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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은 TV시대에 라디오시대식의 기자회견을 했다. 국민들은 닉슨의 TV기자회견을 보면서 말로는 반성한다고 하지만 표정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다. 그 거짓말을 알게된 국민은 닉슨을 결국 물러나게 만들었다."

 

움베르트 에코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분석하면서 펴낸 '반성기자회견 TV기자회견'이라는 논문의 일부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에코의 이 논문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빗댔다.

 

"시민대중은 100년 전처럼 무식하지 않다. TV시대를 넘어 지금은 인터넷시대다. 수많은 대중은 '대중지식인'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지식대중이 문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런 시대에 얄팍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대착오적 인물이다. 무능력하다. 결국 촛불에 기름 부었다. 국민 불만과 분노는 더 커지게 됐다."

 

[홍성태] "국민 호도하고 속이는 기자회견"

 

홍성태 교수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고 말은 했지만 뭘 반성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 말은 결국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교수는 "결국 나 지금 반성하니까 니들은 그냥 미국산 쇠고기 먹으라는 결론"이라며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은 하는데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30개월 미만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포함된 부위의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하지 않은 것과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내다버린 점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오늘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요, 속이는 행위"라며 "끝내 국민의 재협상 요구는 거부한 셈"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 교수는 "FTA를 내세워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재벌을 위한 FTA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다수 국민의 목숨을 미국에게 담보로 맡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도 '고통분담'을 요청한 대목은 "강도와 싸우는 보따리장수에게 둘다 잘못했으니 적당히 타협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며 "숭례문 화재 국민성금모금과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이 아닌, '재벌 프렌들리, 국민 언프렌들리' 정권이라는 홍 교수는 "정히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이렇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국민 호주머니 터는 강도 정부를 향해 또 다시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민웅] "결국 미국을 믿자는 얘기? 비주권적 태도 문제 심각"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민심의 요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발언"이었다면서도 "한미FTA를 추진하면 경제는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쇠고기 협상을 이 지경으로 했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마늘협상'을 쇠고기협상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그 때는 한국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서로 밀고 당기기 할 때였지만 이번에는 과도하게 불리한 협상을 해놓고 재협상을 안 하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협상'을 통해 이번 협상을 제대로 풀면 한국의 외교협상력과 협상의 능동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김 교수는 "제대로 재협상을 하지 못한다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다"며 "사실 정부가 말하는 '국제사회'는 미국에 불과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국민과 단 한 번도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은 점, 경찰진압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 언급조차 없는 점 등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교수는 "결국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믿자는 것"이라며 "검역주권을 무조건 미국정부의 보증으로 해결하자는 비주권적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말로 '민영화'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화물연대 고통분담'도 "지금까지 고통을 분담 아닌 전담해온 사람들은 서민"이라며 "대통령이 정녕 고통분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고통분담에 소홀했던 대기업과 정부가 어느 정도나 해야하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수진] "'국민 지지와 이해로 정책 추진', 빈말 아니라면 다행"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국민의 지지와 이해, 동의를 얻지 않고는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빈 말이 아니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어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민의 지지와 이해, 동의를 얻는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지금까지 45일이 넘도록 진행된 거리시위를 단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대통령이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어도 6월 1일 이후의 이슈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대통령의 말도 상당히 중요한 언급"이지만, "정작 지금까지 비판과 반대를 폄훼하고 억압해온 것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사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거나,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련된 국민의 요구를 책임지겠다는 등의 언급이 없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오늘날 이 협상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물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권혁범] "청와대 입장에서야 최고 수준이겠지만 실망스러운 회견"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대통령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적시하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짧게 코멘트했다.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망스러운 회견"이라고 못 박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적으로 볼 때 그 이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또 "그 정도면 청와대측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회견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재협상을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지만 불가능한 현실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좀 더 노력해 30개월이 아니라 20개월 이하 SRM 부위를 제거한 뼈 없는 살코기로 일본과 동등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며 "이명박정부 5년간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할 일이 참 많아질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태그:#이명박, #기자회견, #촛불문화제,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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