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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울산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운 건 처음입니다."

 

한 민주노총 조합원이 이렇게 말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시위 행렬의 반을 학생들이 차지한 것. 5000여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가 울산 도심지 차도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고시철폐"를 외치다 어느새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로 바꿔 외쳤다. 애국가도 합창했다.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인파의 길이는 1km로 늘어서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가 9시쯤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진하자"고 외쳤다. 이어 시민 학생 노동자가 한 데 어울려 거리를 가득 메웠다. 금속노조 차량이 선두에서 길을 안내했다.

 

 

이들은 울산의 상징인 남구 공업탑 로터리 편도 전체 5개 차선을 점령해 구호를 외치다 함성을 지르고, 애국가를 불렀다.

 

공업탑 로터리를 빠져나온 인파는 울산시청-태화로터리-공업탑로터리를 돌아오는 1시간 40분의 행진을 질서정연하게 이어갔고, 밤 11시 10분쯤 집회장소인 울산대공원 동문에 도착한 후 해산했다.

 

이에 앞서 울산 6.10 촛불대집회는 노동자의 사전 대회로 시작됐다. 오후 6시가 되자 잔업을 마다한 현대차지부 조합원과 건설노조, 화물연대 등 노동자 2000여명이 울산대공원에 모여 '이명박 정권 퇴출' 집회를 열었다. 사전 대회에는 '언론노조 KBS' 깃발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간인 6시부터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지방의원과 당직자 20여명은 울산시청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촛불집회 장소인 울산대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7시가 되자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처럼 통합민주당 당직자와 당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렇게 하나둘 모여든 인원이 5000명을 훌쩍 넘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저녁 8시쯤에는 6000~7000명을 헤아렸다.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은 유모차에 탄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여든 인파로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광장 옆 잔디와 주차장에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촛불을 밝혔다.

 

울산대공원은 노동자 풍물패와 노래패 난타공연 등이 이어져 축제를 연상케 했고, 영상 상영,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조중동이 타킷이 됐다. 7000여 참가자는 "조중동은 찌라시" "대운하는 삽질" "민영화 꺼져"를 연이어 외쳤다.

 

첫 마이크를 잡은 초등학교 교사는 "여기 오는데 학생들이 '거기 가느냐'고 하더라"며 "프랑스 68혁명이 학교 평준화를 쟁취했듯 우리도 쟁취하자"고 말했다.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21년 전 박종철 열사를 고문한 정권이 '탁치니 억하고 죽더라'고 거짓말하다 6.10항쟁을 불렀고, 국민에게 항복했다"며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이명박 정권은 오늘 국민요구에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거부하는데, 새 대통령을 뽑아 미국과 재협상하게 하자"고 했다.

 

드물게 남자 고교생이 자유발언을 해 "영상으로 본 광우병 쇠고기를 대통령이 우리 식탁에 올리려 한다"고 비난했고, 한 남성은 "중고생 청소년과 네티즌이 자랑스럽다"며 "재협상을 마다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이 맞습니까"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어 "아니오"라는 답을 유도했다.

 

울산 촛불집회에서 스타도 탄생했다. 몇 번의 자유발언으로 여고생들에게 인기를 얻은 학성여고 조용식 교사는 이날도 단상에 오르자 학생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촛불 든 지 한 달이 됐어도 부시에게 30개월 미만 소를 애걸한 이명박 대통령을 이 자리서 국민의 힘으로 끌어 내려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생과 교사가 여기 와야 하는데, 야간자율 학습 때문에 못 온다. 야자를 철폐하자"고 하자 여고생들이 박수와 함성을 질렀다.

 

친환경 여성단체 회원들은 자녀들과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가 쌀을 제외하면 곡식 중 95%나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시냐"고 묻고 "이런 데다 미친소까지 들어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초등학생이 단상에 올랐다. 초등 여학생 5명은 마이크를 잡고 "이명박 아저씨, 이해가 안간다"며 "미국 대통령에게 얼마나 잘보이고 싶어 아무도 안먹는 소를 수입하려 하나"고 해 박수를 받았다.

 

여고 3년생 5명이 함께 자유발언을 했다. 이들은 마이크를 돌려가며 "우리는 쓰레기가 아니다. 30개월 소를 먹을 수 없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대운하 강행,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명박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외쳐 노동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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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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