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28-27-23'

무슨 수치일까요?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공개한 '역대 대통령직무수행 평가 지지율' 중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5년차 3분기 대통령직무수행 평가 지지율입니다. 역대 대통령 집권 1차 1분기와 5년차 3분기를 비교해보니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노무현보다 낮은 MB 5년차 3분기 지지율

김영삼 전 대통령은 1년차 1분기 긍정(71%)-부정(7%), 5년차 3분기 긍정(8%)-부정(78%)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년차 1분기 긍정(71%)-부정(7%), 5년차 3분기 긍정(28%)-부정(52%)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년차 1분기 긍정(60%)-부정(19%), 5년차 3분기 긍정(27%)-부정(64%)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년차 긍정(52%)-부정(29%), 5년차 3분기 긍정(23%)-부정(59%)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1년차 1분기와 5년차 3분기 대통령직무수행 평가 긍정과 부정 지지율이 거의 정반대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명박 대통령 5년차 3분기 지지율(23%)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27%)보다 낮습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등 보수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비난과 조롱을 했었습니다.

2003년 8월 24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박진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면 그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과 더불어 높은 인기를 구가해야 정상인데도 노무현 정부는 전혀 딴판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리더십은 거의 실종되었고 인기는 땅에 추락해 국정의 위기로 연결되고 국정의 위기는 국가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었습니다.

한나라당, 노무현 지지율 낮다고 비난했었는데...

참고로 2003년 3분기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 29%-부정 53%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분기 긍정 24%-부정65%였습니다(한국갤럽기준). 특히 노 전 대통령 취임 여섯 달 동안 당시 한나라당이 쏟아낸 발언들 보면 단순히 지지율이 낮다고 비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과 개구리가 닮았다"(박주천·김병호 의원) ▲"행자부 장관 해임안 제출은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의 시발점이다"(유흥수 의원)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최병렬 대표) ▲"마치 히틀러의 나치스 친위대와 중국 문화혁명시대의 홍위병과 같다"(박종희 의원) ▲"대통령 탄핵과 하야도 검토해야 한다"(김용갑·박진 의원)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외교는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다"(이상배 의원) 등을 꼽았다.-2003.08.24 <오마이뉴스>한나라당, 노무현 6개월 발언록 종합정리

<조선일보>도 나섰습니다. 지난 2003년 취임 다섯 달 만에 지지율이 24.3%로 떨어지자 <조선일보>는 2003년 7월 30일 '노 지지도 하락 보통일 아니다' 제목 사설에서 "지지율은 수시로 변하는 것이라지만 사정이 이 정도라면 대통령의 리더십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는 곧바로 국정의 위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지지율을 회복하는 처방은 국민들이 지금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법뿐"이라며 "요즘 말로 하면 국민에게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코드에 맞추라는 말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10월 2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 조사 결과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12.4%로 나오자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은 칼럼을 썼습니다.

<조선> "노 지지도 하락 보통 일 아냐"

대통령 지지율 12.9%는 너무나 위험한 숫자다. 지금 대한민국의 제1과제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민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국민한테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국민 쪽으로 다가서라는 것이다. -2006.10.27 [강천석 칼럼] 대통령 지금 지지도론 북핵대응 어렵다

그리고 지난 2007년 한·미 FTA 타결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5.9%포인트 올라 29.8%가 나오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한때 "국민 평가를 포기했다"고까지 했지만, 우리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계속 내리막이었다. 대통령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취임 몇 달 만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를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폭탄 발언을 쏟아내는 데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07.04.05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지지한다

'MB멘토' 최시중 "노무현 지지율 30%이하, 캄보디아 거론하고 싶어"

'뒷돈'을 받아 지금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한국갤럽연구소 회장 시절이던 지난 2003년10월7일 '밝고 힘찬 나라 운동본부'가 서울클럽에서 주최한 '노무현 정부 어디로 가고 있나' 제하의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최시중 한국갤럽연구소 회장은 7일 '밝고 힘찬 나라 운동본부'가 서울클럽에서 주최한 '노무현 정부 어디로 가고 있나' 제하의 강연에서 "일부에선 벌써부터 노무현 정권에 레임덕(lame duck·집권말기 권력 누수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노 정권은 권력 자체를 만들지 못해 누수될 권력도 없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은 정권 말기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 기관에서 볼 때 지지율 40%선은 '위기선'인데 갤럽방식으로 현재 노 정권의 지지율은 30%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선에 도달하면 국민이 통치자를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정도로 상황이 어려울 땐 아르헨티나나 필리핀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자고 얘기하지만 나는 캄보디아를 거론하고 싶다."-2003.10.08 <동아일보> "지금은 정권 말기적 상황"

이 대통령 멘토이자, 이명박 정권 2인자니, 3인자이 했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울이 30%가 안 된다고 통치자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비판했었는데 이 대통령은 임기 넉 달여를 남겨둔 상태에서 더 낮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하기사 2008년 취임 초기 이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치자 지지율 하락 원이을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게 책임을 돌렸던 최시중 전 위원장입니다. 그러므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낮은 지지율도 언론에 책임을 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여론조사가 갈수록 신뢰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드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p'라는 신뢰도를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워낙 여론조사가 들쭉날쭉이라 '표본오차는 3.1% 신뢰수준에 ±95%p'라는 우스개 주장까지 나올지경입니다.

그럴지라도 특정 여론조사기관이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 신뢰도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갤럽이 공개한 '역대 대통령직무수행 평가 지지율' 역시 전혀 근거없는 자료는 아닙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토록 타박했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그리고 최시중에게 임기 넉 달은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특히 최시중 전 위원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한국갤럽은 자신 한때 몸담았던 여론조사 기관입니다.


태그:#대통령지지율, #이명박, #노무현, #조선일보, #한나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