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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야 미안하다. 여보, 미안해. 아이들을 부탁한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회사에 누를 끼치기 싫어 투신하지 않고 이 방법을 택합니다. ◯◯◯ ◯◯◯◯에게 상조회 이야기 하여 장례를 부탁한다. 저승 갈 노잣돈도 없다."

26일 경남 거제의 한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른 50대 노동자가 사흘 전 남긴 유서 내용이다. 이날 장례를 치른 주인공은 거제의 한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 소속 A(53)씨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6시40분경 조선소 복지관 탈의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A4 용지에 큼직한 글씨로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을 적어 놓았는데, "저승 갈 노잣돈도 없다"는 말이 담긴 유서를 본 사람들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A씨는 빚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5만원의 월세도 몇 달 째 밀려 있는 데다 사채로 인해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는 "주변 동료들은 고인이 결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할 정도로 성실했다고 한다"라며 "한번 지기 시작한 빚으로 사채업자에게 많은 시달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소 A씨와 알고 지냈던 강병재씨는 "하청노동자의 힘든 삶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A씨는 15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인 아들과 딸 그리고 부인과 장모가 있다.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는 "비정규 하청노동자의 자살을 바라보며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속에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해 온 자본과 정권에 대해 한없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청노동자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지 않고는 이렇듯 생활고를 못이겨 자살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A씨의 장례식은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고 소속 협력업체에서 일부 부담해 치렀다.

거제마산창원산재추방운동연합 등 노동단체들은 A씨의 죽음이 노사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특이 사항은 찾지 못했다. 대형조선소 관계자는 "고인은 사채 부담으로 압박을 받아왔던 것 같다"면서 "협력업체 등에서 도와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태그:#대형 조선소, #협력업체,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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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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