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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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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9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GM이 부도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고, 일본 도요타의 경우는 노사관계가 완벽한데도 지금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위기를 노사 관계 재정립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GM의 문제는 노조가 원인이지만, 도요타의 문제는 노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번 위기는 노사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노조는 문제의 원인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어쨌든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얘기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GM의 문제가 노조에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GM을 비롯한 크라이슬러와 포드의 문제는 금융 시장의 크레디트 위축으로 인해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수 없게 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무노조 도요타·혼다도 판매율 하락

노조가 원인이라면 노조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 미국 내 외국 자동차업계에는 큰 피해가 없어야겠지만 실제로 10월 자동차 판매기록을 살펴보면, GM은 45%, 포드는 30%, 크라이슬러는 35%의 하락을 기록했고, 도요타와 혼다·닛산 역시 전년도 대비 각각 23%, 25%, 33%의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다.

11월에도 마찬가지로 GM은 41%, 크라이슬러는47%, 포드는 31%의 전년도 대비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고 도요타와 혼다 역시 각각 34%, 32%라는 큰 폭의 판매율 하락을 기록했다. 즉, 노조의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의 경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노조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의원들이 있긴 하다. 바로 미국 남부에 위치하는 주들의 상원 의원들로 이들은 미국의 빅3 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미국내 외국 자동차 노동자들보다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미국 상원은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정부의 140억 달러 지원안에 대해서 52:35로 부결시켰다. 이 안은 바로 전날 237:170으로 하원에서 통과되었던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 정부 지원을 극력 반대해왔던 부시 대통령조차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원의 경우에는 표결 이전부터 이미 그 통과가 불투명했고, 그런 이유로 테네시의 공화당 상원의원 밥 코커는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명목 하에 위의 법안에 새로운 조건들을 추가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추가안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지원안은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새로 추가된 조건들 중 하나는 바로 GM과 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과 수당, 그리고 노동계약조건을 미국내 닛산·도요타·BMW 그리고 혼다의 노동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이다. 이들 외국 자동차 회사의 미국내 작업장은 대부분 앨러바마·테네시 등의 남부에 집중되어 있고, 노조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노조를 이유로 지원안에 반대하는 상원 의원들 거의 모두가 이 남부의 주들을 대표하고 있다. 

UAW(United Auto Workers: 전미 자동차 노조)와 민주당은 임금과 수당을 대폭 삭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도 보이지 않았지만, 2009년 부터 그 조건을 시행해야 한다는 시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현재 사측과 맺은 계약의 만료일이 2011년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현 계약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UAW의 입장이다.

UAW가 2009년이라는 시점에 이견을 보이자, 정부의 지원 없이는 GM과 크라이슬러가 12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남부 지역 상원들은 지원안에 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루이지애나 공화당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비터는 "UAW가 다 망쳐버렸다!"며 상원 부결의 원인을 노조탓으로 돌려버렸고, 공화당 원내대표이자 켄터키의 상원의원인 미치 맥코널은 "UAW가 문제 해결의 장애"라고 단정지어버렸다. 

한국엔 MB, 미국엔 공화당 남부 의원들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로고들.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로고들.
ⓒ GM·포드·크라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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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조는 하나도 양보 안했나

공화당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 UAW 의장 론 게틀핑거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코커 상원의원의 추가 조건은 표결 부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구실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말 게틀핑거는 CNN의 <Late Edition>에 출연해서 UAW가 2007년에 사인된 노동 계약을 재협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었고, 이달 4일에는 전미 언론을 상대로 그 내용을 거듭 표명했었다. UAW 집행부도 또한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시하는 부분들에 완전히 동의, 임금 및 수당 삭감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UAW는 이미 2005년과 2007년 사측에 대대적인 양보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2007년에는 신규 노동자와 비조립라인 노동자 임금을 기존의 50%로 삭감했고, 사측이 더 이상 은퇴자 건강보험을 지불하지 않도록 동의한 바도 있다.

바뀐 계약에 따라 신규 노동자는 시간 당 14불 정도만의 기본급을 받게 되었다. 또한 해고된 노동자들이 새로 고용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잡 뱅크(Job Bank)' 제도의 혜택도 2년 전의 1만5000명에서 3000명으로 그 대상자를 줄였다. 

