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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노예가 아니다. 왜 고용노동부는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나. 우리 이야기, 우리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 달라."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노예 노동 강요 말라'며 질의했다. 가톨릭노동상담소,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외국인근로자선교회, 노동인권연대, 이주민과함께,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등으로 구성된 '이주민인권을위한 부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아래 부산경남공대위)는 1일 오전 부산고용센터․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부산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직장 변경 유혹 차단' 관련 지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주노동자들이 쓴 질의서의 일부.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부산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직장 변경 유혹 차단' 관련 지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주노동자들이 쓴 질의서의 일부. ⓒ 이주민과함께

고용노동부 "직장 변경 유혹 차단" 지침

지난 6월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브로커를 통한 직장 변경 유혹으로부터 차단'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브로커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변경 과정에 개입하여 이를 더욱 부추기거나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사업장변경 과정에 개입하는 브로커를 지속적으로 색출, 처벌하는 등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하반기 관계 부처 합동으로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면서 브로커 개입 여부도 포함하여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는 "브로커 개연성이 높은 자(단체)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면서 불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 알선, 채용 등에 개입한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경찰에 기획수사 등을 협조 의뢰할 계획"이라고 제시했다.

"사실상 이주 노동자한테 강제노동 부추기려는 것"

'이주민인권을위한 부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는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관련해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의 강제노동을 부추기려는 데 대해 그동안 이주인권단체들의 항의와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왔다"면서 "최근에는 고용허가제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이런 사실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것이 자신들에게 큰 문제로 닥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감옥과 같은 공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밝혔다. 부산 녹산공단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는 "욕하고, 괴롭혀도 이제 참아야만 하나요"라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같이 일하는 한국사람이 너무 괴롭힌다. 같이 해야 할 일인데 항상 나에게만 많이 시킨다. 혼자서 너무 빨리 하다가 불량이 나오면 공장장 앞에서 나를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욕설을 한다. 나도 인간답게 뭐라고 말하면서 싸우고 싶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노동법이 생겼다고 한다. 노동부에서 회사 리스트를 안 준다.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일하면서 사업장변경 경험이 있다고 한 필리핀 노동자는 "나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으로 존중해 달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이주노동자에게 좋거나 나쁘게 대하는 회사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나는 노예가 아니다. 나는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다. 내 경우에 이전 회사는 휴식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고,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어떻게 좋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나."

양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는 "우리가 회사를 바꾸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 위험한 일을 하거나 폭행을 당하고, 월급이 밀리거나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에 우리가 회사를 바꿀 수 없으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밝혔다.

부산경남공대위, 고용노동부 등에 질의서 보내

부산경남공대위는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각 나라별 공동체 모임들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고용노동부 지침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7월 25일 부산고용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이 작성한 질의서 48부를 부산고용센터에 전달했다. 이날에도 부산경남공대위는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어로 작성한 질의서 30여부를 추가로 제출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부산고용노동청에도 80여 부 가량의 질의서를 내기로 했으며, 팩시밀리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에 발송하기로 했다.


#이주노동자#고용노동부#부산지방고용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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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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