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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명인의 투표 참여 독려 행위를 선거법 위반이라며 금지시켰다.  국민의 대의가 제대로 수렴되기 위하여 투표율 제고가 필수적인데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며 투표 참여 독려 행위를 금지시키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관위는 당시 주요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집회나 서명을 금지시켰다. 국민의 올바른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하여 과도한 제한을 가한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의사표명에도 꾸준히 제약을 가하고 있다.

선관위의 경직된 태도는 순도 100%의 공정성을 선거의 최고 가치인양 내세우는 현행 선거법에서 비롯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행위 전반을 선거운동에 포함시켜 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에서 제외하고 있다지만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법집행자의 의사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다면 자유 그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선거법이 갖는 문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적되어 왔고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2000년에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선거법위반으로 처벌되기도 했다. 공정한 선거를 시행한다는 명분하에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구로 기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문제투성이의 선거법을 아름답게 포장한 것이 2004년에 마련된 '오세훈 선거법'이다. 고비용 선거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 문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정치인 오세훈의 오늘을 만들기도 한 법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오세훈 선거법은 과대, 왜곡 평가되었다. 특히 선거법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제약과 정치 신인 등이 정치에 입문하기 힘들어 기존 정치인의 기득권 구조를 강화시킨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개정 선거법이 정당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일반에 심어주어 국민의 활발한 의사개진과 선거 참여를 통해 대표성 있는 대의자를 선출하는 선거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돈이 많이 소요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과정을 거쳐 걷힌 돈이 올바르게 집행되는 것이 중요한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순도 높은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다.

투표인증샷을 찍다가 무심코 손가락 몇 개를 편 것 때문에 선거법위반자로 처벌될 수도 있다는 블랙코미디 같은 현 상황은 바로 우리가 '좋은 법'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오세훈 선거법이 초래한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국민의 여론이 왜곡된 소수에 의해 선동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제약해야만 '올바른'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은 잘못되었다. 이제 선거법이 국민의 충실한 의사를 반영하여 책임 있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시가를 쓴 정원 씨는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선거법, #투표인증샷, #희사표현의 자유, #선거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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