그러나 12일자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UAW 장기 노조원들의 경우엔 시간당 임금과 수당이 약 55불로 거의 삭감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비교해서 미국 내 외국 자동차 작업장의 노동자들은 시간 당 45불을 받고, 노조를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트로이트의 빅3가 부담하는 은퇴자 보조금, 은퇴자 건강 보험금 등의 비용을 이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떠맡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미래'의 비용까지 계산할 경우, 디트로이트의 숙련 노조원들의 임금 및 수당은 시간 당 70불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간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미시건 소재 <자동차 리서치 센터>의 조사 보고서 결과를 인용,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노동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너스를 지급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노동자들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리는 효과를 만든다고도 했다.   

11일 저녁, UAW는 성명서를 통해 코커 의원의 추가 조건이든 어떤 다른 식의 구조 조정안이든 UAW는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나, 명퇴나 조기 은퇴안을 마련하고 저임금의 새로운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임의적으로 2009년의 한 시점을 새로운 조건의 시한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이같은 자의적인 날짜 정하기를 포함한 여러가지 구조 조정의 요구가 노동자를 제외한 다른 생산 주체들, 경영진, 자동차 딜러, 부품 공급업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유독 노조원들만을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금요일 오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커 상원의원은 "UAW가 합의를 거부함으로써 이 회사들(GM과 크라이슬러)을 위험에 빠지게 했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즈(GM) 본사 건물.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올해 말께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즈(GM) 본사 건물.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올해 말께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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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는 왜 임금삭감 하라고 안하나?"

남부의 공화당 상원들이 UAW를 못마땅히 여기는 데에는 지역의 정치역학적인 면도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BMW, 켄터키에는 도요타, 앨라바마에는 혼다 현대 메르세데즈, 테네시에는 닛산 자동차 공장이 있고, 이들 공장은 모두 무노조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앞으로 새로 만들어지게 될 외국 자동차 공장이 18개 정도인데, 남부 지역의 주들이 이들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노조 정책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은 외국 공장에 많은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UC 버클리에 재직 중인 로버트 라이쉬 교수는 코커 의원의 제안을 두고, 미국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비노조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미국 것인지 외국 것인지가 중요한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와 노조를 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인데, 남부의 외국인 자동차 회사들은 거의 모두가 다 비노조로 고용조건이나 임금·후생 문제 등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쉬 교수는 또한 어떠한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에 대한 7천억 달러 정부 구제안 표결시 월스트리트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라고 주장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시건 주지사 제니퍼 그랜홈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12일, 디트로이트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정부가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에게 정부 구제안을 주었지만 그때 그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질문도 하지 않았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 금융기관 붕괴의 희생양인 자동차 산업과 거기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비난을 퍼부어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회에 자동차 노조를 없애자?

12일자 <LA 타임스>는 하원의 표결이 있었던 10일에,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굳게 버티고 노조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내용의 메모가 돌아다녔다고 보도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UAW라는 자동차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 이들의 목표는 미국의 자동차 업계를 살리자는 것일까, 아니면 이 기회에 자동차 노조를 없애려는 것일까?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짐 드민트 상원의원은 자동차 노조가 오늘날 경제에는 맞지 않는 구식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동차 노동자들이 구제를 받게 되면 실직을 당한 다른 업계의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업계의 노동자들이 분노를 한다는 뜻일까?

사람들은 직업, 특히 먹고 살기에 충분할 만한 좋은 직업, 안정적 고용,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국민들이 더 '적은 임금'을 받도록, 국민들의 소득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런 정치인들은 누구를 대표하기 위해 선출된 것일까?

미국에는 직접적으로는 50만개의, 간접적으로는 약 3백만개의 직업이 미국 자동차 업계와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왜 일부 정치인들은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똑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면, 왜 다른 행동, 즉 자동차 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안을 찬성하는 선택을 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업계의 문제를 노조와 연결시키는 것은 미국 남부 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상원들의 논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대통령이 공유하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 나라 의원들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만들어낼 영향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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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 자동차, #미국 공화당, #자동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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