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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경찰병력이 가로막은 초등학교의 교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거원초등학교 정문에는 일제고사 기간에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해임 통보를 받은 이 학교 6학년9반 박수영 담임교사의 등교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교문 맞은편 인도에는 박교사의 부당한 해임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이 학교 학부모 200여 명이 박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8시가 넘어 본격적인 등교시간이 되자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경찰에 둘러싸인 채 커다란 정문이 아닌 작은 쪽문을 통해 학생들은 등교했다. 학부모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그리고 학부모가 학교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병력을 철수하고 교문을 활짝 열어 아이들을 등교시켜라"는 학부모들의 외침은 허공에 맴돌 뿐이였다.

 

닫힌 교문 열고 선생님에게 안긴 아이들

 

8시40분경 박 교사가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병력이 추가로 배치됐다. 그리고 이 학교의 장신수 교장과 교감이 박 교사를 가로막았다.

 

박수영 교사는 "나에게 주어진 수업을 할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24일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되니 얼마 남지 않은 2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1년 동안 같이 생활해온 학생들과 졸업식을 함께 하고 싶다"고 작은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장 교장은 "박 교사는 이미 정당한 절차를 걸쳐 해임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사신분이 아니다"며 "학교 출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한 학부모는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교문을 이렇게 막고 있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냐"며 "학부모들이 수류탄 아니면 총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경찰이 교문을 가로막는것이 말이 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장 교장이 "정상적인 수업을 하기 위해 경찰이 왔을 뿐이다. 지금 순수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와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해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순수하지 못한 학부모라고 하는 것이 누구를 지칭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신수 교장은 답변을 거부하고 침묵했다. 

 

박수영 교사가 경찰과 학교관계자들에 의해 교문 출입을 저지 당하자 박 교사가 맡고 있는 6학년 9반의 어린 제자들이 하나둘씩 교문밖으로 빠져나와 박 교사의 품에 안겼다.

 

박 교사와 학생들은 교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과 학교 관계자들의 의해 가로막혔다. 박 교사와 학생들이 후문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후문 역시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결국 학부모들이 나섰다. 박 교사를 학교 안으로 들어보내기 위해 교문을 열고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인 것. 몸싸움 과정에서 한 경찰간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에 욕하는 사람들, 모두 다 시진 찍어라"라는 명령을 내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또한 한 경찰간부는 사진채증에 항의하는 학부모와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동안에도 피자와 치킨, 중국요리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는 학교 교문을 유유히 통과했다. 하지만 정작 학교의 주인인 어린 학생들은 차가운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교문앞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이른바 '아스팔트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추운 날씨속에서 '아스팔트 수업'이 장시간 이루어지면서 "박 교사가 학습권을 침해했기때문에 해임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이 상황을 봐서는 누가 어린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지 분명해졌다"며 학부모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교장 "참여연대, 진보연대가 아이들 조종했다"

 

장 교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들은 현장에 나와 있는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박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문이 아닌 쪽문을 통해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박 교사와 학생들이 죄인도 아닌데 왜 커다란 정문을 놔두고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야 하냐"며 "학교 안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을 테니 경찰병력를 먼저 철수하고 정문을 통해 아이들을 학교 안으로 들여 보내라"고 외쳤다.

 

하지만 "경찰병력을 절대 뺄 수 없다"는 학교측 입장에 따라 박 교사와 학생들은 끝내 학교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이렇게 교문 앞을 지킬 이유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신수 교장은 "여기에서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 순수한 학부모는 1/3밖에 없다. 진보연대 또는 참여연대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병력을 철수 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박 교사와 함께 있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나온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 데리고 나온 것이다"며 "그들이 바로 진보연대 또는 참여연대에서 나온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학부모들은 "여기 모인사람들은 6학년9반 학부모이며 예전 박 선생이 가르친 학생들의 부모"라며 장 교장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또 "학부모들의 작은 외침마저도 외부세력 운운하며 매도하는 것이 지금 이 학교의 현실"이라며 장 교장을 비난했다.

 

결국 거동초등학교앞에서 장시간 벌어진 대치는 박 교사가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에게 더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무리됐다.

 

박 교사는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출근을 할 예정이며 내가 맡았던 아이들의 1년을 잘 정리해서 졸업시키고 싶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한 학부모는 "이제 몇개월만 있으면 졸업인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지는 못할 망정 왜 이렇게 아픈 상처를 주는지 정말 교육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제고사반대#거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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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좋아 사진이 좋아...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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