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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오전 10시 YTN 본사 앞. 기자회견을 위해 40여 명의 사원들이 섰다. 그러나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 펼침막은 그동안 YTN 집회에서 사용하던 것과는 달랐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노동조합 집행부가 아니었다. 펼침막에는 "우리의 양심은 낙하산을 허락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손피켓을 보면 이들이 누군지 잘 알 수 있었다. 

"후배들은 시퍼렇게 눈 뜨고 있습니다"
"기자정신 강조하던 선배들은 어디갔나"
"결코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공채 7기 이종구 기자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공채 7기 이종구 기자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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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 YTN 젊은 사원들이 일어섰다. "기자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YTN '젊은 사원 모임'은 기자회견에서 "구본홍씨가 사퇴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젊은 사원 모임'은 2001년 이후 입사한 공채 7~10기 56명의 사원들로 구성됐다.

29일 전원 단식 이어 릴레이 단식 돌입

이들은 오늘 하루 24시간 전원 단식에 돌입하며 내일부터는 조를 편성해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다. 단식자들은 미리 연차휴가계를 낸 뒤 본사 앞 천막에 모이기로 했다. 경찰 조사, 징계 대상 심사 등 선배들이 맞고 있는 '탄압'에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것이다.

이들은 7기 이종구 기자가 대신 읽은 'YTN, 그리고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행동에 나서며'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YTN의 젊은 사원들인 우리 56명은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압력과 비리를 파헤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열정을 다해 YTN의 주춧돌이 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지금껏 수없이 울분을 억눌러왔던 우리들은 이제 마지막까지 품었던 합리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한다"고 밝힌 뒤 네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부당한 인사명령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 철회,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권석재 사무국장, 임장혁 돌발영상팀장 등 노조원 12명에 대한 고소 취하, ▲지난 8월 26일 기만적인 인사명령을 받았던 부팀장들의 보직 사퇴, ▲구본홍씨의 즉각적인 사퇴'가 그것이다.

공채 8기 김재형 기자는 "지난 26일 7·8·9·10기 공채기수와 경력사원 등이 긴급모임을 열었고 이 자리 모인 사람들은 노조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징계와 사법처리 등을 일삼는 사측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신호 기자는 "여기 서있는 젊은 사원들은 제대로 된 투쟁이나 단식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구본홍이라는 사람 한 명이 우리를 단식이라는 극한 상황에까지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공정 방송 가치 하나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젊은 기자들입니다.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 이전의 YTN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영혼을 팔아온 사람이 어떻게 공정방송을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29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YTN 젊은 사원 모임'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9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YTN 젊은 사원 모임'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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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자는 선배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부팀장 선배들 몇 명은 이 자리에 나와서 후배들 모습을 지켜볼 줄 알았습니다. 지난 15년간 YTN을 지켜온 분들 아닙니까. 우리들에게 기자정신을 강조하고 취재방식을 가르쳐 주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계속 침묵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을 사랑한다면, YTN을 사랑한다면 침묵을 깨고 호소해 주십시오."

9기 이만수 기자는 "사측은 '이제 징계 등의 협박으로 일관하면 될 것'이라는 오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측이 위협하고 협박하는 강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더 굳세게 싸울 것이며 만일 사측이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의 연설을 듣던 한 여성 조합원은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기 위해 한동안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공채 7기 이종구 기자는 "일단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릴레이 단식을 시작하지만 만일 사측이 계속 기만적으로 나오거나 징계를 강행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 젊은 사원 모임' 회원들이 구본홍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YTN 젊은 사원 모임' 회원들이 구본홍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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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젊은 사원 모임' 회원들이 구본홍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YTN 젊은 사원 모임' 회원들이 구본홍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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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그리고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행동에 나서며


YTN의 젊은 사원들인 우리 56명은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압력과 비리를 파헤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열정을 다해 YTN의 주춧돌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에 투신했던 특보 출신 인사가 YTN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우리는 언론인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며 지켜왔던 스스로의 원칙과 양심마저 버리도록 강요당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용역깡패 수백 명을 동원한 날치기 주총을 통해 사장행세를 하려고 하는 구본홍 씨는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의 열린토론 자리가 마련되자, 하루 전 부팀장 인사를 강행해 보란 듯 이를 무산시켰다.

