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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법가라고 하면, 중국의 전국시대 제자백가 중에 한 유파로 진나라, 한나라의 통일제국 성립을 뒷받침한 정치사상가 집단을 말한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그들을 '강한 법을 통하여 신상필벌의 질서 있는 정치를 주장한 장점이 있고, 오로지 형법에 의거하여 때로는 육친의 정까지도 저버리게 하는 단점이 있었다'라고 지적한다.

위나라 부국강병의 실적을 올린 이회, 10년간 진나라의 재상을 지내며 국내외적인 개혁을 달성한 상앙, 저서를 통하여 진시황을 감탄시킨 한비자, 진나라의 재상으로 통일제국의 기초를 구축한 이사, 한나라의 중앙집권화에 힘쓴 조조, 한 무제 때의 유능한 경제관료 상홍양 등이 대표적인 법가의 정치 사상가들이다.

강한 법을 통하여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나라는 법과 형벌이 매우 가혹했다. 농민들은 만리장성 축조 등 과중한 노역에 동원되고 혹독한 법치에 시달리다 못해 경향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결국 16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진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 진나라 법의 기틀을 마련한 이가 '이사'와 '상앙'이다. '이사'는 진시황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뤄냈으며, 군현제를 실시하고, 법령을 새로 개정하였으며, 도량형과 문자를 통일하는 등 중국사의 큰 틀을 마련했다.

반면 동문 수학한 한비자를 죽게 했고, 책을 태우고 유생들을 생매장한 분서갱유를 조장하는 등 종국에는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큰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자신도 모반혐의로 체포되어 함양의 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허리를 잘리는 요참형을 받고 죽었다. 이사가 죽은 지 1년 후에 진나라도 망했다.

아울러 '상앙'은 영주들의 토지 소유제를 폐지하고 농지개혁을 단행하여 백성들이 경지를 소유하고 매매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신상필벌을 강화하여 공적이 있는 자에게는 작위를 부여하고, 개인의 다툼에는 형을 내렸다. 그리고 귀족의 세습 특권을 박탈하고 전공이 없는 자는 신분을 박탈하는 등 국가 기반을 다지는 좋은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십오연좌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다섯 가구를 오(5인조), 열 가구를 십(10인조)으로 정하고 백성들이 서로 감시 고발하도록 만드는 연좌제를 실시했다.

즉, 범죄인임을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는 자는 불고지죄라고 하여 적에게 항복한 것과 같은 정도의 벌을 내려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에 처했고, 고발한 자에게는 적의 목을 벤 것과 같은 급의 상을 내렸다. "벌과 상의 비율을 아홉과 하나 정도로 하라"는 말은 상앙의 법사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자유로운 통행을 제한했고, 여관에 숙박할 경우에는 누구든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상앙이 각종 개혁을 엄정하게 집행하여 진나라는 내실 있는 정치 기반을 만들었지만, 반대로 그의 개혁에 의해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상앙의 법집행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기 때문이다. 

진왕의 태자가 사형 판결을 받은 공족을 숨겨준 일이 있었다. 범인을 숨긴 자는 범인과 동죄라고 하는 신법에 의하면 태자가 요참형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앙은 태자를 법에 따라 처리하려고 하였으나 차마 왕위를 계승할 태자를 죽일 수는 없었다. 결국 상앙은 진왕 효공과 상의하여 태자를 벌하는 대신 측근의 코를 깎았고, 태자의 사부 이마에 문신을 새겨 넣었다.

이후 진왕 효공이 사망했다. 태자가 혜왕으로 즉위해 상앙을 잡아들이라고 명했다. 상앙은 체포 직전 도주해 국경 부근에 이르러 여관에 들어갔는데 여관 주인이 통행증을 보자 하니 '통행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관 주인은 '통행증이 없는 당신을 재워주면 내 목이 달아난다'라며 상앙을 내몰았다. 밖으로 나온 상앙은 '아 내가 만든 법에 내가 걸려들었구나!' 라고 한탄했다. 결국 상앙은 자기가 정한 법에 따라 잡히게 되고, 거리에서 죄인의 사지를 다섯 대의 수레에 묶어서 찢어버리는 혹형인 거열형에 처해졌고 구족까지 멸하게 된다.

훗날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은 그의 저서<사기>에 "진나라는 법이 가혹하여 멸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상앙을 일러 "그 천성이 각박하여 복이 적다"고 평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잘하고 머리가 나쁘며, 약간의 미래도 내다보지 못한다. 아니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과 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요, 權不十年(권불10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예쁘게 활짝 핀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권력도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이제는 거의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무능했던 중도우파 정권이 10년으로 끝나고, 지난 2007년 대선으로 이명박 정부가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집권 1년을 넘기는 시점에서도 MB정권은 권력에 이익이 되는 모든 것들을 실용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좌충우돌을 계속하고 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또한 권력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은 현재의 머리 나쁜(?) 집권당의 국회의원들과 권력자들은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고, 그 권력 또한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 시내버스 노선개편과 중앙차선 도입, 청개천 복원 등의 큰 업적을 세웠지만,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미국쇠고기 수입을 허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이 반대한 미디어 관련 법안을 포함한 MB악법을 적극적으로 제정하려고 시도하는 등 지나치게 법치를 세우려 하고 있다.

후일, 권불10년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오면 진나라의 재상을 지낸 '상앙'이나 '이사'처럼 '아 내가 만든 법에 내가 걸려들었구나!'라는 후회와 함께 역사서에 "지나치게 법치를 세우려고 했으며, 그 천성이 각박하여 복이 적다"고 기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태그:#상앙, 이사, MB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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