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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동화 속 한 장면이네."

 

상상 그 이상이었다. 우연히 새로 문을 여는 키즈카페 오프닝 행사 초대쪽지를 받았다. 사실 선착순 지원이었는데, 운이 좋아 20명 안에 들었다. 11월 26일 오전 11시, 애들 노는 데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어 찾아갔는데,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이 키즈카페는 250평형이란 대형 공간에 레스토랑과 플레이짐·코스프레존 그리고 2개의 클래스 룸을 보유한, 동네에 입점한 키즈카페 치고는 꽤 럭셔리한 놀이공간이었다.

 

250평형에 호텔 주방장 출신 요리사까지

 

아직은 프리오프닝(정식 오픈 전 시범운영)이라서 이날은 전반적인 상황만 볼 수 있었는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50평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2층 플레이짐(Gym), 즉 놀이터다. 1층에는 주로 볼 전용풀이 놓여 있고, 2층에는 미로공간, 1층으로 내려오는 미끄럼틀, 비행모형 등을 설치해 놓았다. 숨고 뛰어내리고 구석구석 기어들어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딱 좋은 놀이공간. 폭신한 매트로 설계되어 안전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특히 이 대형 놀이터를 관통하는 기차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2시 정시에 기차 운행을 하겠습니다"라는 안전요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은 엄마도 아이와 함께 기차를 탈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기차가 좁아서) 엄마는 안 들어가겠는데…"하고 난처해하는 엄마가 남같지 않게 느껴졌다. 안전요원들이 안전하게 탑승을 지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정시에 한 번씩 운행할 예정이란다.
 

두 번째는 레스토랑. 놀이터 면적만큼의 넓은 공간이었는데, 아무래도 부모들을 의식한 듯 대형 LCD TV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두 아이의 엄마 김아무개씨는 "사실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애들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나와서 놀이방 같은 데 갈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나 지금같은 겨울철엔 더 그렇죠, 여기는 애들 보면서 여유있게 식사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좋아 보이네요"라고 말한다.

 

음식 수준도 이름만 '키즈카페'지 웬만한 레스토랑 뺨칠 정도. 스테이크에 피자·스파게티 등 이탈리안 요리, 와인·스무디, 각종 커피류. 물론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빼놓지 않았다. 가격은 어른 식사의 경우 1만2000~1만9000원 사이고 키즈 메뉴는 7000~8000원 정도였다.

 

엄마인지라 원산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쉽게도 육류의 경우 '호주산 소고기 등심', '네덜란드산 삼겹살', '폴란드산 립'이었고 소고기 안심의 경우 '육우'라고만 썼을 뿐 정확히 국내산을 쓴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나마 쌀과 닭은 국내산이었다. 다소 아쉬웠다.   

 

한 매니저는 "호텔 주방장 출신 요리사에 음식도 아이를 생각해서 유기농 밀가루를 쓰는 등 많은 것에 신경을 썼다, 먹을거리까지 신경 쓰는 이런 키즈카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도 지역 수준을 고려해 중저가 정도로 책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저가'라기에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키즈카페에서 놀고만 갈 수 있나요? 

 

세 번째로 안전요원. 보통 키즈카페에서는 장난감 정리하는 직원 1명 정도 있을 뿐인데, 초대형 공간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돌보는 안전요원들이 4명 정도 근무 중이라고 했다. 

 

한 안전요원은 "아이들과 일대일로 놀아줄 수는 없지만, 놀이방법을 알려주고 안전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아이들에게 놀이기구 사용법 등을 알려주며 시범을 보였다.   

 

끝으로 클래스룸. 요즘 키즈카페는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엄마들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국제중이다 뭐다 국가가 나서 성적 지상주의를 외치니, 엄마들이 동요하고 애들 놀이터에까지 사교육이 쉽게 침투되고 있는 꼴이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이 키즈카페 역시 두 개의 클래스 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클 래스나 음악교실 등으로 운영될 듯했다. 뿐만 아니라, 장난감 종류도 많았다. 역할놀이를 위한 주방 장난감이라든가 각종 기차 장난감·블럭·가베 등 얼마 만큼의 장난감을 보유하고 있는가도 키즈카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 보였다. 그만큼 비싸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라 청결도 중요한 요소인데, 밝고 쾌적하게 꾸민 화장실과 비데 설치도 눈에 띄었다. 주방공간이 오픈돼 있어 아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예약은 기본, 입장료 만원인 곳도 있어

 

이런 키즈카페 엄마라면 한 번쯤 와보고 싶을 텐데, 그럼 가격은 얼마일까? 요즘처럼 살떨리는 불경기에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대부분의 키즈카페가 입장료를 받는데, 그 규모에 따라 (아이 기준) 2000원부터 1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내가 간 이 곳의 경우는 두 시간 기준으로 어른 5000원, 아이 7000원을 받고 있었다. 음료수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이다.

 

인근 부근 다른 키즈카페가 아이의 경우 두 시간 기준 4000~5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싼 가격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와도 한 달에 기본적으로 1만2000원*4=4만8000원이 깨지는 셈이니, 월급을 쪼개고 쪼개 생활하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호락호락한 금액은 아니다.

 

한 엄마는 "엄마들은 놀이기구를 이용하지도 않는데, 입장료까지 받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 인근의 잘 나가는 키즈카페의 경우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기 시간 1시간은 기본이요, 아이 입장료가 만원에 가까운 곳도 있다니, 키즈카페가 요즘 뜨는 사업 아이템이긴 한 모양이다. 며칠 전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놀이 과외'가 뜬다는 기사를 보고 참 씁쓸한 기분이었는데, 키즈카페를 다녀온 소감도 그러했다.

 

아이들이 맘 놓고 놀기도 어려운 세상에, 노는 것도 돈이 드는 세상이라니. 럭셔리한 키즈카페, 엄마 눈은 호사했지만, 마음은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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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키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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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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