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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김문수 지사, 10년 전엔 당신이 김상곤이었다' 제하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허숭 경기도청 대변인이 반론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기도에서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의 바람직한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이에 대한 재반론도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5일 남양주시에서 일일택시기사체험을 마친 후 택시기사들과 아침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5일 남양주시에서 일일택시기사체험을 마친 후 택시기사들과 아침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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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치사한 짓이다. 그 장난에 놀아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김영철 기자의 9일자 기사 "김문수 지사, 10년 전엔 당신이 '김상곤'이었다"는 창피한 기사다.

기사 내용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결식아동의 급식비 예산확보를 위해 3당 총무회담장에 뛰어들었던 '김결식'의원이 요즘엔 도 교육청의 무료급식 예산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오해가 상당히 크다. 10년 전 김결식 의원은 10년 후 김결식 지사가 됐다. 왜? 그 이유를 알려면 소위 무료급식과 관련한 논란을 되짚어봐야 한다.

경기도 첫 민선교육감으로 당선한 김상곤씨는 올해 7월 추경에서 도서벽지, 농산어촌 및 도시지역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 예산 171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절반인 86억원을 삭감해 도 의회로 넘겼다. 도 의회는 나머지 85억원을 삭감하는 한편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급식지원비 101억원을 신설했다. 기존의 무상급식 대상자는 최저생계비 120%였으나 이것을 130%로 확대한 것이다. 도의회의 입장은 이렇다.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무료급식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300명 이하 학교에도 부잣집 자녀가 있고, 300명 이상 학교에도 가난한 집 자녀가 있다. 따라서 학교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가난한 집 자녀를 우선 지원하는 게 옳다."

김지사 교육예산 심의·삭감 권한 없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4일 성남시 중원구의 행복도시락 성남점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결식아동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배달을 하고 있다. 행복도시락 성남점은 550개의 도시락을 성남시 13개동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4일 성남시 중원구의 행복도시락 성남점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결식아동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배달을 하고 있다. 행복도시락 성남점은 550개의 도시락을 성남시 13개동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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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재원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자면 우선 가난한 집 자녀를 우선 배려하자는 얘기인데, 꽤 설득력이 있다.

김문수 도지사는 도 의회 연설에서 "도 의회의 입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부잣집 자녀를 홀대하자는 게 아니다. 그 아이들은 적어도 굶고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결식하기 쉬운 가난한 집 아이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언론보도가 가관이다. 김지사와 도 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보도하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예산 증액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지사가 아이들 밥 그릇을 빼앗았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김지사는 교육청의 무료급식 예산을 심의하거나 삭감할 권한이 없다. 그것은 도 의회의 소관이다. 따라서 김지사가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았다는 보도는 거짓말이다. 진보성향의 모 일간지는 이런 보도를 했다가 정정보도문을 내기도 했다.

도 의회는 빈부에 상관없이 학교의 소재지, 규모 등을 따져 무료급식을 하는 것보다는 가난한 집 아이들을 먼저 지원하자는 입장이었고, 김지사는 이런 도 의회의 결정을 지지했을 뿐이다.

김결식 의원으로 불릴 만큼 결식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도 교육청 "초등 5~6학년부터" VS 도 의회 "저소득층부터"

곧이어 제 2라운드가 벌어졌다. 도 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예산 650억원을 상정했다.

도 의회 교육위원회는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한편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로 149억원을 배정했다. 교육청은 이 급식지원비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지금도 도의회 예결위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도 의회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의원들 의견을 들어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무료급식을 위해 삭감된 예산은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것으로, 정말 깎아서는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원어민 교사 지원비의 경우 올해 444억원에서 내년에는 343억원으로 101억원(23%)이나 깎였다. 단순하게 계산해본다면 원어민 교사 4~5명 중 1명은 없어진다는 얘기다. 실습기자재 확충 등에 사용되는 전문계 고등학교 교육 예산은 426억원에서 141억원으로 무려 285억원(67%)이나 깎였다. 서민층이 많은 전문계 고교의 현실을 감안하면 섣불리 손 댈 예산이 아니다.

이뿐 아니다. 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주5일 수업제 토요 프로그램 지원비 4억3천9백만원(올해치)을 내년에는 1천6백만원만 남겨둬 사실상 폐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토요휴업일에 '나홀로 아동'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데 기여해온 것이다.

또 학생생활 지도 예산도 올해 26억4천만원에서 내년에는 7억9천만원으로 70% 삭감했다. 심각한 왕따 현상, 학교문제로 인한 청소년 자살, 빈번해지는 학교내 강력범죄 등을 생각하면 깎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도 교육청은 학부모의 90%가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썼다. 한심한 일이다. 만약 도내 각 학급에 1명씩 영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찬성률이 99.9%가 될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이러저러한 예산이 삭감된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에 설문조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청은 추경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근거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문수는 여전히 '김결식'

교육청 안대로 초등학생 5~6학년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시행하게 되면 다른 학년의 결식아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매년 단계별로 확대시행한다 하더라도 그 사이 1~2년 동안은 계속 굶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허숭 경기도청 대변인
 허숭 경기도청 대변인
그래서 특정 학년이 아니라 결식하기 쉬운 저소득층을 상대로 무료급식을 시행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김결식 지사로 불리는 김 지사 입장에서는 평소 소신대로 도 교육청보다는 도 의회의 입장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교육예산의 편성과 심의, 배정은 도 교육청와 도 의회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 또한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도를 대변하는 대변인으로서 도지사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나섰다. 독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태그:#무상급식, #김상곤,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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