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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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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의 공모에 의해 증인채택이 무산됐다. 특검도 양당의 공모에 의해 무산 쪽으로 몰고 가려는 강력한 의사가 있다."

13일로 예정된 차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삼성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채택을 위해 공을 들여왔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노 의원은 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교섭단체인 한나라당과 민주신당 양당 간사와 의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저쪽에서 하면 우리가 거부할 리 없다'는 식으로 핑퐁게임을 하다 결국 증인채택을 뭉개버렸다"고 비판했다.

삼성문제에 대해서는 검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임채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삼성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어젯밤 늦게까지 논의했지만 양당 간사간 협의에서 부르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이번 임채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검찰 40여 명에게 매년 10억 원의 떡값, 휴가비 등을 돌렸다는데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이어 노 의원은 "고발 초기에는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입장이 바뀌었다"며 "서울지검에 삼성비리 사건을 배당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인식해서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대검중수부가 나서야"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6일 대검에 고발장을 냈는데 서울지검으로 사건을 배당한 것은 검찰이 여전히 삼성관련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노 의원은 "이번 삼성 비자금 비리사건의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대검 중수부가 나서야 한다"며 "원래 대검 중수부가 제일 바쁜 부서인데도 지금 대검 중수부가 맡고 있는 사건이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 비자금 비리처럼 큰 사건은 마땅히 대검 중수부가 맡아야 하는데도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임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그는 "검찰이 대선에 앞서 몸을 사리고 있다"며 "대선 국면에서 권력의 향방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 일을 전혀 안하고 있고 이 문제는 이미 국감에서도 지적됐다"고 씁쓸해 했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의 김용철 변호사 증인채택이 결국 무산됐다. 
"그동안 여러 언론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용철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이번 임채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검찰 40여 명에게 매년 10억 원의 떡값, 휴가비 등을 돌렸다는데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드시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김 변호사가 직접 '에버랜드 주식 헐값매각 사건'에 개입해 증인, 증언을 조작했다고 말했다. 모두 조작됐다는 건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사건 수사를 새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차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또 비자금 문제가 드러났는데, 물증 갖고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미 참여연대와 민변이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검찰은 '불법뇌물'을 수수한 검사명단을 공개하기 전에는 수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왜 돌연 이 입장을 바꿨다고 보는가.
"고발 초기에는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입장이 바뀌었다. 또 바로 서울지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인식해서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다. 대검에 고발장을 냈는데 서울지검으로 사건을 배당한 것은 검찰이 여전히 삼성관련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검찰은 지금까지 여러 이유를 들어 수사에 나서기 부족하다고 강조해왔다. 이걸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돌연 수사에 나선 것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적절히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 노 의원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용철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김용철 변호사는 그간 언론 등에서 밝힌 사실에 대해 공적 자리에서 얘기하겠다고 밝혀왔다. 국회 인사청문회 만큼 공적 자리가 어디 있나. 세간에 번진 여러 의혹에 대해 책임 있게 말할 자리였다. 증인 선서도 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면 법률위반으로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용철 변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 적극적으로 증인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향후 활동과 수사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이 중대 사안을 피해가면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할 수 없다."

- 왜 무산된 건가. 양당 간사들의 입장은 뭔가.
"법사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채택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한나라당은 개인의사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소극적이었다.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은 주성영 한나라당 간사는 신당이 동의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신당이 이 문제에 소극적인데 자기들이 나서서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담감을 신당에게 돌리는 셈이다. 신당은 또 우리는 증인채택을 하고 싶은데 한나라당이 안한다고 했다. 또 인사청문회 말고 나중에 법사위로 따로 불러 얘기를 들어보면 어떻겠냐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 결국 김용철 변호사 증인채택은 법사위 양당 간사와 위원장이 뭉개버렸다."

-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정치권 내부 흐름은 어떤가.
"세 가지다. 첫째, 정치인과 삼성간의 관계, 둘째 대선에 대한 고려다. 이 사건은 이 국기를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다. 따라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나치게 정치권에서는 대선에 미칠 영향과 유불리를 따져 접근하고 있다. 삼성 비자금 비리에 너무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면 다른 문제가 희석되지 않겠냐는 말을 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입법부의 직무유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제까지 국정감사에서 삼성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증인이 채택된 일이 없다. 법사위에서 삼성관련 증인채택이 이뤄진 적이 없다. 딱 한번 이건희 회장이 채택됐다. 이건희 회장이 외국에 나가 국내에 없을 때, 안 들어올 게 뻔 하니까, 부담감 없이 이건희 회장을 채택했다. 그런 점에서 검찰뿐만 아니라 입법부도 삼성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

-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
"민노당은 작은 힘이라도 발휘해서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정치권과 연계해 국민을 대변하고 삼성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오늘 집회도 열 것이다. 오후 1시 30분 국회에서 수사촉구 집회가 열린다."

- 검찰이 대검에 고발한 사건을 서울지검에 배당한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서울지검이 수사 못할 건 아닌데,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대검 중수부가 나서야 한다. 원래 대검 중수부가 제일 바쁜 부서다. 그런데 지금 대검 중수부가 맡고 있는 사건이 단 하나도 없다. 대선에 앞서 몸 사리고 있는 거다. 대선 국면에서 권력의 향방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 일을 전혀 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국감에서 지적됐다."

- 검찰의 수사의지가 박약하다고 봐야 하는 건가.
"사실 수사 안하기로 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하다. 특검 문제와 관련해 정동영 신당 후보가 동의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대선후보로서의 인기관리를 위한 발언 이상이 아니다. 개인이 아니라 공당의 후보로서 한 말이라면 당연히 당에서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 대통합신당이 삼성 특검할 의사가 있나?

오늘 우리는 수사촉구대회를 열지만 지금까지는 뭉개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증인채택이 좌절된 것과 같다. 한나라당과 신당의 공모에 의해 증인채택이 무산된 것처럼 특검도 양당의 공모로 무산쪽으로 몰고 가려는 강력한 의사가 있다"

- 특검을 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다고 들었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지금 국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특검법안은 1주일 안에 통과가 가능하다. 어려운 게 아니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 검찰이 수사 잘해도 신뢰받기 힘들다면 특검으로 가는 게 맞다. 진실 밝힐 의사가 있다면 말이다. 무너진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 수사는 특검에 맡기는 게 검찰의 길이다."


태그:#삼성 비자금, #김용철 변호사, #노회찬 의원,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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