뿐만 아니라 돌발영상을 무력화하려는 코미디같은 사원인사를 핑계로 우리의 동료와 선후배 33명에게 징계의 칼을 휘둘러대더니 노조원들 앞에서 혼자 벌인 몸싸움 쇼를 빌미삼아 지금의 자랑스런 YTN을 일궈온 동료와 선후배 12명을 고소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게다가 줄서기에 눈이 먼 일부 간부들은 구씨를 부추겨 후배들을 고소하고 징계하도록 하는 등 극도로 파렴치한 짓도 마다하지 않거니와 심지어 스스로 인사위원을 자청해 직접 구 씨를 위해 징계라는 칼로 후배들을 협박하는 짓에 앞장서고 있다.

결국 구본홍 씨와 제 한몸의 영달을 위해 구 씨에게 빌붙은 일부 간부들이 지금의 파국 사태를 주도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캠프 언론특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도 일말의 염치도 없이 YTN을 접수하겠다며 나타난 구 씨가 YTN 구성원들을 설득하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온갖 협박과 압력으로 우리를 무릎꿇게 하려 안달하는 모습에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또한 구 씨와 사측이 대화는커녕 징계와 고소의 칼부림을 즐기며 동료,선후배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이들의 말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껏 남발해온 징계와 고소를 무기로 선심쓰듯 타협하려 들려는 술수가 뻔히 보이는 만큼 노조가 제시한 끝장투표를 구 씨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

지금껏 수없이 울분을 억눌러왔던 우리들은 이제 마지막까지 품었던 합리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한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언론인이 아닌 투사가 되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투사가 되어 나설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YTN을 파국에서 구해내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다음 4가지 사항을 촉구하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오늘부터 집단 단식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사측은 부당한 인사명령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

15년간 피땀흘려 YTN을 만들어온 사랑하는 동료, 선후배들 가운데 한 명에게라도 징계가 이뤄질 경우 YTN 구성원 전체가 들불처럼 일어나 YTN을 와해시키려는 '구본홍 하수인'들의 기도에 저항할 것이다.
YTN 노조원들은 이미 76.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총파업에 찬성했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하나, 사측은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권석재 사무국장,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노조원 12명에 대한 고소를 당장 취하하라.

YTN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낙하산' 사장 투입에 명예롭게 투쟁해온 조합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YTN의 어떤 구성원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지난 8월 26일 기만적인 인사명령을 받았던 부팀장들의 보직 사퇴를 촉구한다.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의 부팀장 인사는 다음날 예정된 '노사 열린토론' 에 찬물을 끼얹는 해사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부팀장 인사 대상자 16명은 구본홍 씨의 인사 횡포에 저항해 구 씨의 인사권을 무력화함으로써 YTN을 구하려는 후배들의 간절한 노력에 동참하라.

하나, YTN의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낙하산 인사' 구본홍 씨의 즉각적인 사퇴임을 분명히 밝힌다.

구본홍 씨는 이미 YTN의 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우리의 동료,선후배 12명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사장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만천하에 천명했다.

또한, 자신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계속 사원들을 고소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YTN에 대한 애정조차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직을 걸고 민영화를 저지할 수 있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민영화 저지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고백했다.

구본홍 씨는 노조가 제안한 '끝장투표'를 받아들여 YTN 사원들의 마지막 심판을 받을 용기가 없다면 욕심을 접고 깨끗하게 물러나라.

 우리는 창사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절박함을 안고 YTN과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돼 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징계와 고소를 강행할 경우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더욱 강도높은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2008년 9월 29일
YTN 젊은 사원 모임

강영관 고재형 고한석 곽영주 구수본 권준기 김명섭 김미선 김석순 김수진 김재형 김종호 김준영 남궁세은 남궁용 박기현 박소정 박신윤 박종혁 서정호 성문규 송병준 송세혁 신호 우영택 원인식 윤현숙 이강진 이광연 이대건 이동규 이만수 이문석 이상은 이선아 이승민 이승윤 이승준 이종구 이지은 전가영 전준형 정병화 지민근 최영주 최윤석 최지환 최태선 하정환 한경희 홍도영 홍상희 홍선기 홍주예 황순욱 황혜경


태그:#YTN, #구본홍, #젊은사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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