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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말대로 했다면, 밑빠진 독에 세금으로 물 부을 뻔 했다?

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뒤, <조선일보>가 '리먼' 인수를 적극 주장한 지난 기사들이 돌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까지도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면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 "일본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 "해볼 만한 투자"라며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를 적극 권유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리먼 인수는 온통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적극적인 리먼 인수 주장에도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지분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그 뒤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부채가 6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조선일보>의 빗나간 '경제 예측'을 조롱했다.

조선일보는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면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극찬했다.
 조선일보는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면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극찬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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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대로 했다면, 제2의 IMF 올 뻔?

누리꾼들은 "<조선일보> 코치대로 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을 듯하다"며 "온 국민들이 까닥 했으면 정신줄 놓을 뻔한 일이 발생할 뻔 했다"(바람돌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화명 '한칸뜀'은 "만약 <조선일보>의 말대로 5일 전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인류역사상 최악의 봉 노릇을 할 뻔했고 600조원의 초대형 부실덩어리가 국내경제를 망쳐놨을지도"라고 평했다.

'정신차려'는 아예 "<조선일보> 말대로 산업은행이 좋은 투자처로 생각하고 '리먼'을 인수했으면, 한방에 울 나라 아이엠에프로 보내는 것"이라고 야유했다. '케인즈'는 "조선찌라시와 산은총재 민유성이 제2의 IMF 불러올 뻔"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고, '개콘'은 "이 정도면 찌라시도 선동혐의로 고소해야 한다"며 분개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 4일까지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적극 권유했다. 데스크 칼럼, 사설 등을 통해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가 "해볼 만한 투자"(9월 4일자 사설),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 "금융세계화"(8월 27일자 칼럼)라며 리먼 인수를 부추겼다.

김기훈 경제부 차장 대우는 <조선일보> 8월 27일자 '조선데스크' 칼럼 "월스트리트 울리고 웃긴 산은"에서 노골적으로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라고 주장했다.

김기훈 경제부 차장 대우는 "인수 후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전리품은 엄청나다"며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고 단언했다. 또 "한국 금융기관들의 눈높이가 일제히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말로만 외치던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일본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예찬했다.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해볼만한 투자"라고 표현한 조선일보 9월4일자 사설.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해볼만한 투자"라고 표현한 조선일보 9월4일자 사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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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리먼 인수하면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린다" 극찬

이어서 그는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며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야말로 "기회"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였다.

<조선일보>가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적극 권유한 건 이뿐이 아니다. 송희영 논설실장은 8월 9일자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 "누가 월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에서 미국 금융회사 매입을 독려했다. 리먼브러더스 이름을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설이 논란이 되던 때였다.

송희영 논설실장은 "경기침체·인플레·금융위기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돌고 있을 때야말로 한국 경제가 해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베어 스턴스라는 대형 증권회사가 맥없이 무너진 후 메릴린치증권, 리먼브러더스를 비롯, 중소형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고 적었다.

또 "외환은행 사는 값으로 월 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를 살 수 있을 지경"이라며,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라고 미국 금융, 보험회사를 살 것을 제안했다.

이어서 송희영 논설실장은 "제조업과 수출로 중진국이 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금융업만큼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며, "가다 보면 국제 사기꾼에게 속아 수천억 원을 날리는 바보도 나올 것이고, 잘 투자했다가도 시장이 나빠져 깡통 차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이런 희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수업료를 치르는 셈 쳐야 한다"고 금융 투자를 부추겼다.

급기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라 권했다. 불과 리먼브라더스 파산 11일 전이었다.

'조선' 사설, "해볼 만한 투자" 리먼 인수 권유

<조선일보>는 9월 4일자 "産銀(산은)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철저한 損益(손익)계산 위에서"라는 사설에서 산은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가리켜 "해볼 만한 투자"라고 권유했다.

이 사설은 처음엔 리먼브러더스 찬반론을 소개했지만, 곧이어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라며,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라며 리먼브러더스 인수 찬성론에 무게를 실었다.

끝내 10일,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뒤에도 칭찬은 끝나지 않았다. <조선일보> 10일자에 "産銀(산은), 리먼 인수 추진하다 홍보효과 '홈런'"이라며, "한국의 한 국책은행이 미국계 글로벌 IB를 삼키는 워낙 큰 딜(deal)을 시도하다 보니 유명세를 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산업은행 이름을 널리 알리긴 했죠. 국제 호구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6일 현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대해 이례적으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설도 제일 마지막에 약한 비중으로 '외평채 발행해 위기설 잠재우겠다더니'라고만 언급했다. 정작 <조선일보>가 산업은행에게 '리먼 인수'를 부추겼던 사실에 대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을 뗐다.

이에 대해 누리꾼 '회원정보'는 "내일자 조선일보 기사 제목 예상"이라며 '産銀(산은)의 리먼 인수 저지, 강만수팀 정보력의 승리, 노무현式(식) 경제 정책이 리먼 사태 불러와, 한국發(발) 촛불사태, 세계경제공황 불러오나, 해외 전문가들 "한국 증시,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지난 6월, 산업은행 행장에 리먼브러더스 출신인 현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을 임명한 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설이 유력했다.


태그:#조선일보, #리먼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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