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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 <기자 말>

작년 3월 1일에 신설된 학교면서 서울형혁신학교로 개교한 우리 학교는 새 학년이 다가오는 지금 학교 곳곳에 교실 늘리는 공사 마무리가 한창입니다. 신설학교인데 1년 만에 웬 교실 늘리는 공사냐고요?

우리 학교는 서울형혁신학교로 개교한 지 1년만에 교실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 교실 늘리는 공사 중 우리 학교는 서울형혁신학교로 개교한 지 1년만에 교실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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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혁신학교로 출발한 우리 학교는 개교 1년 만에 무려 10학급이 늘어났습니다. 작년 3월 1일 특수학급 1학급 포함해서 27학급이던 것이 올해 3월 1일에는 37학급이 됩니다. 새로 늘어난 열 개 학급 중 여섯 학급은 이미 작년 4월 16일자로 늘려서 중간에 교사도 신규교사가 일곱 명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작년에 여섯 학급을 급히 늘리느라고 두 개씩 있던 특별교실 하나씩을 일반교실로 만들고, 교사 회의실과 교과전담실을 작은 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입해오는 아이들이 늘어서 학급당 인원수가 평균 서른 명이 넘어서고 일부 학급은 서른다섯 명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네 학급을 더 늘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다섯 학급을 늘려야 하는데 도무지 더 낼 수 있는 교실공간이 없어서 네 학급 밖에 늘릴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서울형혁신학교는 한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이내를 원칙으로 출발하고 있는데 25명 이내는커녕 서른 명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지금도 점점 늘어나는 전학생 수 때문에 우리 학교는 교육과정운영에 고민이 참 많습니다. 내년에 더욱 고민인 것이 전입학생 수는 계속 늘어가는데 교실을 더 늘릴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잘나간다는 전국 모든 혁신학교들의 공통된 고민으로 한편으로는 행복한 고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새로 네 학급을 늘려야하긴 하는데, 일반 교실 크기의 교실은 없어서 전체교사들이 머리를 맞대로 여러 날 의논한 결과 할 수없이 작은 방으로 되어있던 사랑방, 회의실, 돋움연구실, 자람연구실 사이에 있는 벽을 터서 교실을 만들고, 크기가 컸던 미술실과 영어실과 준비실에 세 개의 교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미술실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영어실은 부득이하게 이번에 없앨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곳은 영어실과 미술실이 있던 자리입니다. 영어실은 없애고, 미술실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중간에 벽을 쌓아 세 개의 교실로 만들었습니다. 문도 새로 냈습니다. 문제는 이 교실이 복식 교실로 북쪽에 있어서 하루종일 햇볕을 받지 못하는 음지교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실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 특별실을 일반교실로 이 곳은 영어실과 미술실이 있던 자리입니다. 영어실은 없애고, 미술실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중간에 벽을 쌓아 세 개의 교실로 만들었습니다. 문도 새로 냈습니다. 문제는 이 교실이 복식 교실로 북쪽에 있어서 하루종일 햇볕을 받지 못하는 음지교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실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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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을 새로 만드느라 벽을 쌓고 있습니다. 바닥도 새로 깔고 문도 새로 만들어 달아야 합니다.
 교실을 새로 만드느라 벽을 쌓고 있습니다. 바닥도 새로 깔고 문도 새로 만들어 달아야 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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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의 사랑방과 회의실 두 개를 벽을 터서 일반교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 교실 늘리는 공사 중 작은 크기의 사랑방과 회의실 두 개를 벽을 터서 일반교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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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런 문제는 혁신학교뿐 아니라, 신설학교들의 공통된 문제입니다. 개교 당시 개설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먼저 개교에 참여했던 선생님들한테 들은 얘기가, 절대로 첫 해에 특별실을 모두 다 갖추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곳만 갖추고 나머지는 1년 뒤에 천천히 상황을 보고 갖추라는 것인데, 이유는 아이들 수가 예상보다 늘어서 교실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애쓰고 돈 많이 주고 새로 갖춰놓은 시설들을 모두 싹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개설요원들은 작년에 특별실을 갖출 때 두 개씩 있던 과학실과 컴퓨터실, 특수반을 한 개만 시설을 갖추고 비워두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한 달 보름 만에 교실을 여섯 개나 늘리는 일이 생겨서 불필요한 낭비를 미리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교실은 늘려야 하는데, 더 늘릴 곳은 없고 특별교실은 아이들의 교육활동에 꼭 필요해서 없앨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작은 방으로 되어 있던 곳의 벽을 터서 교실로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벽을 터서 교실이 아니었던 곳에 교실을 만들고, 미술실을 옮기고, 없어진 사랑방과 작은 회의실 자리를 복도 사이 공간에 새로 만들고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오천만 원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학부모 동아리 활동과 회의실로 쓰던 작은 크기의 방들을 모두 교실로 만들어서 없어진 사랑방과 회의실을 복도 끝에 문을 막아서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곳은 냉난방도 안되고, 방음도 안되어서 회의실로 활용하기에 매우 부적절하지만 교실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 없어진 사랑방 만들기 그동안 학부모 동아리 활동과 회의실로 쓰던 작은 크기의 방들을 모두 교실로 만들어서 없어진 사랑방과 회의실을 복도 끝에 문을 막아서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곳은 냉난방도 안되고, 방음도 안되어서 회의실로 활용하기에 매우 부적절하지만 교실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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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을 들여서 벽을 뜯고 전기와 수도, 냉난방 장치를 새로 설치해도 교실을 사용하는데 불편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실 늘릴 때 또 다른 문제가 이런 공사가 교육청에서 해주지 않고 학교 단위에서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교실 늘리기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학교 행정실장은 공사 설계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데다가 공사를 계획하고 공사에 필요한 돈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으고, 공사를 감독하느라 겨울방학 동안 신경을 얼마나 많이 썼던지 입술이 터지고 아물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행정실 직원들도 업무가 과중이 되어서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신설학교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신설 혁신학교의 경우는 학교 설계 당시 입주자 예측 잘못으로 올해 개교 1년 만에 아이들이 컨네이너 박스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신설학교라면 늘 겪는 이런 문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까지 학교가 이런 비효율적인 일에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쓸데없이 낭비해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학교를 신축할 때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교육현장의 상황을 좀 더 광범위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계획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신설학교 시설공사 문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학교시설문제, #서울시교육청, #교실늘리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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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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