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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협상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박영태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지부장, 이유일 공동관리인, 문기주 A/S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협상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박영태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지부장, 이유일 공동관리인, 문기주 A/S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경찰과 보수언론들의 쌍용자동차 노조 흠집내기가 도를 넘고 있다.

7일 경찰과 쌍용차 사측은 노조원들이 마지막까지 점거 농성을 벌였던 도장2공장 내부를 공개하고 화염병과 볼트총 등 갖가지 사제 무기들과 식량과 생수 등이 남아있던 창고를 공개했다.

사제 무기들이야 농성 기간 동안 노조원들과 경찰들이 벌인 공방전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노조가 비축해둔 물과 먹을 것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식량창고에는 10㎏과 20㎏짜리 쌀 38포대, 2ℓ짜리 생수 1200여개, 컵라면 4000여개가 쌓여 있었다. 

경기경찰청의 최원일 형사과장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식량과 생수는 시위대 600여 명이 약 한달 반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흠집내기 나선 보수언론들

 쌍용차 사측이 공개한 식량창고 사진. 경찰과 보수언론들은 "물과 식량이 충분했다"며 노조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사측이 공개한 식량창고 사진. 경찰과 보수언론들은 "물과 식량이 충분했다"며 노조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 쌍용자동차

이에 발맞춰 보수 언론들은 8일자 신문에서 "마실 물 없다더니 생수 가득"이라는 식의 기사를 쏟아내며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마실 물 없다더니 생수 1200통 가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족하다던 물과 식량은 오히려 많았다"며 "창고와 한상균 지부장의 방 등에서는 생수 2ℓ짜리 1200여 통 등 9400여 ℓ의 생수가 쌓여 있었다, 1명이 하루에 2.5ℓ를 사용한다고 해도 600명이 6.5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쌍용차 "10일 후 조업재개 가능할 듯"' 기사에서 "(남아있던 식량과 물은) 458명이 열흘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좌파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장 안에 식수와 식료품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고 밝혔다.

특히 <매일경제>는 노조 지도부가 마치 '호화판' 투쟁을 벌인 것처럼 묘사한 악의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7일 오후 2시 26분에 인터넷판에 올린 '노조 떠난 도장공장 가보니…' 기사에서 "'당분간 부식은 도장2팀 4층에서만 가능합니다' 푯말이 붙은 문을 열자 산더미처럼 쌓인 라면과 부식거리가 나타났다"며 "어제 나온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일반 노조원들에게는 소화전이나 에어컨 컨버터에서 나오는 물을 끓여 먹으라고 했다는데…"라는 사측 직원의 반응을 전했다. 마치 노조 지도부가 일반 노조원들에게는 생수와 먹을 것을 나누지 않은 것처럼 암시한 것이다.

<매경>은 또 "더욱 기막힌 것은 이곳에 트럼프와 화투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수십 개의 소주병들이 담배꽁초가 그득한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며 "'함께 죽자'며 비장한 선동을 계속하고 전경과 대치하는 조합원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노조 수뇌부들은 이곳에서 포커와 화투를 치고 술을 마셨던 모양"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8일자 종이 신문에서는 이 대목을 뺀 기사를 내보냈다.

"풍족했던 것이 아니라 아끼고 또 아낀 것"

이에 대해 쌍용차 노조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공장안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물과 식량이 풍족했던 것이 아니라 점거 농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끼고 또 아껴서 그만큼이나마 남아있던 것"이라며 "창고에 남아 있었던 생수는 500명이 고작 3~4일 정도 마실 양이고 컵라면도 8끼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측이 전기공급을 중단해 도장공장의 라인 배관 안에 있던 도료가 굳어버릴 위기에서도 농성 노조원들은 비상발전기를 돌려 핵심 생산 설비를 지켜왔다, 만약 도료가 배관안에서 굳어버렸다면 전체설비를 다시하거나 공장 재가동까지 수개월이 소요됐을 것"이라며 "지엽적인 문제로 조합원들을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도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 여름에 전기까지 끊기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생수 2ℓ 한 병을 4일 동안 아껴먹어도 고작 8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양"이라며 "여기에 밥 짓는 물을 포함하면 3~4일도 버티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 700명이 직접 물 2ℓ짜리 1400여개로 한 달을 살 수 있는지 실험으로 증명해 보이길 바란다"며 "단수에 단전, 식료품과 의료진까지 차단하고, 테러·폭동진압용 최신살인무기로 농성중인 노동자를 위협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며 농성노동자들을 모욕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언론의 각성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의 정상화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보다 선정적인 기사 찾기에 급급한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며 "쌍용차 회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경찰의 노조 죽이기에 편승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쌍용차 사태#금속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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