A씨의 말이다. 노동부 산하 고객상담센터(아래 고객센터)는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따라 경기도 안양에서 울산 혁신도시로 1월 2일 이전해 개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센터 전화상담원들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상태가 바뀌었다.

노동부 고객센터에는 고용형태별로 4가지 직원이 있다. 공무원, 정직원, 무기계약직 직원, 기간제 계약직 직원. 공무원과 정직원은 모두 종일근무제로 일하며 고용기간이 보장된다. 반면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계약직 직원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탄력근무제가 도입돼 하루 4시간 30분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이 중 무기계약직 직원은 그나마 고용기간이 보장되지만, 기간제 계약직은 1년 단위 로 계약해 고용기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노동부 안양 고객센터 전화상담원들은 모두 1350으로 걸려오는 노동법 관련 상담을 담당했다. 이들은 총 84명으로 모두 무기계약직이거나 기간제 계약직이다. 51명은 고용기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고, 33명은 기간제 계약직이다. 기간제 계약직 중 3명은 올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였다.

고객센터에서는 2년간 지속적으로 일한 전화상담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곧 이들 3명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올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이들 3명과 무기계약직 45명을 외주용역업체에 취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외주용역업체에 취업한 45명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이 됐다. 하는 일은 여전히 노동법 관련 상담이다.

남은 무기계약직 전화상담원 6명은 울산으로 내려갔다. 모두 '나홀로 가구'이거나 자식이 장성한 사람들이다. 계약이 만료된 기간제 전화상담원 30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방값, 생활비 빼면 남는 게 없다"

전화상담원들은 현실적으로 울산으로 내려가기 어려웠다. 이들의 월급은 70~80만원 가량. 자식이 있는 맞벌이 가정주부가 대다수다.

안양 고객센터 전화상담원이었던 B씨는 "울산에서 안양 왕복차비만 10만원 남짓"이라며 "방값, 생활비 빼면 월급 받아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전화상담원들은 '출퇴근 가능한 지역으로 전환배치 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울산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 노동부 고객센터 운영지원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은 국가균형발전이고, 조직과 인력이 함께 이동하도록 돼 있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A씨는 "일과 가정이 양립해야 하니 단시간 근무하래놓고, 일을 하려면 남편과 별거하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고객센터 전화상담원 노조는 지난해 대안마련을 요구하며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도 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부가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부랴부랴 대안을 제시했다. 안양에 노동부 외주용역사업인 '고용콜센터'가 개소하니, 사업 담당 업체에 취업하라는 것이었다. C씨는 "결국 무기계약 직원을 용역직원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며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수미 의원실 허익수 보좌관은 "하루 4-5시간 근무하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공무원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전환배치 가능성을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다"며 "상담원을 외주용역업체로 손쉽게 넘길 준비를 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직접 고용콜센터를 운영할 수 없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노동부 고객센터 운영지원팀장은 "예산도 부족하고, 행정안전부에서 직원을 늘려줘야 가능한데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 신청해보셨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외주용역 업체가 운영하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슈가 됐다. 대선후보와 의원들이 연이어 다산콜센터를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산콜센터를 포함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문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전 안양 고객센터 전화상담원 D씨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정규직 공무원이었으면 당연히 갔죠. 하루 4.5시간 일하는 비정규직에게 이전만 강요하다 일하고 싶으면 용역업체로 가라는 것이 고용안정인가요?"

덧붙이는 글 | 박선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고용노동부,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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