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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서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한 학생이 자신의 형편과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서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한 학생이 자신의 형편과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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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아침이 되면 수업시간에 졸거나, 집에서 늦잠을 자서 수업에 못 들어가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대학 생활 3년 동안 3번의 대출, 2번의 휴학, 1번의 제적위기, 그리고 1000만 원이 넘어가는 빚. 더 이상 학자금 대출 받을 상황도 되지 않고, 성적이 부족해 장학금 요건도 안 되고. 35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열심히 일하며 번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  

22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 당할 위기에 처한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아무개씨는 "캠퍼스, 동아리, 학생회 등의 꿈에 부풀어 입학했던 2009년, 그때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등록을 했지만 2011년에 제가 이렇게 앉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데... 캠퍼스를 당당하게 거닐고 싶은데"

2학기 등록마감일인 21일을 앞두고 이씨는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학교재무팀을 찾아갔다.

"재무팀에서는 마치 금융상품을 설명하듯이 장학금은 이런 게 있고, 대출이 이런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성적이 미달이라 장학금은 어렵고, 대출도 결국 빚 아니냐, 등록금이 너무 부담이고 비싸서 아무리 허우적대도 학교로 다시 돌아올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재무팀장이 말했습니다. '학생이 대학 오기로 선택해서 와놓고, 왜 등록금이 비싼 것에 대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나. 등록금은 학생이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의무이다'. 학생회실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씨는 지난 21일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교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결과, 등록 마감일을 일 주일 정도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디 돈 때문에 학교 밖으로 쫓겨나는 학생들,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아르바이트 현장 전전하며 학교로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는 학생들 위해서 부디 학교가, 정부가 책임 있게 대책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고... 수업도 들어가고 싶고... 캠퍼스를 당당하게 거닐고 싶은데, 돈 때문에 그럴 수 없는 학생들의 절박함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서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던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서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던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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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3년 동안 빚만 2000만 원... 꼭 졸업하고 싶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대학생은 이씨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참... 학교에서는 참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듣고 다니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 이렇게 와서 힘든 일들을 되새겨 보고자 하니까 감정을 절제하기 어렵네요."

'증언'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화여대 동양화과 임아무개씨는 목이 메어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임씨는 3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2000만 원의 학자금 대출(4학기분)을 받았다. 낮은 학점 때문에 학자금 대출마저도 받기 어려워진 임씨는 결국 지난 2년 반 동안 휴학을 택해야 했다. 이화여대 최대 휴학 기간은 3년. 이번 학기에도 등록을 하지 못하면 임씨는 제적된다.

"코앞에 돈이 없어서 제적을 당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제가 한 번도 이 문제(등록금)에서 비껴나서 개인적으로 보낸 시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 돈도 벌고,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제적을 당하지 않으려면 제2금융권, 제3금융권 알아보는 것 이외에는 540만 원과 학교에 다니는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여러분 앞에 나서서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내년에 다시 마지막 1년을 무사히 다녔으면 좋겠고, 올해 안에 등록금 문제가 반드시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웃으면서 '올해는 해결될 것 같다. 기다려 달라'면서 3, 4년째 쉬지도 못하시고, 1년에 한 번의 연휴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시는 (부모님의) 그 삶이 헛되지 않다고, 졸업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이야기했으니 꼭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임씨의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도 연신 훌쩍이며 눈물을 훔쳐냈다. 증언대회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반값 등록금에 대해 말씀하신다. '왜 국민 세금 들여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나. 대학생이 특권층이냐'"라면서 "수해가 나서 사람이 죽으면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애를 쓰듯이,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때문에 죽어가고 있고 그 학업을 위해 삶을 포기한다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자은 의장을 비롯해 소속 김지영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과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자신들도 등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를 직접 방문해 구제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 참석해서 각자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발언하는 학생과 청중들 여러명이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거나 애써 울음을 참는 등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증언대회가 진행되었다.
 2학기 등록을 앞두고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2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학업포기 대학생 증언대회'에 참석해서 각자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발언하는 학생과 청중들 여러명이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거나 애써 울음을 참는 등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증언대회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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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등록금, #반값등록금, #제적, #한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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