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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빼러 나가는 길에 계속 걸려오는 전화. 왜 꼭 그 자리에 대야 하는데?
 차 빼러 나가는 길에 계속 걸려오는 전화. 왜 꼭 그 자리에 대야 하는데?
ⓒ 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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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인하대 후문 인근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주차 문제다. 자취방을 구할 때, 집주인이 "혹시 차를 가지고 다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하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항상 다른 차들이 와서 주차를 해놓기 때문이다.

그 자리뿐만 아니라 집 주변 어디에서도 주차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밤이나 새벽시간이 되면 주차 공간이 많이 생겨 별 걱정없지만, 문제는 주말이나 낮 시간에 차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다. 우리 집 앞은 물론 그 주변 주차 공간은 전부 다른 차들로 꽉 차 있다.

그런 까닭에 주차할 공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차금지'란 글씨를 벽에 써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자체가 공포스럽고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또 전용 주차금지 팻말을 놓아두거나, 설치물(?)을 갖다놔 주차공간을 확보해 놓으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런 걸 무시하고 차를 대놓고는 그냥 "법대로 하라"고 하면 저쪽도 할 말 없겠지만, 막상 실랑이를 벌일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 별로 그곳에 주차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차 빼요"

주차할 공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차금지'란 글씨를 벽에 써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포스러운 '주차금지' 글씨.
 주차할 공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차금지'란 글씨를 벽에 써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포스러운 '주차금지' 글씨.
ⓒ 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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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주차할 곳을 찾다 자취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를 하게 되었다. 그곳은 딱 봐도 다른 누군가의 집 앞이라고 보기 힘든, 주차선도 따로 그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주차를 해놓고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과제를 하고 살짝 잠이 들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 남의 집 앞에 주차를 해놓으면 어떡해요! 차 빼주세요."
"아, 거기가 집 앞이에요? 이상하네, 아닌 것 같았는데…."
"아, 젊은 사람이 왜 그래. 빨리 차 빼줘요. 나 빨리 차 대고 자야 되니깐."

사실 실랑이하기 싫어서 대개는 그냥 차를 빼는데, 잠결에 그 멀리까지 나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말을 계속 받아쳤다.

"아니 아저씨, 아저씨 집 앞이라고 해서 아저씨 전용 주차장인 것도 아니잖아요."

이 말에 아저씨는 상당히 열이 받으셨나 보다.

"야이 XX야, 내가 여기 10년을 살면서 하루도 안 빼놓고 여기다가 주차를 했어, 어린 놈이 어른이 말하면 쳐 들어먹을 줄 알아야지 어디서 말대꾸야 말대꾸가!"

집 앞이라고 '자기' 주차장이라고 우길 건 아닌데...

전용 주차금지 팻말으로 자기 구역 표시 확실하게 해 놓으신 분, 누구?
 전용 주차금지 팻말으로 자기 구역 표시 확실하게 해 놓으신 분, 누구?
ⓒ 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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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25살이나 먹고 어린 놈 소리 듣고 있자니 기분이 나빴지만, 이 아저씨께 자기 집 앞이라고 해서(자기 땅이 아닌 한) 법적으로 아저씨 '전용' 주차장이 아니라는 걸 설명한들 받아들일 분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나도 잠을 자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큰소리로 욕하는 걸 듣고 싶지도 않았기에 차를 빼러 나갔다. 걸어가는 중에도 전화가 왔다.

"야, 너 오는 거야 마는 거야!"
"아 예,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차 빼러 나가는 길, 주변에 남아도는 주차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는 그저 코웃음밖에 안 나왔다. 도대체 이 시간에, 그것도 꼭 저 자리에 주차를 해야겠다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

도착해 보니 내 차 뒤에 차 한 대가 있었고, 거기에 사람이 타고 있는 듯 싶었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냥 바로 차에 올라타 차를 빼서 집 앞으로 왔을 때, 우리 집 앞, 주인 아저씨가 지정해준 '내' 자리에는 역시 다른 차가 '떡' 하니 주차를 해 놓은 상태였다.

"휴."

나오는 건 한숨밖에 없다. 저 공간이 법적으로 내 주차장이 아니기에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내 집 앞이 법적으로 내 주차장이 아닌데도 자기 주차장이라고 우기는 저 아저씨가 실로 대단하게까지 느껴졌다.

"지금 차 안 빼면 차 흠집 나도 책임 못 져요"

나무 설치물로 자기 공간을 확보한 집 주인.
 나무 설치물로 자기 공간을 확보한 집 주인.
ⓒ 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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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 말고도 좁은 주택가인지라 주차 때문에 겪은 황당한 사건들이 많다. 한 번은 지정된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놓고 수업을 듣는데, 계속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수업시간이라 받지 못하다가 쉬는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공사 차량이 들어가야 되는데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떡하냐며 지금 차 안 빼면 차에 흠집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는 수 없이 교수님께 양해를 구한 뒤 차를 빼러 가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또 한 번은 급하게 차를 쓸 일이 있어 차를 빼러 갔는데 차 뒤로 차가 세워져 있어 차 좀 빼달라고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아니 금방 빠질 차 같으면 바깥 쪽에 차를 대야지 왜 안쪽에 대놓고는 사람 귀찮게 하냐"고 호통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왜 정당하게 주차해 놓고도 이런 욕을 들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근데 '내' 주차장 없는 주택가에 살다보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더러 있을 수 있는 일이 된다. 오늘도 이 골목은 주차된 차들로 꽉 차 있고, 주차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차들이 줄을 선다.

이 작은 공간에 웬 차들은 이렇게도 많은 건지, 눈 왔을 때 자기 집 앞은 쓸지도 않으면서 그 앞 공간은 왜 자기 전용 주차장이라고 우기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이 많은 분이 큰소리로 우기는 게 법보다도 우선인 게 주택가 골목 주차장의 현실임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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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기 집 앞 주차장,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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