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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KBS 감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6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박영선·이춘석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국민감사청구심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몇몇 심사위원들은 "조금 더 팩트(사실관계)를 제시해야지,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그 말 한 마디로 감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KBS 감사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두 의원은 법원 조정이 끝났거나 수사 중인 사안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감사원이 관련 법률을 무시한 채 KBS 감사를 실시했다는 점을 들어 "불법감사"라고 주장했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들 "이것만으로 감사하기는 무리" 지적

 

지난 5월 1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법인세 환급 소송 조정 합의 등에 따른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편파방송 등을 이유로 KBS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그리고 바로 6일 뒤인 21일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 감사를 전격 결정했다. 이춘석 의원은 "주말을 빼면 4일 만에 인용 결정됐다"며 "국민감사청구제도 실시 이래 가장 빨리 결정을 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KBS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국민감사청구심사위 회의(5월 21일)에서 일부 위원들이 감사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박영선·이춘석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먼저 몇몇 위원들은 감사원에서 제공한 검토자료들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적힌 게 조금 더 부패에 확실한 사항들을 적어놓고 해야지 저희도 모양새가 조금 그럴 듯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적힌 것들은 현재까지 저희가 2년 동안 해왔던 것에 비해서 조금… 이것을 해야지 하는 느낌이 안 든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팩트 베이스(사실에 기초)해서 제시를 하셔야지, '방만한 경영을 했다' 그 말 한마디로 저희가 조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방만한 경영에 대한 팩트를 두세 가지만 적어놓으셨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KBS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한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의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 심사위원은 "정치적 결정", 다른 위원은 "감사실시는 무리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회의록의 관련 대목들이다.

 

"정말 사람들이 그대로 이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이 정도 할 만 하다고 얘기를 했구나 라는 것들이 언론에 보도가 되어서 나가야지, 이 사람들도 결국은 정치적 결정을 했네, 결과가 어차피 우리가 감사를 할 것이라고 하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과정은 명확하게 적어놔야지 저희 위원회의 위신이 살지 않나 싶습니다."

 

"특별승진을 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있었다, 뇌물을 받았다면 그게 당연히 감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사람을 특별승진시켰다라는 것만으로 이게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유명한 누구를 모셔오기 위해서 방송사에서 그 정도 지급하는 것도 다 알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조금, (감사)하기는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사권 부분에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돼서 지금 여기에 나와 있는 사항만 갖고 인사문제를 논의하는 게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면서 아예 민영화시켜버리자" 발언도

 

이와 함께 일부 위원들이 KBS 감사를 밀어붙이기 위해 정연주 사장에게 유리한 참고자료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KBS 감사에 찬성하는 한 위원은 "(KBS 경영실적을 비교한 도표를 가리키며) 보도자료 내실 때 뺐으면 좋겠다"며 "왜냐하면 이렇게 되면 정연주 사장 경영 잘했네라고 보이는 박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이게 위에서 내려온 논리에 안맞다"며 "박스 좀 빼주시라"라고까지 요구했다.

 

특히 회의록에는 KBS 감사를 민영화와 연결시키는 발언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위원은 "감사하면서 아예 민영화시켜 버리자"며 "EBS 하나 정도만 놔두고 다 민영화 시켜버리자"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KBS 감사의 타당성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보도자료에 관련 자료의 삭제를 요구하고 KBS 감사를 민영화와 연결시키려는 언급도 있었다"며 "감사원은 권력에 마패를 팔았냐"고 꼬집었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감사원 내부 인사 3인(사무1차장, 2차장, 기획홍보관리실장)과 외부인사 4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인사 4인의 위촉권도 감사원장이 가지고 있다.

 

감사원장 "오해 소지 있지만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끝에 감사 결정"

 

이에 대해 김황식 감사원장은 "민감한 시기에 감사를 실시해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지만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끝에 감사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KBS 문제가) 사회적으로 핫이슈가 돼 있어서 외부위원들은 '이거 우리한테 부담되는 사안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심사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등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의록에 나오는 '위에서 내려온 논리'라는 것은 상부기관에서 지시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외압설'을 부인했다.  

 

또한 김 원장은 당초 감사원이 KBS를 감사대상에서 뺐다가 정연주 전 사장이 버티자 다시 감사의 칼을 빼어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작년 12월 사회복지감사국장이 금년에는 KBS 감사를 해야겠다고 본인이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라며 "(생각을 정리한) 그 자료를 기획실에 넘겼는데 공기업 중심 감사계획을 세우고 있던 기획실에서는 KBS가 공공기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감사대상에서) 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감사가) 감사원의 계획대로 100% 진행되는 것 아니다"라고며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면 감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기획실에서도 (KBS 관련) 문제가 생기고 국민적 공감 사안이 되니까 공기업 감사가 끝나면 KBS 감사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1·2차 공기업 감사가 6월에 끝나니까 7월에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국민감사 청구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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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감사, #KBS 감사, #이춘석, #감사원 국정감사,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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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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