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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조선 경기 불황에 따라 대규모 해고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금속노조 현중 하청지회에 따르면 현재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초부터 하청업체 여러곳이 폐쇄되고, 이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말들이 올해 들어 현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

 

현중 하청노조 조성웅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의 대량 해고설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이라며 "업체들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임단협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한 현대중공업 노조 오종쇄 위원장이 12월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 경기 불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놔 하청노동자 해고설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오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의 발주량이 100이라면 생산능력은 200인데, 이는 50% 이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지금 조선시장에서는 신규 선박의 가격이 2005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상황에서 우선 노사를 중심으로 긴밀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세부적인 대책으로는 조선 노동자의 경우 철판 용접도 하고 파이프 용접도 하는 등의 다기능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계 조선업계의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조선 노동자는 내가 받는 임금 이상으로 생산성을 높여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야 한다"며 "회사도 영업에 최선을 다해 많은 선박을 수주하는 데 노력하면서 조합원의 고용유지에도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종쇄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대규모 집회 등을 열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안에 찬성하면서 실제로 지난 11월 24일 12개 부이던 노조조직을 7개실로 축소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오 위원장은 "노조는 자주성이 생명이므로 노조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충당해야 한다(7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 토론회)"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않아야 노조자율성이 확보되고 책임 있는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10월 당선자 인터뷰)"며 정부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찬성해 양대 노조와 입장차를 보였다.

 

이에 대해 현중 하청지회 조성웅 지회장은 "오종쇄 위원장은 단서조항을 달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찬성하지만 법으로 전임자 임금을 금지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정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들고 나온 본질은 바로 조직노동자들의 힘을 파괴하겠다는 의도인데, 오종쇄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투쟁의 힘으로 쟁취한 노조전임자 수를 능동적으로 축소하면서까지 정부안을 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노동자는 불안하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후 현대중공업 노조는 국내 최고 강성 노조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분신 자살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 사태 해결 과정에서 반노동자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에서 제명됐다.

 

특히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현대중공업노조의 핵심이었던 오종쇄 위원장은 해고된 후 15년 만인 지난 2003년 복직, 2007년 17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고 올해 회사에 임단협 교섭권을 위임했고,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15년째 무분규사업장을 이끌었다며 칭송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회사 노조위원장의 행보를 보는 하청노동자들은 불안의 연속이다. 조만간 하청노동자들만 대량 해고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노조위원장의 잇따른 위기론 제기에 더 커지고 있는 것.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울산에 있으며 직영 노조 조합원이 1만8000여명, 사무직 직원이 수 천여명 근무하고 있고, 하청 노동자라 불리는 비정규직은 2만여명 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와는 구조자체가 바뀐 것.

 

현중 하청노조 조성웅 지회장은 "(오위원장이 노조의 자주성을 강조하는데) 노조의 자주성 확보 방안은 교섭권을 사측에 팔아먹지 않는 것"이라며 "현장 조합원들이 투쟁의 힘으로 쟁취한 노조 전임자 수를 축소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노조의 자주성은 하청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팔짱 끼고 있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 앞에 노조의 자주성은 회사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정규직 현장조합원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공동투쟁을 조직했을 때 자주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중공업 하청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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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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