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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김현희 씨와의 특별대담을 긴급 편성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 도착한 김씨가 대담 프로그램을 녹화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이동하고 있다.
▲ 'KAL858 폭파사건' 김현희 MBC대담프로 출연 MBC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김현희 씨와의 특별대담을 긴급 편성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 도착한 김씨가 대담 프로그램을 녹화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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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6일 오전 8시 50분]

대한민국(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51)씨는 15일 MBC 특별대담에 출연해 과거 <피디(PD)수첩>이 '가짜 김현희 논란'을 보도한 사실에 정면 반박했다. MBC가 스스로 당사 방송 프로그램을 반박하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피디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무죄 판결을 내렸음에도 MBC 스스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당시 누리꾼은 "MBC의 '셀프 빅엿'(스스로를 조롱한다는 뜻)"이라고 힐난했다.

"MBC 보도, 자살하고 싶을 만큼 고통 줘... 관여자 법적 책임 물어야"

김현희씨는 이날 오후 11시 15분부터 방송된 MBC 특집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에 나와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돼온 의혹과 논란에 입을 열었다. 특히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2003년 11월 <피디수첩>의 '16년간의 의혹,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을 두고 다소 격양된 어조로 불만을 드러내며 당시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피디수첩>은 '김씨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KBS과 SBS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김씨는 "MBC가 당시 저희 집을 촬영해갔다, 그건 테러였다"며 "한 살·세 살 된 두 아이를 안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정신적·육체적으로 괴로웠다, 자살하고 싶을 만큼 고통을 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공영방송인 MBC에서 그렇게 할 수 있냐"며 "가짜 의혹 조성에 나선 지상파 방송들이 공정보도를 해야 하는데 여태 사과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당시 MBC는 내가 계속 가짜라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만 보도했지만 결국 내가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MBC가 용기를 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공영방송·국가기관·단체들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보도 당시 이슈였던 '가짜 김현희 논란'에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내가 가짜면 대한민국이 KAL 858기를 폭파한 테러국이 되는 것이고 테러를 한 당사자 북한은 누명을 쓰는 것이 된다"며 "진짜가 가짜라고 말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이어 김씨는 "(가짜 김현희 논란은) 국가 문란·이적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그때 (의혹 제기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으로 저를 두고 '가짜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며 "(내 거처는) 보안사항인데 MBC가 습격해 노출시켰고, 이후 방송 3사가 모두 저를 가짜로 모는 편파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불출석한 이유와 관련해 김씨는 "출석 통보가 오지 않았다"며 "나갈 의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26년 삶 소회 밝힌 김씨... "아이들, 엄마 어떤 일 했는지 알지 못해"

<100분 토론> 사회자인 신동호 아나운서와 김씨의 1:1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은 오후 4시부터 사전 녹화됐다. 짧은 머리에 정장차림으로 70분간 녹화에 참여한 김씨는 당시 사건 전후 사정과 관련해서도 털어놨다.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씨는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시켜 115명을 살해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고 1990년 노태우 정권 때 특별사면을 받았다. 사건 당시 김씨는 '하치야 마유미'라는 명의의 가짜 일본 여권으로 바그다드 발·서울착 대한항공에 탑승했다.

평양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씨는 폭파 사건에 투입된 배경과 관련해 "당시에는 혁명전사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북한의 로봇이었다"라며 "내가 한 일이 조국통일에 이바지 할 줄 알았지만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이 됐다"라고 말했다.

사건 이후 26년 세월의 소회 또한 밝혔다. 가정을 꾸려 두 아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김씨는 "아직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알지 못한다"며 "방송 이후 아이들이 알게 되는 상황이 닥치면 사실 그대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 이후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이날 김씨의 대담 방송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smhan***'는 "이전 마유미(김씨)가 주장하던 내용과 다를바 없는데, 타방송도 아니고 자기들이 방송했던 내용을 반박했다"며 "정당성도 도의도 없다"고 성토했다. '@arisu***'는 "전세계에 항공기테러범이 방송에 나오는 나라도 있나"라고 꼬집었다.


태그:#김현희,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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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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